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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10 13:42최종 업데이트 25.12.10 13:42

길고양이 밥그릇을 지키는 사람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6월부터 아파트 단지에 다시 길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햇살 좋은 오후가 되면 다양한 색의 길고양이들이 우리 집 1층 창가 앞으로 모여든다. 내가 집 안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보며 '냐옹' 하고 울던 방문객들은 존재를 알리는 고양이들이었다. 처음에는 잠깐 들렀다 가는 줄 알았지만, 어느새 단골처럼 집 앞을 지키는 작은 손님이 되었다.

놀이터 주변에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던 고양이들은 어느새 일상 풍경이 되었다. 6월의 끝자락에 옆 동에 사는 고양이 돌봄 활동가를 우연히 만났다. 오랜 경험이 있는 그는 급식소 설치를 제안했다. 함께 상의한 끝에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 아래 조용한 급식 자리를 마련했다.

길고양이 밥자리 우리 집 실외기 아래
길고양이 밥자리우리 집 실외기 아래 ⓒ 황윤옥

고양이들의 밥자리를 마련해 주자, 노란 고양이 두 마리였던 아이들이 지금은 일곱 마리가 넘는다. 사료 냄새를 맡고 온 것일 수도 있고, 배고픈 아이들이 입소문을 듣고 온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산책하며 사료와 물을 채우는 일을 맡았다. 작은 돌봄이지만 꾸준함이 중요했다.

길고양이 노란 털을 가진
길고양이노란 털을 가진 ⓒ 황윤옥

하지만 길고양이 급식은 늘 순탄치 않다. 4년 전 이미 큰 갈등을 겪었다.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에 급식소를 설치하고 5년간 길고양이를 챙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주민의 민원을 받은 관리소 직원이 집을 찾아왔다.

"고양이가 그렇게 좋으면 집에 데려다 키우세요"라는 말은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결국, 급식소를 당장 철거해야 했다. 그 무렵 나타난 아기고양이는 나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밥자리는 없었지만, 사료를 주고 다 먹으면 흔적을 지우듯 밥그릇을 치웠다. 태풍이 온다는 일기 예보가 나오던 날,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지금 우리 집 둘째가 된 고양이 이야기다.

우리 집 둘째 길에서 데려온
우리 집 둘째길에서 데려온 ⓒ 황윤옥

그 이후로는 길고양이 돌봄은 조심스럽고 두려운 일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불편을 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6월부터 다시 시작된 인연은 활동가와의 작은 연대 덕분이었다.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서로 약속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의 조용한 연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저녁 방송에서 이런 안내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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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관리소는 사료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고, 활동가는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 두었다.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렸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피해를 호소하고 동물 보호 활동가들은 생명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공존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선 지정된 장소에서만 급식을 제공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자체와 연계한 중성화 방안을 확대해 개체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활동가님과 같이 의논해서 지난 8월에는 아파트 안팎의 길고양이 몇 마리를 중성화시켰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는 중성화가 이루어진 개체군은 영역 다툼이 줄고 울음소리나 공격성도 크게 감소한다며 이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체계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성화 절차는 비교적 명확하다. 각 구청 동물 관련 부서에 신청하면 구조 관련 위탁업체에서 연락이 온다. 지역 정보와 고양이 정보를 전달하면 신청한 사람과 포획 일자를 정하고 포획 틀을 설치한다. 포획된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 후 회복 기간을 거쳐 원래 있던 지역으로 방사된다. 지자체마다 방식이 다소 다르므로 사전 문의는 필수다.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던 지난 4일이었다. 청소하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가 낯선 광경을 보게 되었다. 새로 부임한 관리실 직원이 밥자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급식소에 가 보니 예상대로 밥그릇이 사라진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갔을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저릿했다. 늦은 저녁 다시 밥자리를 보러 나갔다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행히 활동가가 조용히 밥그릇을 놓아두었다. 그제야 마음이 다시 편안해졌다.

굶주린 생명을 보면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람들이 조금만 배려하면 같이 살 수 있다. 정해진 곳에 먹이를 주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된다. 거창한 정책보다 작은 접시 하나를 지키는 일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때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길고양이#밥자리#중성화#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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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 재학 중, 브런치 스토리 작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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