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금강유역환경청 앞 기자회견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지난 1일, 금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들, 그리고 시민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공개된 '갑천(국가)권역 하천기본계획(안)'(아래 하천기본계획)이 대규모 준설을 전제로 하면서, 국가가 스스로 지정한 국가습지보호지역을 사실상 파괴하는 계획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전면 중단을 요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자회견 직후 활동가들은 금강유역환경청 담당자에게 공식 의견서를 직접 전달했다.
하천기본계획은 단순한 하천정비나 치수대책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제정한 습지보전법과 보전계획의 원칙을 뒤흔들며, 보호지역을 개발지로 전환하려는 중대한 후퇴다. 공개된 기본계획에는 갑천 국가습지보호지역 4지구 구간에 대한 준설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퇴적토 정비량과 정비 면적에 대해서는 상세 확정 수치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갑천습지보호지역 면적 28만 9327㎡에 정비량 57만 5400㎥에 달하는 대형 준설이 예고 하고 있다. 비고란의 '습지보호지역' 표시가 이 계획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국가가 보호하겠다며 지정한 지역에, 가장 파괴적인 공법인 준설을 공식 문서에 적어 넣었다는 사실 자체가 서글프다.

▲준설면적을 표시한 내용 ⓒ 하천기본계획 갈무리
보전계획보다 준설이 먼저? "법 취지를 거스르는 접근"
갑천습지보호지역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보전 우선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2024년에는 '제1차 갑천습지보호지역 보전계획'(아래 보전계획)이 마련된 상태다. 법과 계획은 보호지역에서의 개발행위를 제한하며, 훼손을 유발하는 공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이번 하천기본계획은 보전계획과의 정합성 검토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전계획보다 준설을 먼저 설정해 놓고 그에 맞춰 보전계획을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보전계획을 선행 검토하지 않은 채 준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보전계획은 습지의 자연적 홍수저감 기능을 우선하고, 서식지 연속성을 보전하며, 인간 개입을 최소화할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 하천기본계획은 홍수량을 일방적으로 상향 조정한 뒤 이를 근거로 준설과 제방 보강이라는 단일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이 홍수량 상향 근거가 과학적·통계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천기본계획은 국가습지보호지역을 대상으로 준설, 제방 축제·보축, 저류지 설치 등을 대안으로 검토했다고 밝히지만, 실제로 갑천호수공원과 습지 자체의 자연 저류 기능이 얼마나 정밀하게 분석됐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보고서 대안검토내용 ⓒ 하천기본계획 갈무리
자료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에서는 약 28만㎥의 추가 홍수량을 처리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대안으로 제시된 갑천호수공원의 담수 면적 중 고작 21.6%인 약 9만 3510㎡만을 활용 가능한 것으로 제시했다. 이는 200년 빈도 초과 홍수를 대비한다는 계획 취지를 고려하면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준설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횡단구조물 철거는 거의 검토되지 않았다. 계획안에는 일부 구조물 재가설·보강·존치만 언급돼 있을 뿐이다. 구조물 개수에 대해서는 기관별 조사 결과가 엇갈리며, 실제 현장 수량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습지보호지역 준설 예정 구간에만 최소 몇 개의 구조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천기본계획에는 28개 횡단구조물 중 20개 재가설, 2개 보강, 6개 존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8개라는 숫자도 정확하지 않다. 대전시는 총 57개로 조사되었고, 실제는 약 80여 개의 횡단구조물이 있다. 실제로 습지보호지역 내 준설예정지 구간에만 최소 3개의 횡단구조물이 위치하고 있다.
국가는 준설을 통해 치수를 확보한다며 이미 문제로 지적된 구조물은 그대로 두겠다고 주장한다. 홍수 위험 제거에는 준설보다 불필요한 구조물 철거가 우선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일관된 지적이다. 구조물이 그대로라면 토사 퇴적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준설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습지보호지역에 설치된 횡단구조물 3개위치 ⓒ 대전환경운동연합(구글지도표시)
3년 만에 확률강수량 1.5배... 근거 공개해야
갑천과 유등천은 이미 2021년에 하천기본계획이 수립된 바 있다. 불과 3년 만에 홍수량이 크게 증가해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한다는 평가가 자연적 변화 때문인지, 혹은 사업 필요성을 위한 계획 변경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확률강수량이 단기간에 매우 큰 폭으로 상향된 부분은 그 산정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갑천의 경우 2019년 기준 확률강수량은 200년 빈도 12시간 262.7㎜, 24시간 305.8㎜로 산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를 12시간 337.9㎜, 24시간 455.6㎜로 대폭 상향했다. 단 3년 만에 1.5배의 확률강수량의 증가는 대규모 준설을 합리화하기 위한 평가 조작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습지보호지역 인근은 대전시 자료에서도 재해위험지구나 내수재해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위험지역으로 규정되지 않은 구간에서 습지보호지역을 준설하는 만큼,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고서에 표시된 하천재해위험지구 - 습지보호지역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 하천기본계획 갈무리
2024년 갑천습지보호지역 월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는 '논산 지점에서 200년 빈도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있다. 하천 설계 기준이 200년 빈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초과하는 홍수는 제내지 저류지 등 외부 흡수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럼에도 이번 계획은 준설과 제방 확장 같은 하천 중심 대안만 반복하고 있다.
즉, 초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천 단면을 넓히는 방식보다 제내지 저류지 같은 외부 흡수원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 해법이다. 그런 점에서 '대안 3'에 제시된 저류지 확보는 초과홍수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추가 흡수원이며, 이 방향이야말로 과학적 타당성과 계획의 일관성을 충족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서식처… "법적 절차 반영 안 돼"
갑천습지보호지역은 천연기념물 미호종개의 유일한 서식처다. 화재보호법은 천연기념물 서식지 훼손을 엄격히 금지하며, 형상 변경을 수반하는 공사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계획안에는 이러한 절차가 충실히 반영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미호종개는 모래 기반, 느린 유속, 얕은 소 같은 매우 민감한 환경을 필요로 하며, 준설은 이 환경을 크게 교란시킬 수 있다. 이미 환경영향평가에서 제기된 우려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기본계획에 반복 등장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

