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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누군가 무심하게 던져놓고 간 신문 ⓒ 안소민
새벽 배송의 원조(?)를 들라면 쿠팡 이전에 신문과 우유가 있었다.
우유를 새벽에 배송해서 먹었던 이유는 아마도 균형 있는 영양소 충족이 어려웠던 시절, 아침의 우유 한 잔으로 단백질을 채우기 위해서였지 않았을까(추측만으로는 미진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우유는 신선 식품이기 때문에 신선도가 생명. 따라서 기온이 낮은 새벽에 배송하는 게 안전했다. 여기에는 비교적 한적한 새벽의 도로 사정도 한 몫했다고). 어쨌거나 이제 우유를 굳이 새벽에 배송해서 먹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는 '흔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새벽의 신문 배달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세상에 나오기 전, 보통의 직장인들은 새벽에 배달된 조간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말할 것도 없이 뉴스는 우리 주위에 너무 흔해졌고, 실시간으로 우리 일상에 파고든다. 아니, 흔하다 못해 가짜 뉴스까지 몸집을 키우며 진짜 행세를 하고 있다.
종이 신문 구독을 다시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이다. 정기 구독을 하면 사은품을 얹어주거나 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의 판촉 전략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를 기억하며, 꽤 오랜만에 신문 구독을 신청했다.
그러나 의외로 쉽지 않았다. 일단, 내 거주지 행정 구역에 있는 지국을 찾기 어려웠다. 구독자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신문사 지국들은 이웃하고 있는 동(洞)들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관리하고 있어 내가 사는 지역에 해당 지국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설령, 지국이 있다 해도 실제로 신문을 배달하시는 분들이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했다. 전화 한 통이면 일사천리로 가능할 줄 알았던 신문 구독이 아니었다. 배달 인력의 감소와 고연령화, 신문 구독자 감소와 같은 사회적 요인들로 나의 신문 구독은 몇 번의 통화와 확인, 기다림 끝에 겨우 성사되었다.
조간신문은 새벽 2시~3시경에 배달된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날, 그 시간까지 깨어있던 나는 집 문 앞에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고요한 복도를 가르며 무심하게 툭 던져진 소리. 그 후로도 몇 차례 반복됐다. 저 사람은 이 배달을 마지막으로 귀가하여 고단한 몸을 뉠까, 아니면 이 일을 시작으로 오늘 하루를 열까,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신문 구독을 해왔음에도 누가 배달하는지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한 적이 꽤 잦았던 기간에도 우연이라도 스쳐본 적이 없었다. 새벽 2~3시에 배달된 신문을 기껏 오전 9시나 10시, 때론 저녁에 펼치는 나에게 과연 새벽 배달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오늘도 새벽 배달된 신문을 펼쳐본다. 12월 2일 자,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에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본격화하겠다는 뉴스가 1면에 실려 있다. 쿠팡의 총체적 문제는 비단 개인 정보 유출 뿐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개인 정보 유출을 비롯해 그동안 쿠팡이 보여준 노동 착취 논란 때문이다. 새벽 배송도 그중 하나다. 새벽 배송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새벽에 일하는 야간 노동자들의 열악한 대우와 처지와 이를 묵과하는 그 기업이 문제다. 우유와 신문, 뉴스, 노동자는 흔하디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그중 노동자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