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조 기자 ⓒ 용인시민신문
경기 용인시 공공도서관에서 역사왜곡 성향의 서적이 아무 제약 없이 비치·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용인시의회에서 지적됐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일부 도서관에는 특정 이념 성향 단체의 추천도서가 그대로 반입됐을 뿐 아니라, 5·18과 제주 4·3과 관련해 사실임이 밝혀진 역사를 왜곡한 서적까지도 비치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관리 부주의를 넘어, 공공도서관이 가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외면한 행정이라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임현수 용인시의원은 "편향 도서가 아무 제약 없이 대출되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며 관리 체계 전반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에서 최소한의 사실 검증 없이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건조차 왜곡하는 책'이 놓여 있다는 것은, 행정이 가장 기초적인 검증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문제는 특히 '누가 이 책을 읽는가'에 있습니다. 서적은 단지 종이 위의 인쇄된 글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고의 틀을 만들고, 판단의 기준을 형성하며, 결국 삶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그중에서도 청소년에게 책은 세계를 이해하는 최초의 견본서이자 기준점이 됩니다.
한창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접한 지식은 시간이 흘러도 사고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립니다. 왜곡된 내용이라면 그 뿌리는 더 위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역사 인식은 단편적 지식의 오류에 그치지 않습니다. 현실의 정치·사회 판단을 왜곡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어긋나게 만듭니다.
공공도서관이 반드시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비치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지식의 품질을 관리하고, 세대를 연결하며, 시민의 민주적 감수성을 키워내는 공적 플랫폼입니다. 그렇기에 자료 선정 기준은 엄격해야 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임 의원이 "연 1회 이상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온라인에는 가짜 정보가 범람하고, 극단적 관점이 '사실인 듯' 유통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더 강화돼야 합니다. 공공이 지식을 검증하지 않으면 시장의 무책임한 콘텐츠가 시민의 사고를 대신하게 됩니다. 도서관이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청소년은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왜곡된 세계를 접하게 됩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행정에 돌아갑니다. 도서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심각한 왜곡을 담고 있다면, 그것은 공공이 시민에게 부정확한 세계를 제공하는 것이자 민주적 공동체에 대한 저해 행위입니다.
물론 공공도서관에서 모든 관점의 서적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은 공공성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다양성과 왜곡은 다릅니다. 다양한 관점은 사실 위에서 논쟁을 전개하지만, 왜곡은 사실 자체를 지우고 뒤틀며 시민을 오도합니다. 공공이 보호해야 할 것은 '다양한 관점'이지 '사실 왜곡'이 아닙니다.
용인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관리 부실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자료 선정 기준을 재정비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며, 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도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도서관 직원에게 '이 책이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교육과 기준을 정비해야 합니다.
책은 미래를 만듭니다. 그 미래가 왜곡된 지식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됩니다. 공공도서관이 지켜야 할 기준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도시의 시민성과 민주주의의 수준입니다. 책 한 권이 흔든 세계를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용인시는 역사 앞에서 현명한 도서행정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 손에 어떤 책이 들려 있길 바라는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