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예견된 비극이었지만, 추모 1주기를 앞둔 현재까지 방관과 무관심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습니다. 12월 1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에 두 번 연재되는 여덟 편의 추모 시를 통해 책임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과 처벌을 요구하고, 유가족들에게는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덟 편의 시는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1월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제탑 모습. ⓒ 김형호
아무리 아무도
- 배수연
우리 비행기 놀이를 하자 비행기를 접고 비행기를 날리자 네가 든 비행기도 정말 비행기지? 라고 묻지 말자 내가 탄 비행기도 정말 비행기지? 라고 묻지 말자
이곳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자 여기서 비행기를 날릴 수 있어? 여기서 비행기가 멈출 수 있어? 이 비행기가 저 비행기를, 잡을 수도 있어? 비행기 속으로 비행기가 우르르 빨려 들어갈 수도 있어? 라고 묻기도 전에
한쪽을 구기자 반대쪽이 더
한쪽을 기울이자 반대쪽이 더
이곳에서 비행기 놀이를 한다 다시는 비행기라는 단어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길 때까지 다시는 비행기를 쥐고 휘웅 하며 놀지 못하는 땅이 생길 때까지 비행기 소리에 귀가 먼 새들이 눈물도 없이 녹아버릴 때까지 아무리 불러도 아무도, 아무리 찾아도 아무도, 아무리 울어도 아무도, 아무리 달려도 아무도, 아무리 휘저어도 아무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떠난 존재가 없다
시인_배수연: 2013년 <시인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조이와의 키스> <가장 나다운 거짓말> <쥐와 굴>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