▲갑천에서 확인한 미호종개의 모습 ⓒ 허정무
준설은 어류 산란지 파괴, 탁도 증가, 저서생물 붕괴 등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습지는 자연적으로 쌓이는 퇴적층을 기반으로 수생태계를 유지하며, 미세한 높낮이 차이가 서식지 다양성을 만든다. 이번 계획은 이 자연 구조를 인위적으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보전지역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기관이 과연 국가인지 묻게 된다. 이번 준설 계획은 단순한 정비가 아니라 사실상 습지 전면 재구조화에 가깝다.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지역을 이런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천기본계획은 즉각 중단해야 하며, 습지보호지역 준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2024 보전계획을 기준으로 재수립해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것이 홍수 대응"
아울러 홍수대책을 준설·제방 중심의 노후한 공학적 대안에 묶어둘 것이 아니라 횡단구조물 전수조사 및 불필요 구조물 철거를 최우선 검토해야 한다. 갑천호수공원의 제내지 저류 기능도 다시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개 검증체계를 구성하는 것 역시 필수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자연기반해법이 기본이며, 생태계 복원이 곧 홍수·가뭄 예방이라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곧 홍수를 막는 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첫 번째 책무는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하천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습지의 생명을 저버리는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우리는 갑천습지보호지역이 파괴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갑천은 대전시민의 삶이 흐르는 강이자 물순환, 기후 안정,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심축이다. 그 중심에 있는 보호지역에서 준설을 강행한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국가 환경정책의 후퇴다. 국가가 후퇴시키려는 계획은 폐기되어야 한다.

▲습지보호지역(주황색)과 준설지역(노란색) ⓒ 하천기본계획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