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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평생의 숙제로 생각하는 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책 다이어트가 평생의 난제다. 사람들은 말한다.

"좋은 도서관 놔두고 왜 굳이 책을 사?"

도서관 책은 내 책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을 때 줄을 칠 수 없고,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도 반납할 때는 모두 원상 복귀를 해야 한다. 예쁜 옷을 입어만 보고 구입하지 못하고 벗어야 하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애틋한 심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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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학교를 다닐 때 많은 책을 빌려서 보고, 발췌할 때 매우 유용하다. 혹은 시간이 떴을 때 킬링 타임으로 최적의 장소이다. 그렇지만 한 권을 깊숙이 읽고 소통해야 하는 책으로서는 부적합하다. 빌린 책은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책을 구입한다.

매년 책 정산을 통해 1년 동안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를 가늠한다. 뿌듯하면서도 한켠에서는 정리에 대한 부담이 밀려온다. 어떤 책은 반드시 방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책마다 그 책을 읽을 때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스토리가 저마다 아우성치며, 자기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때문에 책 다이어트는 미슐랭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보고 뭘 먹을지 고르는 만큼 어렵고 힘들다.

 매달 남편에게 받은 책 선물
매달 남편에게 받은 책 선물 ⓒ 박이연

올해는 북클럽에서 읽을 책들을 남편이 생일 선물로 주문해 주었다. 매달 받는 책 선물이 생각보다 기쁘고 설렜다. 선물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만큼이나 좋았을까? 귀찮았을까? 국문과 출신의 남편은 아내가 읽는 책을 가끔 힐끗힐끗 쳐다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런데 책 선물을 한 후, 필자에게 소감을 묻고 출퇴근용 책으로 선택해서 가방 속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윈윈인 셈이다.

 필자가 구입한 책
필자가 구입한 책 ⓒ 박이연

북클럽 이외에 필자가 읽고 싶은 책은 스스로 구입을 했다. 이렇게 양쪽에서 책을 구입하다 보니 어느새 책장 한켠이 차고 넘쳤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전자책 좋아. 부피 차지도 안 하고."

촌스러운 나는 책의 질감과 냄새, 촉감, 부피감 그리고 책 넘김이 좋다. 전자책은 이런 부분에서 충족이 안 된다. 비소설의 경우는 전자책도 유용할 듯 하지만,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책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서 전집류의 책들이 빠지면서 내 공간이 늘어난 것이다. 버리기 아까운 몇몇의 동화책들과 언젠가는 아이들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남겨놓은 책들이 빼곡하다. 무엇을 버려야 할까?

20년 된 전공서적. 먼지가 켜켜이 쌓인 내 20대의 상징인 책들을 결혼하면서부터 이고 지고 이사 때마다 고민하며 여태 책장 한켠에 두었다. '그 시절이 그리워서, 언젠가는 볼 수도 있으니까, 원서니까' 갖은 이유를 대며. 그러나 이제 때가 왔다. 그들과 작별할 시간.

아마도 필자는 그 책을 꺼내면서 또 한참을 들여다보며 '진짜, 꼭 버려야만 할까?' 고민을 수십 번 할 것이다. 2026년에 새롭게 만날 싱싱한 책을 기대하며 묵은 책은 과감하게 안녕을 고해야 한다. 새로운 책들로 내 책장이 또다시 뚱뚱해지며 이맘때쯤 다시 책 다이어트를 위해 고민할 것이다. 내 마음이 살찌는 책장 다이어트는 언제나 행복하다.

2025년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다음과 같다.

- 시

기형도 <입속의 검은 잎> : 중등 교과서에 실린 '엄마 걱정'은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 먹먹해지도록 아름다운 시다. 엄마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내 모습이 찬밥처럼 방에 담겨 있었구나. 그 외에도 '입속의 검은 잎', '빈집', '질투는 나의 힘' 같은 시들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를 질문하는 듯하다.

- 소설

양귀자 <모순> : 1998년에 출간 된 책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인생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과 위로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40대인 필자에게도 인생 지침이 될듯한 문구들이 많아, 끊임없이 줄을 쳤다. 2026년에는 이 책을 필사할 예정이다. 이 책은 10대부터 전 연령의 독자들에게 그들의 삶에 좌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찰스디킨스 <데이비드 코퍼필드> : 최고의 이야기꾼이 한 남자의 잉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그렸다. 장편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책이 두껍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 비소설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 책 표지가 상큼하고, 양장본으로 되어 있어 책장에 꽂아 놓았을 때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직장생활을 비롯한 다양한 인관 관계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과 사고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분석 해 주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행동경제학의 바이블로 다소 딱딱하지만 한 번쯤 읽어 봄직한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 스토리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h20514)


#독서#책#책다이어트#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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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연 (h20514) 내방

전직 언어재활사입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와 학교폭력, 장애인 인식 개선 관련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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