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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차를 마시고, 식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방식으로 시상식이 시작됐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흐릿한 자리에서 누군가는 말했다.

"마치 집들이 같았다."

상을 받으러 모인 사람들보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러 모인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한 레드어워드는 한국 사회에서 쉽게 조명되지 않는 문화예술·사회운동의 작업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함께 나누는 자리다. 자본이나 정부 지원이 아닌 개인과 단체의 자발적 연대로 운영되며, 상당수 수상자는 전년도 수상자들이 직접 선정하고 시상에도 참여한다. '경쟁'보다는 '서로를 세우는 방식'에 더 가까웠다.

세월호 유가족이 건넨 상

시상 직후 함께 기념 촬영하는 세월호 유가족(4.16가족극단)과 개척자들 활동가들 고통의 시간들이 서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로 이어진 순간. (왼쪽부터) 김명임(고 곽수인 학생 어머니), 마마송과 수피아(개척자들), 최지영(고 권순범 어머니)
시상 직후 함께 기념 촬영하는 세월호 유가족(4.16가족극단)과 개척자들 활동가들고통의 시간들이 서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로 이어진 순간. (왼쪽부터) 김명임(고 곽수인 학생 어머니), 마마송과 수피아(개척자들), 최지영(고 권순범 어머니) ⓒ 개척자들

'주목할 만한 연대' 시상을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인 고 권순범 학생 어머니와 고 곽수인 학생 어머니가 먼저 올랐다. 순범 어머니는 "4.16가족극단은 연극으로 세월호를 알리고 있다"며 "공연을 700회 가까이 이어온 것으로 안다. 지난해 '주목할 만한 토대' 상을 받았는데, 오늘 시상까지 맡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수인 어머니도 "아이를 잃고 뭐라도 해야 했기에 절박하게 연극을 시작했다"며 "움직이는 순간 '빨갱이' '종북' 같은 말을 듣기도 했지만, 진실을 전할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당연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기에 지난해 수상이 더 감격스러웠다"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같은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분들이라 믿는다. 동지를 만난 것 같아 든든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으로 이어진 평화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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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주목할 만한 연대' 부문 수상자인 국제 평화·연대 단체 '개척자들'의 시상이 진행됐다. 선정위원회는 '개척자들'이 "누군가의 고통에 응답하는 마음을 연대의 힘으로 이어왔다"며, 사명에서 연대로, 연대에서 변화의 힘으로 나아가는 오랜 걸음을 걸어온 단체라고 설명했다.

'개척자들'은 2000년 동티모르 연대를 시작으로 아체·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아이티 등 분쟁 지역에서 비폭력 평화 연대를 이어왔고, 국내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10년 넘게 함께해 왔다. 국제 평화캠프와 평화학교, 피스보이저 훈련 등을 통해 청년들과 현장을 연결해 온 점도 평가됐다. 특히 선정위원회는 팔레스타인 현지 조사를 마친 뒤, 가자지구와 함께하는 지속적 연대 활동을 본격적으로 조직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한 연대'로 꼽았다.

무대에는 '개척자들' 활동가 마마송과 수피아가 함께 올랐다. 마마송은 "처음 연락을 받고 우리는 예술 단체가 아니라고 했다. 왜 우리에게 상을 주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해 객석의 조용한 웃음을 이끌었다. "와서 보니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면서도 "주류에서 벗어나 있지만 꼭 가야 할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공통 분모를 느끼고 간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제 이후의 말들… "모든 나를 안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주목할 만한 기록’ 부문 수상작 <케이 넘버> 다큐의 조세영 감독 ‘K-Number’는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낼 때 개별 입양 기관이 아이를 분류하기 위해 붙인 표식이다. 해외입양의 그늘을 따라가며, 기록이 현재의 폭력에 맞서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묻는다.
‘주목할 만한 기록’ 부문 수상작 <케이 넘버> 다큐의 조세영 감독‘K-Number’는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낼 때 개별 입양 기관이 아이를 분류하기 위해 붙인 표식이다. 해외입양의 그늘을 따라가며, 기록이 현재의 폭력에 맞서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묻는다. ⓒ 이향림

이날 시상식에서는 검열 문제를 정면으로 꺼낸 수상 소감도 이어졌다. '주목할 만한 담론' 부문 수상자 남웅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 도록에 지난해 12월 3일 비상 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원고가 실리지 못한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겉으로는 행동과 환대의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 내부에서는 정치적 사안을 이유로 글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무대에 오른 수상자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검열'과 '배제 이후의 시간'을 꺼내 놓았다. '주목할 만한 형식' 부문을 수상한 개인전 '아무래도 나쁜 의도는 없어(영원히)'의 작가 '사랑해'는 정체성을 이유로 현장에서 밀려났던 시간을 말했다. 스스로를 변호하고, 증명하고,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는 고백은 담담했지만 무거웠다.

"이 한 몸에 너무 많은 내가 있습니다. 그 모든 나를 안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예술은 삶의 힘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 객석의 공기가 조금 바뀌었다. 박수보다 먼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성노동자,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기록 활동가, 노동자, 예술가… 제도 바깥에서 오래 살아온 '몸'들이 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의 말이 누군가에게 '설명'이 아니라 '확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대표 없는 수상… '광장의 시민들'에게 열린 상

올해 레드어워드는 '불법계엄을 막아낸 광장의 시민들'에게도 상을 주었다. 이 상에는 특정한 대표나 단체가 없었다. 대신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시민 3명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내란의 밤 이후 국회 앞과 광장, 남태령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노래하고 행진하며 계엄에 맞섰다고 시상 측은 설명했다. 개인에게 상이 건네졌지만, 그 상은 분명히 광장에 있었던 모두를 향해 열려 있었다.

레드어워드는 처음부터 '성과'를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시상식은 어느새 열네 번째 해를 맞았다. 2017년부터는 매년 테마를 정해, 놓치지 말아야 할 의제들을 더 또렷하게 불러왔다. 2017년 '트 : 혁명과 공전 사이에서'에 이어, 2025년의 테마는 '동맹'이었다. 올해는 조선프롤레탈리아예술가동맹(KAPF) 결성 100주년이기도 하다. 예술이 현실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던 그 시대의 질문은, 오늘의 검열 논란과도 맞닿는다.

적야 위원장은 "각자 서 있는 자리 자체가 광장"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이날의 장면들을 한 문장으로 묶어냈다. 검열을 말한 사람, 광장에 남았던 사람, 멀리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연대를 이어가는 사람, 그리고 그 곁에서 상을 건네는 유가족까지. 이 밤은 '성공담'보다 '지속'의 언어에 가까웠다. "내년에 더 나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인사는 희망이라기보다, 서로에게 남긴 약속처럼 들렸다.

#2025레드어워드#노동당문화예술위원회#개척자들#416가족극단#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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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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