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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가장 힘든 일은 배변 처리다. 많은 사람들은 약물 관리나 낙상 예방을 떠올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반복되는 배설 관리가 보호사의 몸과 마음을 가장 크게 소모시킨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저분하다', '말하기 민망하다'는 이유로 늘 논의의 뒤편으로 밀리며, 정책과 기술 도입에서도 외면받아 왔다. 그 결과 보호사와 환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채 쌓여만 갔다.

20년째 침상에 누워 있는 한 이웃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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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동네에는 20년 전 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지금도 침상에서만 생활하는 이웃이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요양보호사들과 함께 지내며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감정 노동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는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냄새를 견디며, 환자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돕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하며, 요양시설이 보호사들의 숙련된 손길과 헌신으로 겨우 버텨온 현실을 전했다.

또 "배변 처리는 대부분 한 사람이 다 하잖아요. 부탁하는 쪽도 미안하고, 하는 분도 몸과 마음이 다 지쳐요"라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환자와 보호사 모두의 존엄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왜 이 중요한 분야에만 기술이 도입되지 않았는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요양사가 가장 많은 체력을 쓰는 곳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입을 모아 "가장 힘든 일은 배변 처리"라고 말한다. 배변이 감지되면 한 명의 보호사가 씻기기, 체위 변경, 옷 갈아입히기, 침구 정리, 욕창 점검, 주변 소독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은 보통 15~30분이 걸리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뿐 아니라 정신적 소진도 매우 크다. 이렇게 힘든 일을 반복하다 보면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산책 보조, 운동 지도, 말벗 서비스 같은 '사람다운 돌봄'을 제공할 여력이 남지 않는다.

가족들 역시 "보호사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또 부탁하기 미안하다"고 말하며 필요한 요청을 주저하게 되고,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돌봄의 질 전체를 떨어뜨리며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은 배설 관리 기술이 미래의 첨단 발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기술은 오래전부터 우주선·항공기에서 안전하게 사용되어 왔다. 음압 흡입, 고형·액체 자동 분리, 배설 감지 센서, 밀폐·멸균 카트리지 같은 기술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고, 병상용으로 소형화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한국은 이와 관련된 기술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술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요양병원에서는 이런 기술이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요양 현장만이 기술 도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세탁기·식기세척기가 가정의 삶 바꿨다, 이제는 요양병원의 차례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세탁과 설거지는 모두 사람의 손에 의존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었다. 하지만 세탁기와 식기세척기의 등장으로 가정의 노동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고, 사람들의 삶은 훨씬 더 인간적이고 안전하게 변화했다.

배설 관리 기술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기술이 도입되면 요양보호사의 허리와 마음이 지켜지고, 환자는 더 품위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으며, 가족은 죄책감과 미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가정의 노동 혁명이었다면, 배설 자동화 기술은 요양 돌봄의 혁명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 도입은 비용 증가"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배설 관리는 요양병원 운영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기술 도입이 이루어지면 오히려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한 번의 배변 처리에 15~30분이 소요되는 만큼 하루 3~5시간이 배설 관리에 쓰이기도 하는데,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 시간의 60~70%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기저귀는 하루 4~6장씩 사용되어 월 120~180장에 이르는데, 음압·건조 시스템을 적용하면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침구 오염 자체가 줄어들어 세탁·폐기 비용 역시 50~70% 절감된다.

여기에 욕창·요로감염·내성균 감염 같은 의료적 위험이 줄어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드는 감염 비용도 크게 낮아진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합치면 병상 1개당 3~6개월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 배설 자동화는 비용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 된다.

그렇다면 왜 아직 도입되지 않을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와 인식이다. 배설 관리는 '말하기 불편한 분야'라는 이유로 논의에서 항상 뒤로 밀렸고, "사람이 하면 된다"는 오래된 관행이 기술 도입을 가로막았다. 장기요양보험에는 관련 기준이 없어 시설들이 기술을 도입할 동기를 찾기 어렵고, 병원 경영진 역시 최신 기술 정보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결국 요양병원은 기술 혁신의 가장 큰 사각지대가 되었다.

요양보호사와 환자, 가족 모두가 수년째 한계에 내몰려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배설 자동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장기요양보험 급여 기준을 신설하며, 표준 장비와 운영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국비·지방비 매칭 지원 제도를 통해 시설의 부담을 줄이고, 감염 예방 인센티브를 도입해 시설들이 기술을 도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품위 있고 효율적인 노인 돌봄 체계를 갖춘 나라가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 주변에서 20년째 침상에서 생활하는 이웃의 목소리,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이 겪는 어려움, 그리고 필자가 연구해온 음압·배설 자동화 기술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배설 관리는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동안 가려져 있었지만, 돌봄의 질과 비용, 존엄을 결정하는 핵심 분야다. 이제는 ‘힘든 일을 사람에게만 맡기는 시대’를 넘어, 존엄을 지키는 기술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요양병원#요양보호사#배변처리기술#기술혁신#노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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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물모이

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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