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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인터뷰 현장 지난 11월,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프로젝트 팀원들이 결혼이주여성 지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전문가 및 이주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인터뷰 현장지난 11월,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프로젝트 팀원들이 결혼이주여성 지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전문가 및 이주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이명서, 이미림, 최지우, 한수민, 허지원

"은근히 무시당해서 답답해요."
"가족센터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결혼이주여성 프로젝트' 팀 학생들이 결혼이주여성과 면담하던 중 듣게 된 말이다.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정작 이웃으로서 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 경험은 거의 없다.

2024년 말 기준, 한국에는 약 15만 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살고 있다. 2024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60% 이상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주된 이유로 언어 장벽, 경제 문제, 관계 등을 꼽았다. 또한, 최근 1년 내 사회적 활동은 모국인과 학부모 모임에 치중돼 있으며, 개인의 주체적인 사회 활동 참여율은 극히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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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 산하 전국 212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이들의 한국 적응과 자립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2024년 기준 지난 1년간 이용 경험은 22.7%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우리가 11월 15일 인터뷰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 A씨는 한국 입국 직후 가장 외로웠던 때에 가족센터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한다. 11월 19일 만난 중국 출신 여성 B씨는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난 중국 동포가 소개해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 여가, 심리 상담, 문화 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는데,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닿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시행하는 중앙 부처가 16개나 되지만, 이 정보가 흩어져 있기에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찾아 제공받기 어렵다. 결국 전달 체계의 문제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전달돼야 하는 제도가 사실은 능동적인 탐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 후 초기 1년, 결혼이주여성들의 '골든타임'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 A씨는 뷰티숍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모국인 커뮤니티가 대상이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직장에 취업하는 길이 어려워 택한 길이다. 어떤 면에서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취업보다 창업하는 편이 모국의 정체성을 살려 고유의 자산(이중언어, 문화 이해도)을 살려 활용하기에 접근성이 좋다.

이렇듯 창업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크고, 실제로 창업을 희망해도, 현행 외국인 기본 정책은 취업 지원과 '다문화' 카테고리에 한정된 직업 연계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다. 예산과 프로그램의 대부분 기초 직업 훈련 및 취업 알선에 할당돼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정책은 최소한의 생계 안정 이상의 '지속 가능하고 질 좋은 경제적 자립'을 달성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결혼이주여성의 자아존중감 연구(2023)에 따르면, 거주 기간이 짧을수록 문화적응 스트레스 및 가정생활 스트레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스트레스는 자아존중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었다. 우리가 현장에서 만난 결혼이주여성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처음 1년이 제일 힘들었어요", "말도 안 통하고,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어요"라는 이야기는 반복해서 등장했다.

이주 초기 결혼이주여성들은 생존을 위한 한국어 학습과 취업을 위한 직업 훈련 사이에서 갈등하며, 여기에 가정 내 돌봄 공백과 심리적 불안정을 동시다발적으로 겪는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의 능동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주 후 초기 1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주 초기 가장 스트레스가 높은 골든타임에 언어·취업·돌봄·심리 문제를 동시에 연계하여 해결하고, 중앙-지역 단위의 정보 및 서비스 연계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국 또는 지역사회 전입 즉시 초기 1년 패키지를 자동 발송하고, 패키지 내에 직무 용어 중심의 한국어 교육, 현장 체험 및 멘토링, 긴급·시간제 돌봄 우선 연계 등을 포함한 '언어-취업-돌봄 병목 해소 모델'을 제공하면 어떨까?

또한, 구 단위에 상설 '다문화 통합협의체'를 구성해 흩어진 부처 프로그램을 재구성하고, 구청장 직속의 '외국인 대표자회의'를 상설화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공식 안건으로 제출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정착과 자립 지원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현장의 절박함을 담아낼 수 있는 현실적 상상력이 더욱 필요한 때다.

두드려야 열리는 제도에서, 먼저 손 내미는 제도로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결혼이주여성과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 여러 제도와 정책도 정비돼 왔다. 문제는 제도의 부재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가 가장 취약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정보는 흩어져 있고 접근은 우연에 의존하며 도움은 개인의 능동적인 탐색을 전제로 제공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초기 1년은 가장 취약한 시기이자, 동시에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 언어·취업·돌봄·심리 지원이 각각의 사업으로 분절된 채 제공된다면, 여성들은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게 된다. 반대로 이 네 가지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면, 결혼이주여성은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정착기를 개인의 적응 능력이나 우연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와 지역이 먼저 손을 내미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입국 또는 전입 직후 자동으로 안내되는 초기 1년 패키지 제공, 중앙과 지역의 지원책을 잇는 명확한 전달 경로,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결혼이주여성의 정착을 지원하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사회 통합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제도가 아니라,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작동하는 전달 구조, 즉 제도로서의 환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주제로 활동한 이명서, 이미림, 최지우, 한수민, 허지원 팀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 결과를 담은 기사이다.


#결혼이주여성#다문화사회#이주정착#제도#세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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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서 (cosumm0) 내방

기사 한 줄로 압축된 경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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