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년 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지난 9월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최말자는 무죄다"를 외치고 있다. 최씨는 6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세계인권선언 77주년을 맞아 부산의 인권단체가 꼽은 '인권뉴스' 첫 번째는 61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받아 낸 최말자씨 사건이었다. 인권활동가들은 "뒤늦게 정의를 실현한 이 사안은 여성 인권의 기준을 다시 확인한 과정"이라며 최씨의 용기와 그 성과에 강한 연대감을 표시했다.
이주민·인권·장애인·교육·여성·노동 등 지역의 수십 개 단체가 참여하는 부산인권정책포럼은 최씨 사건을 포함한 '2025년 부산의 인권 5대 뉴스'를 10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 사이 사흘간 인권활동가 100명에게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물이다.
"정의 실현, 여성 인권의 기준 재확인"
내용을 보면 '56년 만의 미투, 61년 만의 재심 무죄'로 알려진 최말자씨 사건이 1위를 차지했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는 남성에 맞서 혀를 깨물었단 이유로 최씨는 당시 '중상해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숨죽여 가해자의 삶을 살았던 그는 미투(#MeToo) 운동이 확산하자 2020년에야 용기를 내어 다시 사법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재심청구 기각에 기각을 거치며 수년이 흘러갔고, 지난해 말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다시 재판받을 기회를 끌어냈다. 이후 검찰은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맞았다"라며 반성문과 동시에 무죄를 구형했고, 부산지법 1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판결은 항소 포기가 확정돼 완전히 무죄로 결론 났다. 인권활동가들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은 정의 실현"을 환영했다.
3명의 여고생이 숨진 브니엘예고 사태와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반얀트리 화재 참사는 각각 두 번째, 세 번째 뉴스에 올랐다. 지난 6월 부산 금정구 브니엘예고 무용과 학생들이 목숨을 던진 사건이 벌어졌는데, 활동가들은 학교 안 청소년들의 인권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바라봤다.
부산 기장군의 5성급 호텔 리조트를 짓는 과정에서 불이나 6명의 노동자를 앗아간 반얀트리 참사도 심각한 인권 침해 사건이었다. 사람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일터의 문제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는 평가다. 아직도 재판이 진행되는 탓에 1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활동가들은 "이를 해결하는 게 우리 사회의 여전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혐오·차별을 조장한 펼침막(현수막) 난립도 네 번째 뉴스가 됐다.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 중인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를 옹호하는 극우세력이 곳곳에 내건 펼침막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가짜뉴스로 혐오를 넘어 인종차별까지 조장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야 할 지자체와 선관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활동가들의 판단이다.
사회적 논란거리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변화를 끌어낸 결정도 5대 뉴스의 뒷부분을 채웠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지원이 부족하단 지적에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시는 우리나라 국적이 아닌 이주 아동(3~5세)에게까지 보육료 적용의 범위를 넓혔다. 비록 0~2세 아동은 빠져있지만, 활동가들은 "의미있는 변화이며 앞으로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돌봄·교육이 제공돼야 한다"라고 계속 전진을 당부했다.

▲부산인권정책포럼이 10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2025 부산의 인권 5대 뉴스를 발표하고 있다. 현장에는 성폭행 저항에도 가해자의 삶을 살다 지난 9월 61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받아 낸 최말자씨도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