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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노동위원회에서 회사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화해를 할 모양입니다. 급여는 두 달 이하는 안 되는 걸로 하겠습니다."

12월 5일 낮 12시, 노무사님이 전화를 걸어와 협의 예정 내용을 알려주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이 글을 쓴다.

첫 출근, 그리고 하루 만의 해고

 "서비스업에 흰머리는 나이 들어 보여 안 된다"는 이유로 나는 출근과 동시에 해고를 당했다.
"서비스업에 흰머리는 나이 들어 보여 안 된다"는 이유로 나는 출근과 동시에 해고를 당했다. ⓒ 픽사베이(RosZie)

필자는 10월 28일 A사에 첫 출근하여 교육을 받고 용역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서비스업에 흰머리는 나이 들어 보여 안 된다"는 이유였다. 회사 방침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해 갔지만 먹지도 못한 채 착잡한 마음으로 귀가했다(관련 기사: 흰머리 많아서 안 된다? 이상한 해고 통보를 받았다 https://omn.kr/2fu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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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일을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은 "부당해고네요. 외모를 이유로 사람을 해고할 수는 없어요. 시대가 변했는데"라며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평소 보수적 성향이던 지인의 입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없던 용기가 생겼다. "단기 계약도 부당해고가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럼요. 부당해고는 고용형태와 상관없어요"라고 답했다.

그 길로 노동위원회와 노동청, 인권위 3곳에 온라인으로 진정을 넣었다. 노동위원회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노동청에는 고용차별에 대한 시정조치 요구를 접수했다. 노동위원회와 노동청에 각각 진정을 따로 낸 이유는 회사 구조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는 재판을 하는 법원 같은 곳이고, 노동청은 관리·감독을 하는 행정기관이다. 부당해고 적용 가능한 대상은 5인 이상 사업장인데, 만약 회사가 5인 미만이라면 부당해고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인원과 상관없이 노동청에 고용 차별적 처우에 대한 진정을 넣어 시정조치요구라도 해야 했다.

절차의 힘

진정을 넣은 바로 그날, 노동위원회 조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사관은 "부당해고 심판은 민사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본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기간은 두 달 정도 걸립니다"라고 안내했다. 내겐 부당해고를 입증할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

나를 해고한 사람의 이름과 직함, 심지어 회사 이름도 몰랐다. 하루를 일하더라도 계약서를 챙겨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계약서를 사진으로 받긴 했지만, 계약서 작성 시 근로자용을 못 받는다면 반드시 사진이라도 찍어 두어야 한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는 신청인은 '이유서'를, 회사는 '답변서'를 제출한 뒤 최종 심판으로 이어진다. 또한 권리구제업무 대리인 무료 지원 제도가 있는데, 신청 자격은 월평균 급여 300만 원 미만이다. 필자는 미지급된 하루치 급여 약 7만 원을 적어 제출했고, 그 결과 노무사 배정을 받았다. 이번 협의는 회사의 답변서를 받은 후 '이유서'를 작성하기 전 화해제도로 마련된 자리였다.

협의 자리가 마련되기 얼마 전, 노무사님은 회사의 답변서를 본 뒤 "부당해고 맞습니다. 해고는 서면 통지해야 하는데 대면으로 했다고 회사가 스스로 인정했네요. 절차상 일단 잘못됐어요. 부당해고 맞습니다"라고 단언하셨다. 염려했던 '용역계약서'도 문제 되지 않았다. 형식은 용역계약서지만, 내용은 근로계약서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노무사님은 내용 이전에 '절차'에서 이미 부당해고가 성립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셨다.

오후 3시쯤, 노무사님에게 연락이 왔다. 진행 상황을 전달받은 뒤, 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처음 예상했던 두 달치 급여 중 일부를 양보하는 선에서 협의에 동의했다. 물론 협의 없이 끝까지 진행했다면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회사에 다시는 '쉬운 해고'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월 31일 접수된 부당해고 구제 신청 결과는 재판 없이 12월 5일 협의로 마무리됐다. 만약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예정되어 있던 12월 29일 심판 결과에 따라야 했다. 그날 부당해고로 판정되면 회사는 밀린 두 달 치 월급을 지급하거나, 원직복직을 명령해야 한다. 노무사님으로부터 '합의했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나 혼자였다면 쉽게 얻지 못했을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권리를 지키겠다는 선택

 나 ‘단기계약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넘겼다면 나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나를 바꿔준 건 아주 작은 용기였다. 그때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나 ‘단기계약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넘겼다면 나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나를 바꿔준 건 아주 작은 용기였다. 그때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 픽사베이(waldryano)

이번 일을 통해 나는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단기계약자라고 해서 노동권이 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어도 일방적인 해고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노동위원회는 실제로 이런 사건들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동안 '짧은 계약이니까 참자'며 스스로를 낮춰 왔던 나의 사고방식이 가장 먼저 바뀌었다.

두 번째는 절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용이 아무리 중요해 보여도 정해진 절차를 지키는 것이 결국 권리를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 번째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나이 들어 회사와 싸우거나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막상 해보니 부당함에 맞서는 일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위원회 절차도 복잡하지 않았다.

'정부 24' 사이트에서 접수할 수 있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었고 무료로 지원받은 전문가의 도움으로 회사와 직접 싸울 필요 없이 차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 일처럼 재판까지 가지 않고 협의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했다.

처음에는 내 편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단기계약자라 해도, 혼자라 해도, 불리해 보여도 부당한 해고는 여전히 부당한 것이다.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며, 도움을 청할 곳은 어디든 있고,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답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 끝나고 나니 첫날 해고 통보를 받던 순간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억누르던 감정이 더 컸지만 지금은 다른 감정이 더 크다. 만약 그때 포기하거나 '단기계약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넘겼다면 나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나를 바꿔준 건 아주 작은 용기였다. 그때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생각하고 행동하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사이트에 들어가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10분이 내 삶의 시선을 바꾼 것이다. 그때 행동해서 정말 다행이다.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라

앞으로 필자는 단기계약직으로 일할 수도, 다른 형태의 노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한 누군가 나에게 부당한 대우를 할 때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번 일을 글로 남기는 이유도 같다. 혹시 필자처럼 단기계약자라는 이유로, 또는 회사와 싸우기 무섭다는 이유로 부당함 앞에서 참고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도 행동하라고.

부당함에 목소리를 낸다는 건 단순히 싸우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지키는 일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필자는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믿는 법을 배웠고, 지금 그 믿음이 필자를 다시 앞으로 걷게 한다. 하루 만의 해고는 그렇게 내 인생에서 또 다른 배움으로 남았다.

온라인으로 인권위 진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인권위에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중복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즉,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동일 사건이 심사 중이면, 인권위는 이를 중복 조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당해고#노동위원회#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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