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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제주를 찾은 권오을 보훈부 장관과 오영훈 도지사가 면담을 하고 있다.
11일 제주를 찾은 권오을 보훈부 장관과 오영훈 도지사가 면담을 하고 있다. ⓒ 제주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진압 책임자 논란이 일었던 고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15일 밝혔습니다. 지난 11일 제주를 찾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현행법상 취소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 지 나흘 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동을 건 것입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0월, 국가보훈부가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4·3 당시 무자비한 진압 작전을 펼쳐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인물이지만, 과거 수여된 무공훈장을 근거로 보훈부가 그를 유공자로 인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제주 도민사회의 거센 공분을 샀습니다.

"30만 다 희생시켜도 무방"... 학살 주범이 유공자?

 4·3 당시 제주를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과 회의록 관련 자료 (제주4.3평화기념관 내 게시물 촬영)
4·3 당시 제주를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과 회의록 관련 자료 (제주4.3평화기념관 내 게시물 촬영) ⓒ 임병도

박진경 대령은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추앙받지만, 제주 도민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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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4.3 초기, 제주 주둔 9연대장이었던 김익렬은 무력 진압보다는 무장대 총책 김달삼과 담판을 짓는 등 '화평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가혹하게 탄압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모슬포와 성산포에 경찰서가 신설되고 악명 높은 서북청년회 단원들이 대거 경찰과 군에 편입되어 제주로 밀려들었습니다.

특히 미군정이 우익 청년단원들이 저지른 '오라리 방화사건'을 묵인한 뒤,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던 김익렬 연대장은 해임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대신해 전격 교체된 인물이 바로 박진경 중령이었습니다.

박진경은 취임식에서부터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 명을 다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는 그의 말은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자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몰살시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부임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6천여 명에 달하는 도민을 무차별 체포했습니다. 역사학계와 4.3 단체들은 박진경의 무자비한 토벌 작전이 제주 4.3을 장기화하고 끔찍한 유혈 사태로 몰고 간 결정적 계기라고 봅니다. 또 그를 제주를 피로 물들게 한 주범 중 하나로 꼽습니다.

결국 그의 광기는 부하들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부임 41일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승진 축하연을 마치고 잠자던 그는 부하들의 총탄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동족상잔을 강요하는 명령을 더 이상 따를 수 없었다"는 것이 암살의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훈장을 수여했고, 보훈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 10월 그를 기어이 국가유공자로 지정했습니다.

권오을 장관 "법 때문에 어렵다"... 거짓 공적이면 가능

논란이 확산되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11일 급히 제주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빈손 방문에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권 장관은 유족들에게 사과는 했지만, 서훈 취소에 대해서는 "절차적 검토를 다 했지만 현 제도로는 취소가 어렵다"며 "입법적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보훈부는 박 대령에 대한 무공훈장 서훈 취소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는 현행 '상훈법' 제8조입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훈장 및 포장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박진경 대령의 경우, 도민 학살을 주도한 행위가 '공적'으로 둔갑해 훈장을 받았으나,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이것이 거짓임이 드러난다면 충분히 취소가 가능하다는 해석입니다. "법이 없어 못 한다"던 장관의 해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입니다.

잘못된 보훈, 이번엔 끝내야

최근 영화 <건국전쟁2>의 박진경 미화와 집권 여당 대표의 두둔 발언, 그리고 보훈부의 유공자 지정 강행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지만, 결국 대통령의 결단으로 '역사 바로 세우기'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제주시갑)은 11일 "4·3 강경 진압 책임자를 국가유공자로 재등록한 것은 역사 왜곡이자 도민 모욕"이라며 권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어 12일에는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갑)이 '상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일명 '박진경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서훈공적심사위원회가 서훈 취소 사유까지 검토하도록 하고,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훈부가 그동안 보여준 '엉터리 서훈' 사례들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친일 행적자, 간첩 조작 사건 가담자, 그리고 민간인 학살 주범에게까지 훈장을 남발해 온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지, 학살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만큼 보훈부가 즉각적인 서훈 및 국가유공자 취소 절차를 밟아 70년 넘게 고통받아온 4·3 영령들과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박진경#권오을#보훈부#제주43#건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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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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