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꿩엿
-김섬
우리 아방 꿩바치난
아방 살아셍전읜 꿩 귀헌 중 몰라수다
저슬 틀민 큰큰헌 가마솟에
호루헤천 골을 딸령 꿩엿을 멩글아수다
꿩은 솖앙 궤기만 다듬앙 칮어놓앗당
엿 몬 뒈어갈 때 혼디 놩 아쓱 끌리는 거우다
궤기 반 엿 반
영 궤기가 듬삭허게 들어가사 진짜 꿩엿십주
심심헐 적읜 혼 숫구락
섭섭헐 적읜 혼 종제기
저슬 내낭 아숩지 안허게 쪽쪽 뽈아난
그 꿩엿이 아방 돌아간 후제
경 귀헌 음식인 걸 설룹게 께달아수다
아방 기리운 날 꿈에도 시꾸는
궤기 반 엿 반
출처_시집 <오막오막>, 한그루, 2025
시인_김섬 : 2002년 <동시와 동화나라>로 작품활동 시작했다. 동시집 <하찮은 앞발>, 시집 <혼디 지킬락><오막오막> 등이 있다.

▲궤기 반 엿 반, 아방의 시간이 녹아 있던 맛.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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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바치는 꿩사냥꾼이다. 김섬 시인은 아버지와 함께 꿩사냥을 다녔다고 한다. 이 시집은 제주어 음식 시집인데, 이 시집을 내게 된 계기가 제주의 음식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 명맥이 끊기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단다. 나 역시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멩근 꿩엿을 먹었다. 겨울 간식으로 제격이다. 마을 형들과 꿩을 잡겠다고 꿩코를 놓긴 했지만 늘 허탕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더 생각난다는 꿩엿. 시꾸는(꿈에 나타나는) 그리움 같은 맛이 꿩엿의 맛이다. 꿩엿은 조청처럼 물컹하다. 꿩엿은 눈 오는 밤 따뜻한 방에 식구들 모여 앉아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제맛이 난다. 유리창에 눈이 사락사락 치면 너무 귀한 맛이 난다. (현택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