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민주당 위원장인 뤄킨헤이와 다른 당원들이 당 해산안 표결을 위한 임시 총회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5. 12.14.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에 맞섰던 홍콩 민주당이 창당 30여 년 만에 해산하면서 홍콩의 민주화 세력이 사라지게 됐다.
15일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임시총회를 열어 당 해산 동의안을 가결했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가운데 117명이 해산에 찬성표를 던졌고, 4명이 기권했다. 반대표는 없었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우리는 역사의 한 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며 "힘닿는 데까지 모든 시도를 해왔지만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전반적인 정치 환경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이 나아가야 할 길이 민주주의라고 믿는다면 시민들이 친절, 정직, 청렴을 바탕으로 살아가며 계속해서 노력해 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홍콩 국가보안법 만들어 통제 강화
1994년 창당한 민주당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다음 해인 1998년 입법회 선거에서 60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홍콩 민주화 세력을 이끌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중국 정부에 홍콩의 자치 확대와 민주 개혁을 요구해 왔지만, 2019년 홍콩에서 통제 강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다.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국가보안법에 따라 투옥되거나 구금됐고, 중국이 홍콩의 선거 제도를 개편해 후보자들의 사상 검증에 나서면서 민주당의 주류 정치 진입을 막았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해산 사유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는 앞서 외신 인터뷰 등에서 중국 당국자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에밀리 라우는 "홍콩은 민주주의를 누려본 적이 없고, 지도자를 직접 선출할 기회도 없었다"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더 이상 축소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체포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창당 멤버인 영섬 부대표도 "아직 모든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국양제 원칙에 입각해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 국가보안법 재판서 '유죄'
2008년 5월 시민당, 올해 6월 사회민주당이 해산했고 반정부 시위와 톈안먼 사태 진압을 추모하는 연례 집회를 열었던 수십 개의 시민단체들이 문을 닫은 데 이어 민주당까지 사라지면서 홍콩의 민주화 세력은 사실상 붕괴했다.
AP통신은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 결정으로 한때 다양했던 홍콩의 정치 지형이 종말을 고했다"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최근 수년간 이어진 안보 단속에도 살아 남았던 홍콩의 민주화 세력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결과"라며 "중국의 일국양제는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하지만, 당국은 수많은 반대파를 체포하고 언론 매체를 폐쇄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홍콩 법원은 대표적인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에 대한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유죄 판단을 내렸다.
반중 매체 <빈과일보> 창업자인 라이는 외국 세력과의 공모, 선동적 출판물 발행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확정되면서 최대 무기징역이나 종신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량은 다음 달에 선고된다.
주심인 에스더 토 판사는 판결문에서 "여러 증거를 볼 때 라이의 유일한 목적은 중국 공산당의 몰락이고, 홍콩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자신의 음모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라면서 "그가 중국에 증오와 원한을 품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반면에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홍콩 언론 자유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