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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시장 어물전에서 동태 두 마리를 5천 원에 샀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이렇게 값이 헐하다니 놀랐다. 요새는 언 동태를 미리 잘라 냉동고에 넣고 손님이 찾으면 판다. 어중간한 날씨에 동태를 내놓으면 해동되고 고기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동태찌개 생선 두 토막이면 충분하다. 살이 크고 튼실하기 때문이다. 다른 찬 없이 찌개 하나로 저녁을 해결했다. 두부와 호박까지 곁들인 동태찌개는 겨울철 우리 집 '시그니처' 메뉴이다.

▲동태찌개만으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 ⓒ 이혁진
술을 배우며 맛을 알게 된 동태찌개
아버지도 맛있게 드시고 수저를 내려 놓으며 한 마디 거든다. "역시 집에서 만든 동태찌개가 최고"라며 아내를 치켜세웠다. 늘 건네는 아버지 덕담이지만 아내의 동태찌개는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어린 시절 겨울 요맘때 아버지가 "뭐 시원한 거 없나" 운을 띄우면 어머니가 금방 대령한 것이 동태찌개였다. 아버지는 무엇이 그렇게 맛있는지 몇 그릇을 퍼 담았다. 하지만 나는 구경만 할 뿐 찌개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내가 동태찌개 맛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성인이 되고 처음 술을 배우며 숙취를 경험하면서부터다. 어머니가 아버지 속 풀라고 끓인 동태찌개를 아들이 드디어 음미한 것이다. 이때 얼큰한 국물이 왜 시원한지도 처음 알았다.
이후 집에서 아버지와 동태찌개를 즐기는 시간이 늘었다. 직장에서 회식할 때 다른 메뉴는 몰라도 동태찌개는 무조건 따라가곤 했다. 어느새 동태찌개는 내게 '최애 음식'이 됐다.
친구들은 동태찌개를 집에서 좀처럼 먹지 못한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에 비하면 나는 먹을 복이 매우 많은 사람이다. 어머니에 이어 아내가 잊을 만하면 생선찌개를 밥상에 올려주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동태찌개를 선호하지 않지만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고교동창은 귀국할 때마다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바로 '국민생선' 동태찌개이다.
생선은 육류에 비해 '콜레스테롤'이 적어 고혈압 환자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 나이 또래들이 특히 산행 후 찾는 음식 중 대표적인 것도 동태찌개이다.
우리 집은 생활비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세 식구가 세끼를 대부분 집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외식비까지 포함하면 우리 집 엥겔지수는 50%를 훨씬 넘을 것이다.

▲동태 두 마리면 세 식구가 두 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찌개가 푸짐하다. ⓒ 이혁진
동태찌개 맛의 비결은 신선한 재료 그리고...
아내 덕분에 겨울에는 동태, 대구 등 생선찌개를 자주 먹는다. 동태찌개 두 번이면 '대구탕'은 한 번 정도다. 만약 이들 생선찌개까지 외식으로 해결한다면 우리 집 살림은 벌써 거덜났을 것이다.
아내의 동태찌개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신선한 재료와 육수 그리고 양념 맛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분석하는 아내의 맛과 솜씨는 '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찌개를 뭉근한 상태에서 오래 끓여 맛을 진하게 한다.
호불호가 있지만 나는 '생태찌개'보다 동태찌개를 좋아한다. 푸짐한 찌개는 역시 두툼한 동태가 들어가야 한다.
눈 내리는 겨울, 동태찌개만큼 입맛을 돋우는 음식도 드물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얼큰한 국물은 몸을 따뜻하게 할 뿐 아니라 실내 분위기도 훈훈하게 한다.
끝으로 아내에게 곁눈질한 레시피를 공개한다. 동태찌개에 '겨울무'와 '미더덕'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것들이 빠지면 아무리 맛있는 동태찌개도 국물이 시원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