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박이남 감독 ⓒ 오병종
인구 소멸과 수도권과 커지는 교육 격차는 지방이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전남 여수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K-클래식을 이끌어갈 청소년 오케스트라 영재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예술 감독이자 여수마칭페스티벌 추진위원장인 박이남 감독이 있습니다. 그의 특별한 교육 철학과 꾸준함, 그리고 기관끼리 혹은 교육 주체 간의 '연결'을 위한 그의 노력은 단순한 음악 교육을 넘어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13일) 여수시 교육청에 도착했을 때 2층 대강당에서 새어나오는 오케스트라 연주 음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 했습니다. 여수시교육청 오케스트라 연습 현장에서 여수공업고등학교 현직 음악교사인 박이남 감독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말인데 수고 많으십니다.
"네, 다음 주말 21일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가 연말을 맞아 송년음악회를 개최하는데요, 주말 연습으론 마지막으로 김동수 지휘자 선생님 지도 아래 막바지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대 서기 전 마지막 총연습을 또 두 차례 예울마루서 가질 겁니다. 그래서 오늘 주말인데도 학부모님들도 일부 나오셔서 아이들 간식도 챙겨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이남 선생님의 노력으로 대규모 학생 오케스트라단이 출범한 것은 2012년입니다. 당시 초창기에는 방과후 수업 수준이거나 특별활동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여수교육청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시작했다가, 2017년도에 전남여수시교육청 소속의 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시스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과학 영재, 수학 영재처럼 예술 영재를 육성하는 집중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체계적인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재교육 시스템 속에 오케스트라단이 들어오면서 여수시의 지원과 여수 예울마루 공연 공간의 활용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는 학교에서 일반 서클 활동만 하는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수월성 교육을 추구합니다. 학교에서 다루지 못한 곡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앞으로 음악을 전공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곳입니다.

▲13일 여수교육청 대강당에서 연습중인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 오병종
이날 연주단 지도에 여념이 없는 김동수 지휘자는 대학교수 안식년을 활용해 올 1년간 서울에서 여수를 오가며 지도해 왔습니다. 그는 박이남 감독의 10년 넘는 꾸준함을 칭찬했습니다.
"수준있는 곡들인데도 연주하는 학생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닌 꾸준한 지원과 연습만이 수준을 향상시키거든요. 그 중심에 창단부터 지금까지 행정기관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주는 박이남 감독의 역할이 크다고 봐야죠."
그리고 김동수 지휘자는 여수의 음악적 토양들이 잘 다져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현실은 도시 규모에 비해 학생 오케스트라단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21개라는 사실이 증명합니다.
인구 30만이 채 되지 않는 중소도시인 전남 여수가 '국내 인구 대비 관현악단 수 최다 도시'라는 명성을 쌓은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한 축에 박이남의 역할이 있습니다.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감독의 역할은 바로 '연결'이라고 강조합니다. 박이남 감독 얘기입니다.
"야구 감독은 선수를 배치하죠. 그렇듯이 파트별 악기 지도 선생님과 학생들을 연결해줍니다. 여수교육지원청과 여수시 그리고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장 '예울마루'를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상호 업무협약을 이뤄냈죠. 이를 통해 영재교육원 학생들이 최고 시설에서 무대 경험을 쌓으며 예술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방에서 학생들이 프로 무대를 경험하게 하기도 했으니까요."
올해 범민문화재단의 에코음악제에서 유명한 지휘자 진윤일의 지휘로 영재오케스트라단이 예울마루 무대에 선 것도 박 감독이 연결을 통해 얻어낸 귀한 성과입니다.
또한 1년간 대학교수 안식년을 보내려는 김동수 교수에게 지휘자로 영재교육에 힘써주도록 연결한 이도 박 감독입니다. 그는 초창기에는 지휘자도 겸했습니다.
"실은 초기에 제가 지휘를 하고 감독도 겸했죠. 그런데 '지휘와 감독 모두 하면 욕심이구나' 깨닫고, 외부에서 좋은 지휘자 선생님들을 모셔 와서 매년 색다른 지휘자들로부터 배우게 하는 게 영재교육 효과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명 지휘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접하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우리 학생들이 권위와 명성있는 지휘자들로부터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나는 연결해 주는 일에 더 충실하자' 하면서 감독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범민문화재단의 '에코음악제'에서 윤진일 지휘자와 함께 예울마루에서 연주하는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 박이남 제공
이렇듯 박 감독은 학부모, 학생, 교사, 교육청, 지자체 그리고 예울마루를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여수시는 교육 경비를 지원하고, 교육청은 행정지원을 하는 등 영재교육에 걸맞은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교육 측면에서 바람직한 면도 발생했습니다. 바로 지방과 대도시 간의 교육 격차 해소입니다.
박 감독은 교육자로서 여수라는 지방 소도시에서 겪는 예체능 분야의 격차를 실감해 봤습니다. 재능은 있으나 경제적인 이유나 좋은 선생님 부족으로 아이들이 꿈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겪어봤습니다.
현재의 협업 시스템은 우수 연주 교사로부터 지도, 훌륭한 지휘자와의 연주, 수준급 무대에서 명망있는 솔로 연주자들과의 격의없는 협연 등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지역이라는 격차를 느낄 수 없게 해주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지역의 풍부한 음악 인프라를 영재교육에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중심 축에 여수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GS칼텍스 예울마루가 있다고 말합니다.

▲2023년도 예울마루에서 정기공연하는 모습 ⓒ 박이남 제공
여수의 공연 예술을 한층 업그레이드 한 효과를 일컫는 말로 여수에선 이른바 '예울마루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예울마루로 인해서 관객들은 질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여수에 와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점을 누구나 인정합니다.
"특히 여수영재교육원 학생들에게는 예울마루가 공간 나눔을 무료로 해주고 있어서, 우리 학생들이 최고의 무대에 서보면서 전혀 다른 체험을 하게 됩니다. 서로 시너지를 내는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그리고 모범적인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수시 교육청 관계자도 그 점을 인정합니다. 담당 장학사 선생님은 "우리 오케스트라가 지자체, 교육기관, 전문문화예술 공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유지되고 있고, 또 여수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는 여수 지역의 유일한 예술 영재 교육기관으로서,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음악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전합니다.
그는 교육 측면에서 전남 지역 8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와 연습을 통해 터득하는 사회성과 인성 면에서도 큰 성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요즘은 다 개인화가 됐잖습니까? 오케스트라는 절대 그게 안 됩니다. 남의 소리도 들어야 하고, 화합할 때 화합해야 합니다. 내 소리를 낼 때는 정확히 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는 서로 약속된 것을 정확하게 지켜야만 하모니가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양보도 하고, 남의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법이 자연스럽게 체득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복지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