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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 연합뉴스

쿠팡에서 이용자 3370만 명의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 중이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역시 수사를 시작한 가운데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법무법인들의 '집단소송 모집 광고 경쟁'이었다.

"3만 원만 내면 최소 10만 원은 받을 수 있다." 쿠팡 피해자 집단소송 모집 글에서 처음 본 문구였다. 나는 그 말을 믿고 한 법무법인에 착수금 3만 원을 송금했다. 개인정보를 탈취당한 것도 억울한데, 그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받기 위해 또다시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지만, '집단소송'이라는 말이 주는 기대감이 더 컸다.

그런데 신청을 마친 지 두세 시간이 지나자, 포털과 SNS에는 더 자극적인 조건의 모집 글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착수금 2만 원에 최소 20만 원 배상을 내세운 곳, 착수금 없이 위자료의 30%를 성공보수로 받겠다는 곳, 1만1000원 착수금에 성공 보수 20%를 제시하는 곳까지 조건은 제각각이었다.

피해자들이 지금 '배상 쇼핑'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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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SNS, 온라인 게시판 등지를 확인한 결과, 쿠팡 집단소송 관련 모집 글은 30건 이상 게시돼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착수금 0원, 성공보수 30%', 일부는 '착수금 1만1000원, 성공보수 20%', 또 다른 곳은 '착수금 22만 원, 민사·형사 병행' 등 조건이 서로 크게 달랐다. 동일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비용과 보상이 동시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게시글에는 구체적인 손해배상 산정 근거, 성공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지표, 패소 시 비용 부담 구조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마감기한', '선착순' 등의 문구가 반복되다 보니, 피해자들에게 '늦으면 소송에 참여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조장해 우선 입금부터 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부 법무법인은 쿠팡에 더해 최근 개인정보 유출 및 해킹 사고가 발생한 여러 사건을 묶어 착수금 없이 승소 시 10%만 받겠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또 어떤 곳은 같은 쿠팡 사건을 두고 민사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소를 병행하겠다며 9만9000원, 22만 원의 착수금을 제시했다.

착수금을 낸 뒤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이후 더 낮은 착수금이나 다른 조건의 모집 글을 접했을 때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까지 함께 신청해 온 가족이 낸 집단소송 착수금은 10만 원을 넘겼다. 정보가 유출된 것도 억울한데, 소송에 참여하는 방식과 비용을 두고 또 한 번 더 저렴한 착수금과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한 경쟁이 펼쳐진 셈이다.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의 홍보 문구를 보고 집단소송에 신청한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착수금과 성공보수 비율 때문에 '누가 더 손해를 봤는가'를 두고 웃고 울게 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 사태는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벌어진 초대형 사고다. 6월 24일부터 5개월 가까이 쿠팡 서버에 비인가 접근이 이뤄졌고, 고객 이름, 이메일, 배송지 주소부터 전화번호, 공동현관 출입번호, 주문 내역 등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되었다고 쿠팡은 밝혔다.

피해자인 내가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집단소송의 상황은 '피해 구제 절차'에 대한 안내가 아니라, '어느 법무법인이 더 유리한 조건을 내걸었는가'를 비교하는 일이었다. 포털에는 "쿠팡 집단소송, 어디가 좋나" 식의 비교 정보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피해자를 위한 안내보다, 로펌별 조건 비교가 더 먼저 앞서 나간 모습이었다.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 게시된 일부 집단소송 모집 글에는 "최소 ○○만 원", "무조건 배상"과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이 마치 배상 쇼핑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피해자가 비용과 선택의 불안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

 박대준 쿠팡 대표(왼쪽)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대준 쿠팡 대표(왼쪽)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문제의 핵심은 피해자들이 지금 겪고 있는 혼란이 단순한 개인의 판단 착오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자는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화면에 뜨는 숫자와 조건 만을 비교하며 선택을 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수천만 명이 영향을 받는 초대형 사고에서, 피해자들은 정보 부족 속에서 각자 '덜 손해 보는 선택'을 스스로 계산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나는 지금도 집단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동시에 이 과열된 모집 경쟁의 한복판을 직접 지나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글은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기보다, 나처럼 아무 정보 없이 집단소송에 뛰어들었다가 또 다른 혼란을 겪는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기록이다. 개인정보를 유출 당한 피해자들이 또다시 비용과 선택의 불안을 떠안지 않도록, 지금의 구조는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은 이제 막 시작됐다. 집단소송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 자체는 사법 절차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소송이 '누가 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낮은 착수금과 더 자극적인 배상액을 앞세워 피해자를 먼저 모으는가'의 경쟁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꽤나 유감스럽다.

#쿠팡#집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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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 예술학 rechercher, (MAESBA, 소르본 박사수료) - 현대미술가 - 미술심리상담사 - 국제 철학저널의 논문 심사자 - ENA 자격으로 유럽기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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