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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 ⓒ 임혜영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6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차마 지우지 못한 문자를 조심히 찾아본다. 아버지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며 떠난 분의 부재를 실감한다.
죽음을 가까이 접해본 사람은 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좀 더 깊이가 있다. 누군가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다들 안타까움을 느끼겠으나,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어본 사람들은 더욱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얼마 전 우연히 이태원을 지날 일이 있었다. 떠오른 건 지난 3년 간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남겼다는 메모 내용이다. 추모하는 마음을 지키고 싶은 이들이 모여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를 분류하여 보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글도, 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메시지도 읽는 이에게 가슴 저미는 아픔을 전한다.
"먼저 구조 받아 죄송합니다."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살아 남아 미안해요. 살면서 기억할게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의 잘못이에요. 다시 이런 세상에 놀러 오지 말아요. 오고 싶다면 세상을 바꿔 놓을게요."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서 경찰의 길을 선택했지만 어떤 도움도 드리지 못해 한없이 죄송합니다."
<경향신문>의 인터뷰에 따르면, 추모 메시지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한 활동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본인이 추모 문구를 남기려 하니 "5분 동안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며 "상투적으로 보이는 말 아래 어떤 마음들이 있었을지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해서 차마 말하지 못하기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기도 하는가 보다. 지난 2일 부쩍 날씨가 추워져 '아버지가 이런 추위를 겪지 않고 가셔서 다행이야'라며 위안을 삼다 문득 추위와 열기로, 압박이나 그 외 큰 고통을 받다 세상을 떠난 목숨들 생각에 목이 메었다.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유학 와 공부하던 딸의 어머니가, 화물 번호가 찍힌 소포로 도착한 딸을 맞을 때의 참혹함을 말하며 울먹였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연로하여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해도 이리 가슴이 저린 것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로 생명을 잃은 분들의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남은 가족들의 슬픔과 애통함을 감히 언급하는 것조차 죄스럽다.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일어난 참사에 많은 이들이 절망과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그 자리에는 누구라도 있을 수 있었고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은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지우면 미래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며 진지한 태도로 과거를 되짚고 미래를 고민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참혹하고 안타까운 상황에 있을수록 가장 위대하고 바람직한 생존 전략은 '공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사회의 일원으로 공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황의 원인과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였을까. 비용보다 안전이 먼저임을, 안전 불감증은 죄가 된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본다.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이기 위해 무심히 타성에 젖어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발을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