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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가득 순백의 꽃 향기가 가득하다. 3개월 전 우리 부서로 온 인턴직원이 정직원으로 임용된 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이곳에서 첫 장애물 허들을 넘은 것이다.
작년에 취업을 하여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내 딸과 같은 나이이다. 인턴직원을 보면서 내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낯설었을, 그러나 말하지 못하면서 버티어 내고 있을 그리고 그런 순간 순간의 연속이었을 생활일 것이다.
한 세대가 가고 다음 세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30년을 함께 하고 있는 직장에서 내 아이 또래와 같이 근무하게 되다니. 이제는 내가 앉았던 책상과 의자를 물려주고 물러나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3개월의 어렵고 힘든 시간을 거쳐 바라던 정규직이 된 것을 축하하였고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동료가 되어주어 감사하고 또 고맙다고 하였다. 꽃을 건네받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 곁에 있던 직원이 박수를 치며 "누가 꽃이고 사람인지 모르겠네!" 라고 말하자 다 같이 웃었다. 정말 꽃과 사람이 어울려 빛이 난다. 행복의 마음은 꽃으로 피고 빛으로 퍼진다.

▲꽃을 건네받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 ⓒ rikonavt on Unsplash
다음은 '도장'을 선물로 주었다. 요즘이야 일하면서 도장 찍을 일이 뭐 있을까. 그래도 도장은 사회생활 시작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자기의 이름이 박힌 도장에 권한과 책임이 새겨지는 것이다. 쓰임이 줄었지만 그러기에 상징적인 의미는 더 크다. 의미에 가치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으로 쓴 편지를 전해주었다. 이 회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부장이 이제 갓 출발하는 직원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되돌아보면 한 순간 벼랑에 선 위기일 때도 있었고, 사람에 실망하여 낙심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고비마다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고 처음 입사하였을 때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드라마에 나왔던 대사 한 토막을 옮겨 적으며 글을 맺었다.
"오늘 하루도 욕심 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 만 있다 오라고/ 평온해 보이지만 위험천만한 바닷속에서/ 당신의 숨만큼 만 버티라고/ 그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땐, / 시작했던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라고"
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숨을 고르며 쉴 수 있는, 그리고 새 힘을 얻어 세상의 바다를 헤치며 나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사람이 살면서 기억나는 날이 몇 일이나 될까. 오늘은 분명 잊혀지지 않는 날일텐데 더없이 행복한 날로 기억되게 해 주고 싶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 힘들 때가 있을 것이며 오늘 회사에 임용 된 것이 후회되는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때 오늘의 행복한 기억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