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국세청 정문 앞(자료사진, 2015년 7월 촬영). ⓒ 연합뉴스
[기사 보강: 12일 오후 7시40분]
2억 원 이상 국세를 1년 이상 내지 않은 고액·상습체납자 1만 1009명의 인적 사항이 공개됐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7조 1815억 원에 달하고, 규모로만 보면 지난해보다 1343명 늘고, 체납액도 9919억 원 증가했다.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고액 체납의 절대 규모는 줄지않고 오히려 더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세금을 가장 많이 내지 않고 있는 체납자 대부분이 부동산과 금융 등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가들이다. 이 때문에 상습체납자의 명단 공개뿐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액상습체납 7조 원 넘었지만… 14년째 수천 억 세금 내지않고 버티는 선박왕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신규 고액상습 체납 공개 대상은 개인 6848명(4조 661억 원), 법인 4161개 업체(3조 1154억 원)다. 개인 최고액 체납자는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씨로, 3938억 원을 미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체납 최고액은 권씨의 실질적인 지배회사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2132억 원)가 1위를 차지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권 회장의 역외탈세 혐의를 잡고, 4000억 원대의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14년째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이번 명단에는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뇌물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포함됐다. 김 전 회장은 증여세 등 165억 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 기업인 출신이고, 개인과 기업이 함께 조세 회피의 구조를 형성하는 모습도 띠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체납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 거주하거나 주소지를 둔 체납자가 6658명으로 전체의 60.5%, 이들 체납액은 5조 2212억 원(72.7%)을 차지했다.
국세청은 명단 공개 대상자들의 경우 압류·공매 등 강제 징수와 출국금지 조치에도 체납을 해소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산 은닉 정황이 짙다고 판단한 체납자에 대해 실거주지 수색, 사해행위취소 소송, 체납처분면탈범 고발 등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체납 명단공개 등 한계... 부유층의 조세회피 구조 여전

▲임광현 국세청장. ⓒ 국세청
또 국세정보위원회는 악의적 체납자로 판단된 6명에 대해 감치 명령도 의결했다. 감치는 형벌 부과 이전 단계의 행정 제재로, 국세 3건 이상, 2억 원 이상 체납을 1년 넘게 유지하고도 납부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체납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감치 제도가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고, 실제 집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체납을 억제하는 장치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고의적으로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강제징수와 명단공개, 출국금지 등 행정제재를 엄정히 집행하겠다"라며 "은닉재산이 드러나는 경우 강력한 재산 추적 조사와 법적 조치를 통해 조세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찾기 위한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체납액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는 최대 30억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