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 AP Photo/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202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신변 안전 문제로 시상식 현장에는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마차도는 시상식과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안전한 상태이며, 추후 오슬로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래 그는 오슬로 시청에서 열리는 시상식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행사에는 딸 아나 코리나 소사 마차도가 대신 참석해 연설을 낭독했다.
노벨위원회 요르겐 바트네 프리드네스 위원장은 시상식 연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아래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언급하며, 시민과 야권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비폭력적·민주적 저항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마차도가 선거 감시와 시민 조직화, 투표 참여 촉진 등 민주적 도구를 활용해 시민 캠페인을 이끌어왔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활동이 노벨평화상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긴 여정"
연설을 대신 읽은 딸을 통해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걸어온 여정을 되짚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다양한 문화의 융합 속에서 탄생했으며, 1811년 스페인어권 최초의 헌법을 통해 인간의 존엄, 시민권, 종교 자유, 권력 분립을 선언한 나라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마차도는 "우리 조상들은 자유를 등에 지고 대륙을 횡단했다. 자유는 나눌 때 완전해진다는 믿음이 우리 정신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때 베네수엘라가 교육과 문화, 과학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고, 에너지 자원과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우리는 상상하던 많은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1999년 이후 독재적 통치가 강화되며 민주주의가 붕괴했고, 부패와 공포가 일상화됐다며 "석유 수익은 발전이 아니라 통제의 도구가 되었고, 경제는 무너졌으며,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열린 상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민의 힘을 신뢰하며 국민과 함께 움직였다고 강조했다. 2023년 예비선거 이후 교통과 통신이 제약된 상황에서도 전국을 돌며 희망을 전했다. 그는 "흩어진 가족들은 하나의 목표로 다시 모였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마차도는 2024년 야권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나, 정부는 과거 행정 조치를 이유로 그의 대선 출마를 금지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지적했다. 이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며 야권 인사들이 체포되자, 그는 신변 위협을 느끼고 은신 생활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와 야권 후보를 지원하며 선거 감시·투표 참여 운동을 이어갔다.
연설 마지막에서 그는 "이 상은 자유를 위한 우리의 싸움이 전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라며 "민주주의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며, 자유는 매일 새롭게 선택해야 하는 가치다"라고 전했다. 이어 "베네수엘라는 다시 숨 쉬게 될 것이며, 부당하게 감금된 이들은 해방될 것"이라며 국민과 가족의 회복을 향한 희망을 전했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독재 속 민주주의 상징으로 국제적 인정
마차도는 수상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이 영예를 "부분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앞시 트럼프는 스스로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외세 개입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마차도는 미국 보수 진영 일부와 함께 마두로 정권이 범죄 조직과 연계돼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미국 정보기관이 이에 의문을 제기한 보도도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카리브해와 중남미 태평양 연안에서 마약 밀매 혐의 표적에 대한 군사 타격을 여러 차례 진행해 인권단체와 일부 국가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군은 미국의 공중·지상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게릴라식 저항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차도는 출마 금지와 정치적 탄압 속에서도 시민사회와 함께 선거 감시·참여 운동을 이어간 점이 높이 평가되어 2025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을 향한 국제적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민주주의 운동에는 상징이 필요하다. 이번 수상은 국제사회가 마차도를 그 상징적 인물로 인정한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