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된 해병장병 찾는 전우들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채 해병 사망을 불러온 수중 수색 작전 중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상부 지시를 예하 부대에 전파했던 간부가 15일 재판정에 나와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했던 자신의 진술을 뒤집고 임 전 사단장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
이 군인은 그간 수사기관에 "바둑판식 수색", "무릎까지 들어가 찔러보며 수색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해왔는데, 이날 증인으로 나온 재판에선 "(현장 지휘관들로부터 요청 받은 것이) 무릎 깊이가 아니라 발목장화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해복구 작전 중 현장 지휘관들로부터 가슴장화와 로프를 요청받은 의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재판장으로부터 가슴장화나 로프가 언제 쓰이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받자 "낚시"라고 답했다가 질책을 받기도 했다.
채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 검사는 "수사기관 조사 내용과도 오락가락"이라고 반박했고, 반면 임 전 사단장 측 변호인은 수중 수색 지침의 책임을 다른 대대장에게 돌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10시 채 해병 사망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 등에 대한 두번째 공판을 열었다. 핵심 증인인 당시 포병여단 작전과장 장아무개 소령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장 소령은 '호우 피해 복구 책임자방' 등에서 상급자부터 군 수색작전 관련 언론 기사나 지시사항 등을 공유받으면 포병대대 등 하급 부대에 전파하는 연락관 역할을 맡았다.
검사는 "포3대대장이 현장 정찰 후 가슴장화와 로프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증인은 '가슴장화는 제한되나 로프 10개는 가능하다'고 답했다"며 "가슴장화와 로프를 요청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했냐"고 물었다. 장 소령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7여단 군수과장을 통해 확인하고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검사는 "박상현 당시 7여단장으로부터 수변 수색 지시를 받았지만, 정작 현장을 정찰한 대대장들은 가슴장화와 로프를 언급한 것"이라며 "사실상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색할 수 없다고 보고 안전장비를 요구한 것 아니냐,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재차 물었다. 그래도 장 소령은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이에 재판장인 조 부장판사가 "증인, 가슴장화나 로프가 언제 쓰이는지 직접 말해보라"고 직접 물었다. 장 소령이 "낚시할 때 쓴다"고 답하자 재판장은 "낚시할 때 가슴장화를 쓰냐"고 질책성 추궁을 했다. 결국 장 소령은 "가슴장화는 물에 들어갈 때 쓰고, 로프도 안전 때문에 쓴다고 (생각)했지만"이라면서도 "(제게) 무슨 의도로 달라고 한 것인지 모른다"고 뒷말을 덧붙였다.
'만약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를 (상부에서) 받았다면 이거(가슴장화나 로프)가 필요 없다고 (답)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장 소령은 "현장에서 판단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피해갔다.
검사는 "(채 해병 순직 전날인) 2023년 7월 18일 오전 7시 10분경 증인이 단톡방에 '발목장화와 소량의 로프를 받아올 예정'이 '7여단장님은 현장 판단 하에 위험한 구간은 도로정찰 위주로, 장화로 가능한 부분은 지원(하라고 했다)'고 전파한 게 맞냐"며 "발목장화가 무릎장화 개념으로 쓴 거냐"고 물었다. 이에 장 소령은 "제가 인지하는 발목장화와 무릎 높이가 헷깔렸을 수 있다"면서 "무릎 높이가 아니라 발목장화 높이만큼 지원하라는 게 맞을 수 있다"며 말했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자 조 부장판사는 "(대민지원을 위해) 논에서 작업할 때는 무릎까지 (장화가) 와야 흙탕물이 (옷에) 안 묻지 않나"라며 "이 자리는 기억하는대로 (증인이) 말씀하시러 온 자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성근 측 이완규 변호사 "허리까지 들어가도 된다고 한 건 대대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변호 맡은 이완규 변호사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변호를 맡은 이완규 변호사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해별특검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다. ⓒ 이정민
반면 장 소령은 작전 범위가 수변수색에 한정됐으며 작전 구역이 수중수색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임 전 사단장과 박 전 여단장 측 질문에 동조했다.
이완규 변호사(임 전 사단장 변호인)는 장 소령에게 "임 전 사단장 지시 내용 중 '물 속 어디까지 들어가라'는 지시를 들은 적 있나"라고 반문한 뒤 "수변 정찰을 전제로 꼼꼼히 수색하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사단장의 지시"라고 말했다. 장 소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여단장도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수변 수색을 전제로 '위험요소를 파악해 장화 정도까지는 지원하라'고 했다"며 "그러나 (채 해병) 사고 전날 저녁 대대장들끼리 모여 회의하던 도중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이 '허리까지 들어가도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과 박 전 여단장의 지시를 종합하면 유속이 있는 물 안으로 허리까지 들어간 건 지시위반"이라며 "수변 구역에서 장화(높이)까지 지원하라는 게 여단장의 (작전) 방침인데도 허리 아래까지 입수하게 만든 건 지시에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여단장의 변호인 또한 "(작전 범위가) 수변 작전이라는 점, 기동 여건과 안전을 고려해 명시적으로 장화 높이라는 지침을 여단장이 내린 걸 증인도 들었다"고 했고, 장 소령도 이를 인정했다.
다만 장 령은 "수변 수색 지시라는 데 대한 설명이 제대로 없었고, 그냥 '실종자 수색'이라고만 한상황이었다"며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수색)하라고 했을 뿐 구체적 지침은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채 해병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의 구체적 수색 방법 지시가 무리한 수중 수색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그가 단편명령(해당 작전통제권의 육군 이양)도 어겼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