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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와 2호기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와 2호기 ⓒ 한국수력원자력

한국 산업의 성장 역사에는 '내수용과 수출용이 달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수십 년 전 한국의 자동차는 수출형에는 고장력 강판을 더 많이 쓰고, 내수형에는 일부 사양을 낮춘 설계가 적용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누구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안전이 왜 시장에 따라 달라져야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됐고 지금은 국내·수출 사양이 거의 동일합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소비재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발전 과정에서 '비용 절감'과 '안전 수준'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사회적 논쟁으로 전환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경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질문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이번에는 원전에 대해.

원전은 모두 같은 안전성을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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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APR1400 노형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새울 1·2호기에서 시작해 신한울 1·2호기, 새울 3·4호기까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원전이 연이어 건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알고 있습니다. APR1400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 적용된 안전 설비와 중대사고 대응 능력은 호기별로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설계가 확정된 초기 APR1400(신고리 3·4호기)은 중대사고 완화설비, 필터형 배기장치, 조기 격납 파손 억제 설계 등에서 후속 설계보다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후속 설계는 후쿠시마 이후 국제 기준을 반영한 이른바 '개선형 APR1400'으로, 비로소 3세대+ 원전의 핵심 요소들이 완비된 버전입니다. 이 차이는 자동차의 내수용·수출용 사양 차이처럼 이름은 같지만 내용이 다른 구조를 연상시킵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 원전의 건설비가 미국·유럽의 절반 이하라는 점을 자주 강조합니다. 물론 시공 효율성과 공급망 경쟁력이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것 만으로 설명될까요?

미국 NRC와 유럽 규제기관은 LERF(조기 방사능 방출 빈도)를 강력한 규제 기준으로 요구합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격납건물 여과배기, 고성능 수소제거기, 조기 파손 억제 설계 등 고가의 설비가 필수적입니다. 반면 한국은 LERF를 규제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공개조차 하지 않습니다.

규제가 낮으면 비용은 당연히 낮아집니다. 우리가 "원전이 싸다"고 말할 때, 그 비용 차이가 시공 효율 때문인지 안전 요구 수준의 차이 때문인지 국민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자동차에서 내수형의 강판 비율을 낮추면 가격은 싸지고 이것이 경쟁력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국민의 안전 비용을 외부화하는 행위였고, 사회는 더 이상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원전 안전성 핵심 지표(CDF·LRF·LERF)가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PSA(Level 2)의 핵심 수치는 규제기관과 사업자만 알고 있고, 국민도, 언론도, 학계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에서 '한국 원전이 싸고 안전하다'는 말은 검증이 불가능한 주장일 뿐입니다. 만약 수출용 APR1400(예 : UAE Barakah)에는 강화된 중대사고 대응 설계가 적용되고, 국내용 초기 APR1400에는 일부 안전설비가 빠져 있다면, 이 차이를 국민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자동차에서는 결국 투명성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에서 배웠던 교훈, 원전에도 적용해야

미국·유럽·일본은 LERF와 같은 안전 지표를 공개하거나 요약본을 제공합니다. 위험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신뢰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요? 국내 원전이 어떤 수준의 LERF를 갖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의 안전이 세계 표준에 비해 동일한지, 낮은지, 높은지 확인조차 불가능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 사회가 '안전의 차이를 가격 경쟁력으로 포장하는 관행을 결국 용납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원전은 자동차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가진 인프라입니다. 그렇다면 더 높은 투명성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원전의 이름이 APR1400인가가 아니라, 그 원전의 '실제 안전성 수준이 무엇인가'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투명성의 원칙을 원전에도 적용하는 일입니다. 국민은 같은 이름의 원전이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대경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입니다. 이 기사는 '굿모낭충청'에도 실립니다.


#원전#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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