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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 덕후가 타자기 가방 수선과 먼지덮개 제작을 고민하다가 가방소공인지원센터 봉제교실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센터가 전국에서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아버지봉제교실 실습시간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의 아버지봉제교실의 실습시간 모습. ⓒ 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
"드르륵!~ 드르륵~! "
굵직한 재봉틀 바늘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솔직히 좀 무섭다. 바늘은 원단의 아래위를 오가면서 실을 한 땀 한 땀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박음질로 탄탄해진 원단은 한 칸 한 칸 당당하게 앞으로 전진해 나간다.
재봉틀 아래에서는 긴장 가득한 다리가 발판을 밟고 있다. 발가락 아래 발바닥의 앞 축으로 힘 조절을 하며 원단이 폭주하지 않도록 페달을 지그시 밟아준다. 위에서는 원단의 외도를 막기 위해 손가락으로 원단을 눌러 조심스럽게 잡아주고 있다.
무섭지만 재미있다. 재봉틀의 박음질 소리가 마치 타자기 타이핑을 할 때 활자대가 둥글대 위 종이를 때리는 타건음처럼 기계가 오차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소리가 묘한 신뢰감과 심리적 안정감 준다.
여기는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신월동이지만 강서구 화곡동 같은 느낌의 위치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가 있다. 센터는 이 건물의 3층과 지하 1층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하는 '아버지봉제교실'은 지하 1층 교육장에서 진행된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처음 보는 다양한 기능의 재봉틀들이 나를 반겨준다.

▲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 작업실 전경가방제작 지원에 필요한 다양한 기종의 재봉틀이 구비되어 있다. ⓒ 강득주
입구에 들어서면 동공이 확장되며 재봉틀 규모에 시선을 압도당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센터 지원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다양한 가방 샘플과 시제품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교육장은 재봉틀의 도열을 지나 안쪽에 있다. 센터장과 교육담당 매니저, 강사 세 분이 인사로 반겨주신다.
교육장에 입장하기 전에 출석부에 사인을 하고 들어간다. 지각과 결석 관리는 철저하다. 무료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간 오산이다. 4주 만에 가방 2개를 완성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라, 성실한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상반기에 진행된 1기에도 그랬고, 2기에서도 참석자들은 성실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 또한 놀라웠다.
주말 늦잠 반납한 아빠들 "지각·결석은 없다"
토요일 아침 8시. 주중에 쌓인 생업의 피로를 늦잠으로 만회하면서 따뜻한 이불속에서 뒹굴 거려야 할 시간이다. 꿀맛 같은 주말 아침의 늦잠을 포기하고, 같이 안 놀아 준다는 아이들의 눈치를 뒤로 하고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센터로 향한다.
지난 11월 15일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 4주 일정으로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아버지봉제교실 2기'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미 상반기에 아버지봉제교실 1기를 수료했고, 이번에 2기에 다시 신청을 하였다. 아버지봉제교실 참여 인원은 9명. 참가신청은 선착순 접수이다. 참가는 양천구 거주자만 가능하고, 거주자 증빙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아버지봉제교실의 평균 연령대는 조금 높아 보인다. 퇴직 후 인생 2막을 준비하시는 분이나 이미 퇴직을 하신 인생 선배분들도 보이고, 30대로 보이는 젊은 아빠도 있다. 40,50대 아빠들까지 참가자들의 연령대 폭이 다양하다.
일일이 참가자들의 신청 사연을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날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바로는 배우자에게 등 떠밀려 강제 신청을 당해서 나오신 분도 있었고, 창업을 위해 재봉틀을 배우러 나온 분도 있다. 필자는 타자기 가방 수선과 먼지덮개를 자급자족 해 보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참가자들 저마다 각각의 관심사와 목적이 있었다. 주말 이른 아침에 참가자들이 지각 없이 교육장에 먼저 도착해서 재봉틀 연습을 하는 부지런함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상반기에 했던 1기 아버지 봉제교실에서는 첫째 날 '에코백'으로 기본기를 다지고 나머지 3주 동안 '백팩'을 제작을 배웠다. 재봉틀을 처음 배워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성취감 때문인지 에코백은 항상 애용하는 나의 최애 가방이 되었다.
백팩은 초등학생인 큰 아들이 마침 1학년 때부터 사용하던 가방을 교체해 줄 시기와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면서 아주 잘 사용되고 있다. 가방의 크기도 지금 체구에 딱 맞았다. 등교하는 아이의 등에 있는 가방을 보면 아직도 뿌듯함 끓어오른다.
현업 전문가의 깐깐한 지도… "실전 감각 익혀"

