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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달라. 그게 힘들어. 성격 차이가 남일이 아니더라. 이혼 말고 답이 없어."
며칠 전 아침, 고등학교 동창이 울면서 내게 전화했다.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나는 운동 가다말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 집 남편은 다정하고 따뜻한,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이다. 이혼의 중대사유라는 도박, 폭력, 외도 등도 없다. 그럼에도 그의 다름 때문에 힘들었던 친구의 지난 이야기를 알고 있는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일단 맛있게 먹자며 근사한 브런치로 마무리했다.
친구 일은 잠깐 잊고 <주토피아2>를 보러 갔다. 주토피아는 모든 동물의 낙원이지만 파충류는 주토피아 외곽에 산다. 뱀 독으로 사망한 거북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뱀이 다시 나타나면서 주토피아에는 긴장감이 돈다.
처음에는 '가족 애니메이션에 웬 뱀?'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뱀이라면 으레 교활한 존재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성경 속 이브를 유혹한 뱀, 동화 속 악당으로 등장하는 뱀의 이미지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주토피아2>의 뱀은 달랐다. 동그란 눈망울로 주변을 살피는 모습은 귀엽고 친근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자신의 독 때문에 누군가 다칠까 봐 항상 해독제를 챙겨 다니는 장면이었다. 타인에게 해가 될까 봐 책임지려는 모습이었다. 그건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다.

▲주토피아2가족 애니메이션에 뱀이 주요인물일 줄 몰랐다 ⓒ 디즈니
이 귀엽고 속깊은 뱀 덕에 주토피아는 위기인 줄도 몰랐던 위기를 극복한다. 그러면서 주인공 주디와 닉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이들도 처음에는 그들이 학습한 대로 뱀을 배척한다. 그러나 뱀의 진심이 통하면서 그들은 모두 같은 팀이 된다.
한 팀이긴 해도 신념 차이로 닉과 주디는 균열이 생긴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위험도 감수하고 뛰어드는 주디를 닉은 이해 못한다. 매사에 진지함이라곤 없는 닉이 불만인 건 주디도 마찬가지다.
전편부터 보면 둘은 성장 환경이 매우 다르다. 그게 고스란히 성격으로 나타난다. 그 다름을 맞춰가며 티격태격 하는 게 영화의 한 축이기도 했다. 2편에서는 그게 더 선명해진다. 그 모습은 마치 우정처럼, 때론 사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인간 관계가 서로 다른 사람이 맞춰가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옳아
You don't have to be perfect to be right.(너는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옳아) 같은 대사는 세상의 모든 부부에게 하는 말 같았다. 지난주에 만났던 친구에게 이 영화 꼭 보라고 톡을 남겼다. 나도 방금 봤다면서 답이 왔다. 나와 똑같은 지점에서 감동한 모양이었다. 가족 애니메이션에서 뱀이 나온 게 불편했다는 지점까지 같았다.
다름을 인정하기 싫어서 마음 깊은 곳에 다름을 틀림이라고 못 박아놨기에 상대방이 더 싫어진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으면, 둘이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야겠노라 했다.
귀여운 뱀 한 마리가 주토피아를 구했듯, 애니메이션 한 편이 누군가의 관계를 구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물론 영화가 마법은 아니다. 친구 부부에게도 앞으로 힘든 순간은 또 올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서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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