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예견된 비극이었지만, 추모 1주기를 앞둔 현재까지 방관과 무관심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습니다. 12월 1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에 두 번 연재되는 여덟 편의 추모 시를 통해 책임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과 처벌을 요구하고, 유가족들에게는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덟 편의 시는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2024년 12월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하얀 국화가 놓여 있다. ⓒ 연합뉴스
마중
- 맹재범
입국장 문은 열리지 않았다
폐쇄해야 할 것은 문이 아닌데
무책임과 거짓과 무관심에
붉은 경고문을 붙여야 하는데
슬픔은 너무 오래 방치되고
곳곳에 우리의 재회를 방해하는 것들이
높은 둔덕을 쌓고 있다 성벽처럼 단단한
저 둔덕 위에서 노려보고 있다 지켜보고 있다
단단한 성벽
오래된 성벽
풍경인 척 순응하고 망각하게 만드는
얼마나 비겁한 성벽인가
그러나
단단한 슬픔은 벽보다 묵직하다
밀어야 열리는 문
온몸으로 밀어야 하는 문
아교처럼 슬픔을 엮어 밀어야 하는 문
너무 지연된 약속이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
부딪쳐서 활짝 열자
하루도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있어서
우리의 슬픔은 단단하다
굳게 닫힌 입국장 문이
슬픔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열릴 때까지
우리는 여전히 마중하는 중이다
시인_맹재범 : 202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