▲아버지봉제교실에서 만든 슬링백과 크로스백과 백팩25년 하반기 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 아버지봉제교실 과정을 통해 2종의 가방을 완성했다. 1기 과정에서 만든 백팩은 지금 첫째아이가 메인 가방으로 잘 쓰고 있다. ⓒ 강득주
그리고 이번 2기 교실에서는 필자를 포함해 1기에 참여했던 유경험자가 3명이고, 나머지는 신규 참가자이다. 2기 아버지봉제교실에서는 크로스백과 슬링백의 제작을 배우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으로 선정이 되었다고 한다.
강사님은 1기에서 수업을 해 주셨던 강사님이 2기에도 강의를 맡아 주셨다. 강사님은 유명 브랜드 샘플을 제작하는 현업 전문가셨다. 전문 강사가 아니라 말솜씨는 조금 투박할지 몰라도, 현장의 '실전 감각'이 살아 있어 실력을 키우는 데는 오히려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재봉틀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초보임에도 고성능의 공업용 재봉틀을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필자는 두 번째 참가라서 그런지 이제 공업용 재봉틀이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제는 오히려 집에 있는 가정용 재봉틀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가방을 제작하는 과정에 원단을 재단하는 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매 회차 3시간 동안 진행을 하는데, 3시간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가방을 제작하는 원단은 이미 재단이 되어 키트 구성으로 제공이 되고, 각 공정별로 필요한 재료를 꺼내어 강사님의 시범과 설명으로 듣고 똑같이 따라서 만든다.
참여의 목적은 제각각 다르지만 재봉틀을 대하는 열정은 모두 다 하나같이 진지했다. 강사님의 열정도 대단했다. 현업에서 활동하셔서 그런지 완성도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어서 그런지 박음질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는 가차 없이 실밥을 다시 뜯어서 풀고 박음질을 다시 해야 한다.
제품의 질적 완성도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프로정신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내가 제대로 배우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실력이 조금씩 성장함을 느꼈다.

▲재봉틀로 가방 제작 교육 모습아버지봉제교실 참가자들리 강사의 시범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 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
가방 너머 '노동의 땀' 가치 배워
이 과정에서 정말 내가 얻어가는 것은 단순하게 완성된 가방 2개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가방'이라는 물건 뒤에 숨어있던 '노동과 땀의 가치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재봉틀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강사님이 제작 과정 설명을 위해 모이라고 하면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강사님의 재봉틀로 모여 강사님을 둘러싸고 서서 강사님의 설명과 손놀림을 관찰한다. 머리로는 설명을 듣으며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눈으로는 박음질이 되는 과정을 살핀다.
매니저님이 시범 과정을 촬영해 단톡방에 올려주지만 소용없다. 분명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막상 내 자리에 앉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이놈의 기억력. 50대 아빠의 비애다. 단톡방에 올려진 영상을 보고 주섬주섬하고 있으면, 그 엉성한 손놀림은 어느새 레이더 같은 강사님의 눈에 포착이 된다.
(도움을 청하는) 손을 들지도 않았지만 다가오셔서 팁을 주시거나, 직접 시범을 다시 보여주시고 스~윽 가버리신다.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강사님이 지켜보시다가 뭔가 끄덕이며 그냥 지나가실 때다.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뿌듯한 기분이 든다.

▲박음질이 잘 못되어 실밥을 다시 뜯어낸 경우가방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박음질이 잘 못되었을 경우는 실밥을 다시 뜯고 다시 박음질을 한다. ⓒ 강득주
하지만 박음질이 항상 잘 되지는 않는다. 특히 가방에서는 난도가 높은 부위가 있다. 그럴 때면 서너 번은 실을 다시 풀고, 박음질을 하는 반복의 연속이다. "어차피 내가 쓸 건데..." 상품으로 판매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런 마음이 타협에 들게 한다. 하지만 결국 다시 뜯고 제대로 박음질된 결과를 보면 "역시 다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가방을 들고 집에 가져갔을 때, 배우자와 아이들이 가방을 보면서 퀄리티에 놀란다. 허세가 발동하여 강사님이 도와주신 부분도 많았지만 마치 내가 힘든 과정을 다 이겨내고 만든 것처럼 모험담을 풀어내기 시작한다(하지만 배우자는 이미 알고 있다).

▲봉제교실에서 배운 실력으로 완성한 타자기 먼지덮개아버지봉제교실에서 배운 감각으로 집에 와서 목적대로 타자기 먼지덮개를 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강득주
전체 4주의 과정이 끝이 났다. 꿀맛 같은 주말 아침 늦잠을 다시 찾았다. 아버지봉제교실 덕분에 필자는 강좌의 참가 목적을 달성해 가고 있다. 집에서는 가정용 재봉틀이라 작업 여건이 교육장보다는 못하지만, 원단을 구매하여 직접 재단과 박음질을 하면서 먼지덮개를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타자기동호회에서 알렸더니, 어떤 회원은 이미 선주문 예약이 들어 올 정도이다. 아마도 2026년 상반기에 다시 아버지봉제교실이 열릴 것이다. 입소문이 퍼져서 선착순 접수가 어려워 질까 걱정도 되지만, 다음 강좌에서는 어떤 아이템을 배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버지봉제교실 참가자들참가자들이 강좌 마지막날 완성된 가방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
| 양천구가방소공인지원센터는? |
양천구 신월5동에 위치한 이 센터는 가방 제조 소공인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조성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시설이다. 지역 소공인에게는 일감 연결, 제품 개발, 촬영 등을 지원하며, 예비 창업자와 일반인을 위해서는 다양한 무료 교육을 제공한다.
* 주요 시설: 3층 스마트 공방(자동 재단기 보유), 지하 1층 공동 작업장(전자 간도매, 컴퓨터 재봉틀 등 특수 장비 보유 / 사전 예약 시 무료 이용 가능)
* 교육 프로그램: (정규) 가방 봉제 실습, 가방 패턴, 2D 캐드 교육 / (단기) 전문가 과정, 원데이 클래스, 세무 교육 등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 매거진 <타자기이야기>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