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의회. ⓒ 윤성효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우려 속에 마을교육공동체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상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경남도교육청에서 편성했던 관련 사업인 2026년도 미래교육지구 예산을 전액 삭감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국민의힘이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가 마을교육공동체 관련 조례를 폐지한 가운데, 강경숙 국회의원(조국혁신당)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경남에서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도의회 예결위, 미래교육지구 사업비 26억 3626만 원 전액 삭감
경남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12일 경남교육청이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 가운데 '미래교육지구 운영' 사업비 26억 3626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교육청은 창원·진주·양산·거제를 제외한 14개 시군과 협약해, 마을강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이외의 교과와 특기·적성 교육을 제공하기로 하기로 하고 예산안을 편성했던 것이다.
이 예산안은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3일 "미래교육지구 운영 사업은 그간의 우려사항을 고려하여 사업을 내실화하고, 예산 집행 이전에 대응투자 확약서 등을 통해 지자체의 재원 분담 이행을 명확히 한 후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통과시켰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이 예결위에서 삭감된 것이다. 경남도의회는 오는 16일 정례회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다룰 예정인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절대다수라 삭감된 예산안을 복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경남도의회는 미래교육지구 관련한 근거가 되는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를 2024년에 폐지했다.
포럼 사람과교육 "미래교육지구 예산 전액 삭감, 강력 규탄"
포럼 '사람과교육'(대표 송영기)은 13일 낸 성명을 통해 "또다시 지워진 아이들의 교육. 경남도의회의 미래교육지구 예산 전액 삭감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미래교육지구 예산안이 경남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들은 "이번 결정은 더욱 심각하다. 해당 예산은 이미 도의회 교육위원회 예비 심사를 통과한 예산이었고,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소멸 위기 지역 14개 시군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연명 수준의 예산'이었다. 그럼에도 예결특위는 이를 아무런 대안 없이 전액 삭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다. 아이들의 삶을 지탱해 온 공교육의 한 축을 의회가 반복적으로 끊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결정이다"라며 "미래교육지구 사업은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체 기반 교육 정책이다. 방과 후와 주말,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배움과 관계, 안전한 일상을 제공해 왔으며, 특히 농산어촌과 학령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공교육의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라고 덧붙였다.
경남도의회에 대해 이들은 "조례 폐지에 이어 예산까지 연속적으로 삭감하며 이 사업을 사실상 고사시키고 있다"라며 "교육위에서는 통과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다시 전액 삭감되는 구조는, 이 문제가 더 이상 정책의 타당성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과 힘의 논리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포럼 사람과교육은 "도의회는 도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교육을 반복해서 지우고 있는가. 인구 소멸을 걱정하면서도, 지역을 지탱해 온 교육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래교육지구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과 책임의 문제다"라며 "정치는 남고, 교육은 사라지는 결정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조례가 폐지되고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아이들의 배움과 삶은 결코 삭제될 수 없다. 우리는 끝까지 말하고, 기록하고, 요구할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포럼 모두의교육 "마을 교육의 지속가능성 보장해야"
강경숙 의원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자, 포럼 '모두의교육'은 지난 10일 낸 논평을 통해 "적극 환영한다"라며 "경남 조례 폐지 사태를 극복하고, 학교와 마을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와 인구 절벽으로 인한 지역 소멸이라는 절박한 위기 앞에 놓여 있으며, 학교는 아이들이 자라는 삶의 터전인 마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할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러한 때 이번 법률안 발의는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결단이자 희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법률안 발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특히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조례 폐지 사태'를 극복하고 국가적 지원 체계를 확립한다는 점에서 본 법안의 미래 가치와 실천적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덧붙였다.
포럼 모두의교육은 "그동안 수많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마을 교육을 추진해 왔으나, 상위법 부재로 인해 정책의 안정적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경남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가 도의회에서 폐지되면서, 마을 교육이 한순간에 중단 위기에 처하고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지속성과 안정성이 쉽게 훼손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라고 설명했다.
강경숙 의원의 법률안에 대해, 이들은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5년 주기 종합계획 및 기본계획 수립을 명시함으로써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의 기틀을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법안은 마을교육공동체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며, 특정 정당이나 종교에 치우치지 않는 정치적·종교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 이념을 명시하고 있다"라며 "이는 마을 교육이 주민 주도의 민주적인 운영 원칙 하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 모두의교육은 "국회가 경남의 사례를 깊이 있게 숙고하여 본 법안을 신속히 심의하고 제정함으로써 마을교육공동체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 법률의 취지에 따라 주민 주도의 교육 협력 체계를 긴밀히 구축해 줄 것을 당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