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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사모님이 안 보이시던데, 건강은 어떠세요?"
"아, 집사람이 20여 일 전에 운명했어요."
"아이고~, 어떡해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외출하고 귀가하다가 아파트 현관문 승강기 앞에서 낯익은 이웃을 마주쳤다. 인사를 건네다가 이웃 사모님이 운명했다는 갑작스러운 슬픈 소식에 우리 부부는 무척 놀랐다. 이웃은 아파트 같은 라인 우리집 바로 위층에 사는 분이라 오며가며 자주 마주친다. 이웃 부부는 언제나 인상이 좋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서 마주칠 때마다 반가웠다. 그랬던 위층 사모님이 고인이 되셨다니 믿기지 않았다. 사모님은 60대 초반인 우리 부부보다 서너 살 정도 많아 아직은 노인이라 하기에도 이른 나이인데,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아래위층 이웃으로 원만하게 살아온 지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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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의 이웃은 우리가 아파트를 분양받아 올 때부터 같이 살았던 오랜 인연을 가진 사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살아온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래위층으로 붙어살면서 소소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조심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으나, 그때마다 조금씩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이좋게 지냈다.

분양받아 살던 초기에 한번은 부엌 천장에서 물이 새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양동이를 받쳐 놓는 일이 있었다. 마침 그날이 비가 많이 내린 터라 빗물이 흘러 들어온 건지, 윗집 부엌 배관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윗집으로 올라가서 확인하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윗집으로 올라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말했더니, 사모님이 부엌 배관과 벽면을 살피며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하고 협조를 해 주셨다. 당시에는 누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지만, 혹시라도 누수가 계속되면 전문 업자를 불러 자기집 배관을 점검해 보자고 했다. 다행히 천장 누수는 한 번으로 그쳤는데, 이후에도 사모님은 관심을 가지고 이상이 없는지 물어 주셨다. 자칫하면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인데도 따뜻한 응대와 관심이 무척 인상적이라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파트 승강기에 층간 소음 예방 안내문 등 각종 공동 주택 생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승강기 안에서 이웃 부부와 자주 마주쳐서 인사를 나누곤 했다.
아파트 승강기에 층간 소음 예방 안내문 등 각종 공동 주택 생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승강기 안에서 이웃 부부와 자주 마주쳐서 인사를 나누곤 했다. ⓒ 곽규현

최근 몇 년 전까지는 주말에 위층에서 소음이 들려오는 일도 있었다. 천장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려 생활에 불편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위층 이웃이 따뜻한 심성을 가진 분들이란 걸 잘 알기에 그렇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윗집 사모님 부부는 마주칠 때마다 손자, 손녀가 떠들고 뛰어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말에 손자녀가 자주 놀러 오는데, 아이들이 주의를 주는 데도 잘 듣지 않는다며 더욱 조심시키겠다고 했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한창 크는 애들이라 장난치고 뛰는 걸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지냈다.

이웃의 죽음으로 건강한 일상의 소중함 절감

위층 이웃은 금실 좋은 부부이기도 했다. 이웃 부부는 같은 직장에 다니다가 몇 년 전에 퇴직한 것으로 들었다. 퇴직 이후에도 부부가 함께 하천 산책로를 걷거나 외출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건강하게 은퇴 생활을 즐기는가 싶었는데, 불과 얼마 전 사모님의 얼굴이 약간 붓고 창백해 보여 어디가 아픈지를 물었다. 표정이 그렇게 어둡지도 않고 평소와 같이 이야기도 잘해서 대수롭지 않게 물어본 거였다. 그런데 그때도 적잖이 놀랐다. "암 투병 중이에요. 틈틈이 운동하고 있으니 나아지겠지요." 의외의 대답에 괜히 물어봤나 싶기도 하고,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잠시 멍해졌다.

 아파트 인근 하천 산책로. 이웃 부부와 우리 부부는 틈틈이 산책로를 거닐며 운동을 했다.
아파트 인근 하천 산책로. 이웃 부부와 우리 부부는 틈틈이 산책로를 거닐며 운동을 했다. ⓒ 곽규현

투병 소식을 들은 이후, 사모님이 쾌차하셔서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푸근했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길 빌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시다니 좋은 이웃을 잃은 슬픔이 너무 크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시길... 이웃 사모님의 갑작스러운 투병과 죽음, 그리고 홀로 남겨진 형님뻘 이웃의 쓸쓸한 모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누구든 오늘 건강하다고 언제까지 무병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른다.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뜨게 되면 남편이든 아내든 한 명은 홀로 남게 된다. 예상 못한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도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새삼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는 지금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심코 지나치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별다른 감흥 없이 흘러가던 매일매일이 새롭게 다가온다.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서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씹어서 먹고 소화시키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며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이 모든 일상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나날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서 가슴 벅찬 매일의 행복을 만들어 가리라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아파트이웃#이른죽음#건강한일상#매일의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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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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