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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마른비만으로 살아온 멸치의 근성장 도전기. 운동하면서 접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훈수는 그만! 단백질 보충제 환영!
 근력운동
근력운동 ⓒ monicadionie on Unsplash

호모 사피엔스는 적응의 동물이다. 영하 40도의 시베리아에서도, 영상 40도의 사하라 사막에서도 살아간다. 기후와 식생 등 외부적 요소에 따라 대사를 조절하는 능력도 있다.

근육도 비슷한 방식으로 적응이 가능하다. 신체 활동이 많아지면 근육은 폭발적인 힘을 내고, 빠르게 피로를 해소하도록 발달한다. 반대로 근육을 전혀 쓰지 않을 때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손실된다. 그렇게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보낸다. 의미 없이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기에는 이러한 능력이 생존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인류사회는 신체 활동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생산인구의 절반 이상이 완력을 쓰지 않는 일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유전자는 여전히 80만 년 전과 똑같다. 신체활동이 줄었으니 근육은 알아서 쪼그라든다. 그리고 지방이 우리 몸을 뒤덮기 시작한다.

점진적 과부하, 매주 더 무겁게, 더 많이 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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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내 운동한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물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수준으로는 근육이 자라지 않는다. 근성장을 위해서는 전체 근력의 70%를 반복적으로, 꾸준히 써야 한다.

심지어 근육이 발달할 때마다 무게를 늘려 줘야 한다. 이 또한 적응하기 때문이다. 계속 같은 무게와 횟수로 운동하면 근섬유는 더 이상 굵어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피트니스의 목적이 유지가 아닌 성장에 있다면 더 많이, 더 무겁게 들 수 있어야 한다. 무게를 늘리는 것도 좋고, 횟수를 늘리는 것도 좋다. 이를 점진적 과부하라 한다.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을 당시 트레이너도 정확히 같은 말을 했다. 폼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무겁게 운동할 것. 적응하면 더 무겁게 해볼 것. 결국 매번 무거워야 한다는 얘기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영원히 늘어나는 무게를 상정해서 운동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신체 능력에는 결국 한계가 있는데 말이다. 오후 열 시의 체육관, 심심해 보이는 트레이너에게 질문을 던지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회원님이 10kg짜리 덤벨을 들고 있잖아요. 그리고 매주 무게를 늘리고 있고요. 이 추세로 운동을 20년간 한다고 치면 나중엔 체육관을 통째로 들어야 할 걸요? 무겁게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무게를 무겁게 느끼려는 노력도 필요해요."

같은 무게라도 휴식 시간을 줄이거나, 동작을 최대한 천천히 수행하면서 근육에 부담을 주는 식이다. 이를테면 팔굽혀펴기를 할 때 천천히 내려갔다 10초를 버틴 뒤 다시 올라가는 식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분에 50회를 해내던 사람도 20회를 넘기기 힘들다.

즉, 더 무겁게 들 수 없다면, 몸이 무겁게 느끼도록 만들면 된다. 어떤 경우에도 근육이 괴로우면 된다.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 선에서 고단함을 느껴야 운동이다. 당연히 고통스럽다. 피트니스의 수 많은 동작들에 죽음과 지옥을 뜻하는 '데드(dead)', '데스(daeth)', '헬(hell)'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것도, 버피 테스트와 필라테스가 재소자들을 위해 고안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삶은 곧 징벌이다.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3주 동안의 볼륨 추이. 매주 조금씩 무게가 증가함을 알 수 있다. 근성장을 위해서는 지난 주보다 더 무겁게 들어줘야 한다.
3주 동안의 볼륨 추이. 매주 조금씩 무게가 증가함을 알 수 있다. 근성장을 위해서는 지난 주보다 더 무겁게 들어줘야 한다. ⓒ 박종원

운동하는 한, 우리는 성장한다!

사실 우리가 약간의 괴로움을 감수하며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과 미용 때문만이 아니다. 운동은 20대를 지난 성인이 아직 성장 가능한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면 슬슬 몸이 퇴행한다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하루라도 날을 새면 정신을 못 차린다. 유연성도 떨어지고 쉽게 지친다. 아직 남은 인생이 한창인데, 이제 내 앞에 퇴행만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우울하다.

그런데 우리, 아직 그럴 때는 아니지 않은가! 그때 필요한 게 점진적 과부하다. 점점 더 많은 무게를 견뎌낼수록 몸은 강해진다. 골밀도가 높아지고, 근육은 단단해지며, 혈액은 더 힘차게 순환한다. 그만큼 퇴행은 더뎌지고, 신체나이는 한층 어려진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아직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엔 괴로움이 따라온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한계에 도전하라' 따위의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간은 퇴행에 취약한 동물이기에 성장의 기쁨 또한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매 순간 작게나마 도전할 수 있는 의지와 적응력이 있기에 우리는 최대한 오래도록 성장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피트니스#건강#헬스#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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