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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성호

지난 3일, 전 대통령 윤석열의 12.3 불법비상계엄 사태가 1년을 맞았다. 1년 전 이 무렵 45년 만에 마주한 비상계엄은 전 국민을 충격으로 빠뜨렸다. 비상계엄 이후 국민은 비상계엄에 대한 진상규명 그리고 사회 대개혁 통해 달라진 대한민국을 바랐다.

그렇다면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달라졌을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일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3일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었어요. 1년을 맞이하는 소회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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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소회가 없네요. 비상계엄과 내란이라는 중대한 헌법 침해 범죄가 발생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정권이 바뀐 것 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게 없습니다. 내란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도 잘 진행되지 못했고, 시민들조차 사회 대개혁이라는 중대한 의제에 대해 제시하였으나 그 내용을 구체화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쿠팡의 새벽 배송이 노동권이나 건강권 침해냐를 다투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요. 종전과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을 따름이지요. 그러다 보니까 비상계엄이 중대 사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만 가득합니다."

- 왜 그럴까요? 비상계엄은 분명히 큰 사건이었잖아요.

"그 자체는 매우 큰 사건입니다. 특히 그 내란 사태를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아낸 것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곧장 대통령 선거와 정권교체 상황이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변혁 내지는 사회 발전이 추구되는, 일종의 중대 사건으로 되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권 교체의 한 계기로만 그치고 있는 듯합니다. 빛의 혁명을 일구어낸 광장조차도 새로운 사회를 향한 개혁 의제들을 제대로 정리하여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제기되었던 의제들조차도 새 정부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우려되고요."

- 법적 판단이 아직 안 나와서 그런 건 아닐까요?

"오히려 내란 사태가 지나치게 사법화된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란의 진실 규명 또는 책임자 처벌 등이 특검의 수사나 내란 재판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내란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인 요인이나 정치 구조의 문제는 무엇인지, 또는 우리의 사회구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우리 삶이 내란 전보다는 한치라도 더 나아져 있게 되는지 등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란에 대한 법원 판결 아니라 시민들의 판단"

- 국민의힘 주장은 법원이 내란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는데 왜 내란이라고 하냐는 것이거든요.

"그게 지나친 사법화의 한 증후입니다. 법적인 의미에서의 내란과 정치·사회적인 의미에서의 내란은 분명히 다른 내용과 의미를 가집니다. 전자의 내란은 증거에 기반하여 사법절차를 통해서 확정되겠지요. 그것은 거기에 맡겨두고, 특검과 법원 바깥에서 우리가 해야 할 몫은 따로 있을 것입니다. 내란을 가능하게 했던 법 제도적인, 또는 사회 구조적인 요인들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합니다. 또 이를 교정하기 위한 노력이 집적되어야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을 특검 수사나 법원의 재판에만 맡겨두고 우리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의 판단입니다. 이 12·3 사태가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우리 사회는 그것으로 인해서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바꾸어내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제대로 성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1월에 헌정 수호 TF 만들라고 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헌정 수호 TF는 내란과 관련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보다 행정기관 내부의 투서라든가 인사 조치 등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절차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진실 규명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진실 규명의 주체는 정부나 공무원,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사회여야 합니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는 내란 종식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 속에 내란 사태에 대해 비추어 보고 그것이 가지는 정치, 사회, 역사적 의미를 정리하고 재발 방치 책이나 기억 위한 조치 만들어내는 작업으로까지 이어내어야 합니다. 물론 경제적 의미도 찾아내어야 하고요.

그런데 지금의 헌정 수호 TF는 내란 행위에 협력한 자를 적발하겠다는 게 주된 목적입니다. 내란 종식을 추구한다면 누구냐가 아니라 무엇을 왜 어떻게 하였는가가 더 중요한 의제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야 하고요. 책임의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형사사법적인 처벌은 그 작은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검에 의존하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아"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지난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지난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 6월부터 내란 특검이 가동되어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지만 뚜렷이 밝혀진 건 없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애초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출범 당시의 의혹 이상에서 더 나아간 면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특검이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것도 특검의 역할이겠지만, 국민들의 신뢰에 기반한 수사를 제대로 하고 공정한 기소 하는 것도 특검의 역할입니다. 기존의 수사 기관이 덮어버리거나 편파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객관적으로 제대로 수사하고 공정하게 기소하는 것도 특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번 특검은 후자의 역할에 집중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특검은 기본적으로 형사사법적인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 만큼 내란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 수준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 아닐까 합니다."

