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방위원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군 장병들과 국민께 참회의 마음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 의원은 "그날 계엄령 선포 직후 국회로 출동했던 장병들, 군의 작전 매뉴얼에 따라 계엄 후속 조치에 나섰던 대다수 장병에게는 그 어떤 책임도 없다"면서 정부에 "더 이상 군이 불필요한 흔들림 속에서 분열되지 않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고 절제된 조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남소연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12.3 불법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사과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가 사실상 사과를 거부하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소속 의원들이 지도부와 다른 메시지를 쏟아내고 나선 것이다(관련 기사:
반성 아닌 '내란 옹호' 택한 국힘... 장동혁 "의회 폭거 막기 위한 계엄" https://omn.kr/2g9b7).
가장 먼저 사과문을 공개한 재선의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서 초선인 김대식·김용태·유용원·정성국·한지아 의원도 사과를 표명했다.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광주를 찾아 "1980년 광주 정신이 대한민국을 구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며, 당내 재선 의원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 여럿과 사죄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송석준 "윤석열 전 대통령, 국민의힘 더 노력했어야"... 재선·중진도 견해 표명 가닥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곽규택, 송석준, 나경원, 조배숙, 주진우 의원이 지난 11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해 "관여된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권남용죄와 국고손실죄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송석준 의원. ⓒ 유성호
송석준 의원은 이날 오전 8시께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께 충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안철수 등 일부 의원이 미리 사과와 반성 메시지를 내놓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 중 3일 당일에 입장을 밝힌 건 송 의원이 첫 타자였다.
그는 "12.3 비상계엄은 헌법이 정한 계엄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국가적 혼란을 야기했다"라며 "당시 여당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전에 비상계엄을 알지 못했고, 예방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심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무리 (민주당의) 입법 독재가 횡행했다고 하더라도 최후의 국가비상사태에나 발동해야 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 겸손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입법 폭거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리고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호소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현 정부를 향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지만, "소수 여당이라는 자조 주의에 빠져 더 간절하고 처절하게 할 수 있었던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되돌아보아야 한다"라며 성찰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조경태 의원이 지난 8월 1일 대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탄핵에 반대한 의원들의 인적 청산을 재차 강조했다. ⓒ 조정훈

▲국민의힘 '대안과 책임' 공부모임 멤버인 권영진·엄태영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희정 의원. ⓒ 남소연
조경태 의원은 이날 광주를 찾아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오후 1시 30분께 광주시청에서 "1980년 5월 광주 금남로를 적신 시민들의 위대한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2024년 12월 3일 불법 계엄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해낼 수 있었다"라는 내용의 '광주 선언'을 공개한다. 직후엔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5·18기념회관에서 5·18 유족회 관련 단체를 만날 계획이다.
당내 재선 의원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도 국회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낮 국회 소통관에서 ▲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 ▲ 국민을 향한 사죄 ▲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옹호 세력과의 단절 ▲ 재창당 수준의 정당 혁신 약속 등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안과 책임'에는 권영진·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최형두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초선 의원들 연이어 사과... "어떤 변명도 책임 가릴 수 없다" "참회의 마음으로 사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초선 의원들도 연달아서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용태 국회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은 본인의 SNS를 통해 "보수는 국가공동체에서 급진적·극단적 문제 해결을 배격한다"라며 "1년 전 계엄은 보수의 이러한 가치와 태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장 극단적인 행위였다"라고 규정했다.
그는 "다시 한번 국민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계엄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적대적 대립 구도 속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무모한 선택에 의해 선포되었고, 보수정당은 최대 위기를 맞이하였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나아갈 길은 국민이고 민심"이라며 "당의 주요 의사소통 과정에 국민 전체와 보수·중도층의 지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대식 의원(부산 사상)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저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으로서 이 일에 대해 어떤 변명도, 어떤 단어도 그 책임을 가릴 수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썼다. 특히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신 마음의 상처와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겪으셨던 두려움과 분노를 생각하면 고개를 들기 어렵다"며 "국민 앞에 진심을 다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계엄 1년을 맞는 오늘, 선배·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한 근본적인 쇄신을 시작하겠다"며 "상처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헌정 질서를 지키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가장 무겁게 새기겠다"라고 강조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의 유용원 의원(비례)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군 장병들과 국민께 참회의 마음으로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줄 탄핵이 계엄이라는 극단적이고 불법적인 사태를 초래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하더라도, 군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킨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저 역시 이 잘못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말없이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장병 여러분과 국민께 참회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머리를 숙인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 명의의 사과와 별도로 다른 의원들과의 공동 사과 성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성국(부산 부산진구갑)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께 큰 불안과 상처를 드린 점,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직접 참여했던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윤어게인', '부정선거론' 등 국민을 다시 분열시키는 프레임과는 확실히 결별해야 한다"고 썼다.
한지아(비례)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선포했다"며 "대단히 죄송하다. 어떠한 수식어와 변명 없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