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가 2012년 3월 23일에 의결한 ‘교실 내 CCTV 설치의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문. ⓒ 국가인권위
국회 교육위가 여야 합의로 '교실 CCTV 유도법'(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킨 뒤 교원단체들은 물론 교육감들까지 반대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들의 노출된 신체를 볼 수 있다"라는 등의 이유로 'CCTV 불가' 의견표명을 의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
'교사 정치기본권' 망설이는 국회, 교사 '이중 감시법' 논란 https://omn.kr/2g8vv)
"학생들이 교실에서 체육복 갈아 입는데...지속적 감시는 인권 침해"
4일, <오마이뉴스>는 국가인권위가 2012년 3월 23일에 의결한 '교실 내 CCTV 설치의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문을 입수해 살펴봤다.
이 결정문은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 등의 사유로 교실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인권침해인지 여부'에 대해 묻자, 국가인권위가 상임위를 열고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문에서 국가인권위는 "교실 내 CCTV 설치 행위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하여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모든 행동이 모두 촬영되고, 지속적 감시에 의하여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된다"라면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교실 내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주문한 까닭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범죄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는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조사 학생 30% 이상이 '교실 내 범죄를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사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설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라면서도 "설사 CCTV가 범죄예방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있으며, 교실 내 CCTV가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CCTV의 설치로 인하여 범죄 전이효과가 발생하여 교실이 아닌 곳에서 범죄 발생 가능성도 있는 등 그 효과도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교실 내 범죄예방을 위해서 복도 측 창문의 시선 확보, 교사의 범죄예방 모니터링의 증대, 범죄예방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학생과 교사의 자연 감시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라면서 "그런데도 교사와 학생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행동과 표현을 제약할 수 있는 강력한 기본권 제약의 수단이라 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그 불가피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인권위는 "학생은 교실 내 CCTV로 인하여 식사, 수면, 교우관계 등 교실 내에서 발생하는 활동 전반이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행동자유권을 제약받을 소지가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는 "학생들이 탈의실이 없어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교실 내 CCTV를 설치할 경우 이러한 모습이 CCTV에 녹화되고 CCTV를 모니터링하는 관리자는 학생들의 노출된 신체를 볼 수 있다"라면서 "학교의 CCTV가 웹 또는 모바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등 네트워크화된 CCTV의 정보 유출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그 피해가 확대 재생산될 개연성이 있어, 아동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위반의 소지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사의 교육권'과 관련해서도 국가인권위는 "교사들도 CCTV가 설치된 교실에서 수업해야 하는 경우 자기 소신껏 수업하기 어려워진다"라면서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 및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을 침해받을 소지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는 "교실 내 CCTV 설치 행위는 공익에 비하여 설치된 CCTV로 인하여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모든 행동이 촬영되어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라면서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교사들의 교육의 자주성 확보 등 기본권 제한이 적지 않다고 판단되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권상담국장은 <오마이뉴스>에 "국회 교육위는 학생 안전을 내세우며 교실 내 CCTV를 제한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당시 국가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오히려 학생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라면서 "국가인권위 판단대로 교실에 CCTV가 설치되면 학생과 교사의 교육적 활동까지 위축되어 학교의 본질인 교육에 큰 방해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해당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전교조 "인권위는 오히려 '교실 CCTV가 학생 안전 해칠 수 있다'고 경고"
천창수 울산교육감과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각각 지난 3일과 1일, "교실 내에 CCTV가 설치되면 악성 민원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라면서 "교사에 대한 불신이라는 역기능이 훨씬 더 큰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9월, 교실 안 CCTV 설치에 대해 서울·광주·경기·경남·전남·제주 등 6개 교육청은 국회 교육위에 "교실 CCTV 설치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가 명확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교육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기에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런데도 국회 교육위는 지난 11월 27일, 교실에도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실 CCTV 유도법'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 처리였다.
이 법은 '교실 CCTV 설치'의 경우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하여 학교장이 제안하고,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견 수렴 및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라는 제한을 두긴 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교원단체는 최근 낸 성명에서 "겉으로는 자율인 척하지만, 실상은 교장에게 무한 책임을 지워 CCTV 설치가 강제될 수밖에 없다"라면서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