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예견된 비극이었지만, 추모 1주기를 앞둔 현재까지 방관과 무관심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습니다. 12월 1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에 두 번 연재되는 여덟 편의 추모 시를 통해 책임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과 처벌을 요구하고, 유가족들에게는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덟 편의 시는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1월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안전손잡이에 '하늘손편지'가 붙어 있다. ⓒ 배동민
꿈속에서도 초여름이라
- 김남주
편지를 쓰려다 날짜를 잘못 적었어. 그건 내가 오늘 하루보다 더 긴 잠을 자느라 그랬지.
여름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러 강가에 가곤 했는데. 먼저 가는 너의 등, 흰 티셔츠 위로 파노라마처럼 쏟아지는 이파리의 그림자가 선명한데.
너무 멀어지면 불러도 들을 수 없는 거지.
묻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잠을 잤어. 꿈속에서도 초여름이라 날벌레가 들끓고. 나는 헐떡이며 너를 자꾸 불렀는데, 너는 저만치 앞에서, 묵묵히 페달만 밟고.
왜 한 번을 뒤돌아보지 않는지, 묻고 싶은데.
우리가 물결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내 흘러가면서. 얼었다가 녹고 다시 흐르면서.
나는 깨어나고 싶지 않아. 눈을 감으면 꿈속은 아직 초여름이라서.
시인_김남주: 유가족 친척.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