- 그럼,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모두가 궁금해 하잖아요.

"내란 종식 특별법을 제정해서 특조위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진화위와 같은 구성과 방식으로 정부와 시민사회가 공조하면서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일 듯합니다."

- 특조위 같은 경우 강제권이 없으니까, 어려운 거 아닌가요?

"우리 법제상의 난제이기는 합니다만, 일단 법률로써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내란 종식 특별법에서 강제 조사 제도를 두고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등에 특별부 두어 영장 신청 담당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경우에 따라 특조위 안에 영장 신청을 위한 검사를 파견하거나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고요. 영장제도는 수사 목적에 종사할 뿐 아니라 강제적인 행정조사를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 위에 군림하던 행정관료들이 영장 없이 사실상 강제 조사를 하던 관행이 행정조사와 영장제도를 분리시켜 놓은 듯합니다만, 특별법의 형식으로 법제화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민주당은 2차 종합 특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교수님은 그게 아니라고 보세요?

"특검에 의존하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검은 사건의 핵심 부분에 대해 그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수준에 그쳐야 합니다. 과거사나 국가범죄에 대한 진실 규명은 단순히 법적인 것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진실도 포괄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조위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특검은 형사처벌이라는 아주 한정된 목적을 위해 기능할 뿐입니다."

- 내란 재판은 어떻게 보세요? 지귀연 판사의 재판 진행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됩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재판 진행은 신뢰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하나이고, 특검이 신청한 영장이 너무 손쉽게 기각되어 그 비율이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그런데 지귀연 재판부 또는 다른 재판부도 재판 진행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판의 종결 단계에 이르고 있는 만큼 한번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

- 이진관 판사와 지귀연 판사의 스타일이 대비 되니 이야기가 나오는 거 아닐까요?

"대비라는 말조차 우스울 정도로 내란이라는 중대한 국가 범죄에 대한 재판치고는 너무 수준 이하의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잘못 진행한다 하더라도 현행 법제상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내란 이후 곧장 전담재판부 체제로 가자라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나왔습니다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항소심부터라도 제대로 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외환죄 등으로 추가 구속될 것"

-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사실 논의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저는 일부 사소한 조문을 제외하고 전담재판부 법이 위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전담재판부의 문제는 위헌 여부를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내란 행위에 대한 진실 규명과 정의로운 책임 추궁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의 논의가 앞서야 하는 것이지요. 만일 위헌 소지가 있다면 그것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합헌적인 것으로 고치면서 효과적인 내란 종식에 이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협의하여야 할 때입니다. 자꾸 법리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다 보니까 정말 내란 재판이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자꾸 왜곡되어 버립니다."

- 자칫 위헌 제청이 들어가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이것이 윤석열씨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습니다.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사법 판단은 그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그가 유죄건 무죄건 관계없이 정치 사회적으로는 무도한 대통령이었고 폭력적인 정치인이었다는 평가는 바뀌지 않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러한 존재를 가능하게 했던 정치체제를 제대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한다면 어쩌면 유무죄 여부는 그리 중요한 것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위헌 결정이 난다고 해서 곧장 윤석열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담재판부에서 진행되었던 재판절차를 일반적인 재판부에서 다시 반복해야 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윤석열의 처벌이 늦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경우에 따라 영장 전담재판부까지 위헌 결정이 된다면 그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 수집된 증거는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을 뿐입니다."

- 일각에선 1심 선고가 구속 만료 시점까지 안 나와서 윤석열이 석방될 우려를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요.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광경입니다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윤석열의 범죄 행위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외환죄 등 다른 사유로 추가 구속될 것입니다."

- 그러나 지귀연 판사가 한번 석방한 전례가 있으니까, 우려하는 거 같거든요.

"저는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을 석방시키겠다는 의지로 (과거) 그런 결정 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하고 종국에는 대법원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그 당시 검찰의 잘못으로 윤석열이 풀려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편파적인 결정을 하는 법관이라 하더라도 윤석열을 석방시켜주는 행위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국민들이 그냥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 앞으로 우리 사회 과제는 뭘까요?

"두 가지입니다. 내란 종식 특별법 만들어서 사법적인 진실 규명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역사적인 진실 규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그 첫째이고 내란에 대해 가능하게 했던 모든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한번 성찰하고 우리 시민들이 충분한 헌법적 역량 가지고 그런 문제들을 극복해 나가는,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개헌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둘째입니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넘겨버릴 일이 아닙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한상희#계엄#특검#내란전담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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