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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3년 전 식당에서 곰탕을 드시고 있다.
아버지가 3년 전 식당에서 곰탕을 드시고 있다. ⓒ 이혁진

아버지와 '겸상'하면서 건강을 살핀다

은퇴 후 집 살림을 거들면서 고령의 아버지(96) 동태를 두루 살피는 것도 나의 주요 일과다. 그중 하나가 식사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나는 하루 두 끼 아침과 저녁은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고 있다. 모시고 살면서 아버지 혼자 식사하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의 집에 있는 주말과 휴일에는 세 끼도 아버지와 마주한다. 외출했다가도 웬만하면 아버지 식사에 맞춰 귀가하고 있다. 서로 이야기는 많이 나누지 못해도 식사하면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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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식사하면 아버지의 식습관과 저작능력 등 건강상태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다니는 대학병원 노년내과 주치의도 "어르신이 식사하는 것만 유심히 지켜봐도 전신건강과 영양상태는 물론 인지능력까지 파악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아버지가 드시고 싶은 것을 간간이 질문하기도 한다. 아내가 열심히 아버지 먹거리를 챙기지만 아버지의 욕구가 따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우리 부자처럼 거의 매일 함께 식사하는 가정이 그리 많다. 아버지와의 식사는 아버지의 건재와 자식의 사랑을 서로에게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편 아버지는 국과 찌개가 없으면 식사를 하지 못한다. 평생 지켜온 식습관이다. 해서 아내의 국물 레시피는 무척 다양하다. 그럼에도 아내는 매끼 국을 대령하는 것이 때로는 힘들다고 한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의 그런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버지와 달리 나는 밥상에 국이 없어도 괜찮다. 아버지 덕분에 국을 먹는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국은 하나 있다. 콩나물국이다. 국에 밥을 말아 시원하게 먹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그러나 콩나물도 다듬는 일이 만만치 않아 아내에게 좀처럼 부탁하지 않는다.

이러한 아내의 식단 고민을 덜기 위해 묘안을 짜낸 것이 누룽지 조찬과 떡과 빵이나 과일 위주의 서양식이다. 이때는 국을 준비하지 않아도 돼 아내가 반기는 식단이다. 사실 이것도 내가 막상 준비해 보니 손이 많이 가는 걸 알았다.

저녁식사마다 아버지에게 '막걸리 한 잔' 따라드리는 것도 중요하다. 공깃밥을 반으로 줄이는 대신 막걸리를 드시는 것이다. 건강 반주로 시작했는데 벌써 몇 년 됐다. 식사를 끝내고 막걸리를 주욱 들이켜시는 아버지 모습은 이제는 익숙한 장면이 됐다.

입맛 없으실 때는 외식 제안

 아버지가 가끔 찾는 돼지족발,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입맛과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버지가 가끔 찾는 돼지족발,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입맛과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이혁진

그런데 요즘 며칠 아버지가 입맛을 잃어 심란하다. 잘 주무시고 건강한 생활을 하시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니까 자식으로서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이런 징후는 여럿이다. 식사하는 속도가 빠르다. 보통 식사시간이 20분 정도인데 10분 이내로 끝내는 것이다. 노환으로 복용하는 여러 약을 거를 수 없어 서둘러 밥을 삼키는 것이다.

어떨 때는 밥과 국에다 초장만 드신다. 다른 찬들이 있어도 손대지 않는다. 소화가 안 되거나 어딘가 속이 불편해 이를 해소하려는 아버지 나름의 소식법이다. 이런 경우 나는 아버지에게 특별히 드시고 싶은 것을 여쭈고 있다. 아버지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이때 콕 집어 말하면 마음이 놓인다. 드시고 입맛을 살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돼지족발이다.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가 부드러운 족발고기로 영양을 보충하고 힘을 내보려는 것이다. 내가 종종 족발을 사드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족발도 드시고 싶다는 말씀이 없다. 아버지가 선호하는 곰탕과 추어탕 식당도 마다하고 귀찮아하는 표정이다. 챙겨 드시던 간식도 멀리하고 있다.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데 식사를 못 하니 정말 난감한 일이다.

 어제 아버지와 함께 추어탕을 먹었다.
어제 아버지와 함께 추어탕을 먹었다. ⓒ 이혁진

아버지는 잠시라도 건강을 살피지 않으면 위험한 고령이시다. 3일째 경로당도 안 가시고 드시는 식사가 부실하니 우울하고 거동이 힘겨워 보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어제는 외식으로 추어탕을 제안했다. 그런데 웬걸 "가서 먹어보자"며 기꺼이 내 청을 들어주셨다.

점심때 자주 가는 추어탕 식당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추어탕을 밥과 함께 모두 비웠다. 약주도 몇 잔 드셨다. 양껏 식사하는 걸 보니 기력을 곧 회복하실 것 같은 예감이다. 자식으로선 이 순간만큼 흐뭇한 일이 없다.

아버지 연세에 스스로 운동하고 약 챙겨 드시고 식사를 잘하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아버지가 평소처럼 입맛이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나 또한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즐겁다. 전문가들은 노인건강의 시작은 균형 잡힌 식사라고 한다. 고령의 부모님이 계시다면 식사를 잘하시는지 건강과 안부를 살필 일이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겸상#막걸리#입맛#고령#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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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살림하는 남자’(은살남)

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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