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기르면서 제 삶에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도시양봉 교육에 참여한 경계선지능 청년 윤상원(가명, 26)씨는 올해 처음 꿀벌을 만난 뒤 이렇게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왜 이해를 못해?'", "같은 말을 또 해야 하니?"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던 그의 일상은 도시 양봉장 한가운데에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기프트하우스 플랜비'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 느린인뉴스
현대엔지니어링(대표이사 주우정)은 지난 11월 28일 사회공헌 캠페인 '기프트하우스 플랜비(Plan Bee)' 전시회의 막을 열었다. 플랜비 프로젝트는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꿀벌에게 새로운 거주지를 제공하고, 동시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경계선지능 청년에게 양봉직업교육과 일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저스피스재단, 어반비즈서울 등과 협력해 도시 생태계 보존과 청년 자립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문화전파사, 무소속연구소, 공학도서관, 좋은소리네, 한고연 등 다양한 단체들이 기획 과정에 참여했다. 경계선지능 청년을 지원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밈센터), 청년재단 등 유관기관도 협력했다.
특히 경계선지능 청년의 특성에 맞춘 교육 운영을 위해, 본격적인 양봉교육에 앞서 예술·감각 활동 중심의 준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예술 활동을 통해 꿀벌이 낯선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열고, 취약한 대근육·소근육 조작을 훈련해 양봉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임성연 무소속연구소 대표가 전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 느린인뉴스
이날 성과공유회에서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는 "처음에는 벌을 위한 집을 짓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벌집을 짓는 과정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며 "꿀벌을 지키는 과정에서 청년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반비즈서울은 양봉교육을 실시하며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도시양봉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 대표는 "청년들의 표정이 바뀌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말했다. 20주간의 양봉교육에 참여한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처음에는 벌에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꽃을 심고, 벌집을 관리하고, 꿀을 수확하는 활동을 반복하며 서서히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부 청년은 어린이 대상 꿀벌 교육 프로그램 강사로의 성장 가능성도 보였다. 박 대표는 "2·3년차에도 경계선지능 청년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각자의 속도대로 '조금 더 달콤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기프트하우스 플랜비: 벌, 집을 짓다’ 전시 현장.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참여한 도시양봉가 교육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 느린인뉴스
이번 프로젝트는 3년에 걸쳐 진행되며, 오는 6일까지 명동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첫 1년 동안의 성과를 담은 전시회 '기프트하우스 플랜비: 벌, 집을 짓다'가 열린다. 전시회에는 그간 조성된 꿀벌 서식지의 기록과 청년 작업자의 인터뷰, 야생벌집 만들기 클래스가 마련돼 인간과 꿀벌의 공존 필요성을 전한다.
전시 공간은 벌집 사진과 벌 소리를 활용해 실제 서식지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전시장 내 카페에서는 플랜비 정원에서 수확한 꿀로 만든 음료를 맛볼 수 있다. '플랜비 허니'는 네이버 해피빈 공감가게를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은 경계선지능 청년 교육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거취약계층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 '기프트하우스'를 확장해, 올해부터는 꿀벌의 안전한 서식을 돕는 '기프트하우스 플랜비(Plan Be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과 꿀벌의 공존과 경계선지능인에 관심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시와 MOU를 체결하고 지난 5월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 '꿀벌 서식지'를 개장해 꿀벌 약 10만 마리가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었다. 향후 서울시 관내에 꿀벌 서식지를 2개소를 추가 개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