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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3 10:43최종 업데이트 25.12.03 10:43

임팩트 기업, '불편한 협력'으로 다음 10년을 준비하다

열매나눔재단,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 개최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참여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참여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급변하는 사회·경제 환경 속에서 임팩트 기업들은 어떻게 다음 10년을 준비하고 있을까.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재단 알럼나이 기업과 임팩트 생태계 종사자 등 80여 명이 모여 AI 시대의 불평등과 인구 감소, 일자리 미스매칭, 기후위기와 로컬 전환 등 변화의 징후를 짚고, 그 속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확장해온 경험을 공유했다.

포럼의 문은 최운정 열매나눔재단 사무총장과 유훈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초대 원장의 인사로 열렸다. 두 사람은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해 온 재단이 이제는 생태계 차원의 임팩트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며, 변화를 읽고 먼저 움직인 재단 알럼나이 기업들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라고 포럼의 의미를 설명했다.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김정태 MYSC 대표가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모습.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김정태 MYSC 대표가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위기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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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을 맡은 김정태 MYSC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사회혁신 흐름을 되짚으며 앞으로 10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협력의 진화'를 제시했다. 그는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한편, AI 혜택에서 배제된 계층이 새로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이 불평등을 줄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취약계층을 더 밖으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구 감소 그 자체보다 '상호작용의 감소'를 더 큰 위험으로 짚었다.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사이의 관계가 약해지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역할과 책임이 사라질 때 사회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분석이다. 그는 실험쥐 과밀 사육 실험 '유니버스 25'와 도시 빈곤층 밀집 지역을 다룬 연구 등을 언급하며 "위기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게임이론의 반복 죄수의 딜레마 연구에서 도출된 전략 '팃포탯(Tit for Tat)'을 꺼냈다. 팃포탯이란 '먼저 협력으로 시작하고, 이후에는 상대의 직전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전략'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전략은 결국 상호주의에 기반한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임팩트 생태계 안에서도 '편한 협력'만 반복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며 "의도적으로 경계를 넘는 불편한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NGO끼리, 공공과 민간, 투자자와 현장 조직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 간에 팃포탯식 신뢰와 책임의 구조를 설계해야 '리어카에서 잠드는 아이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순서대로 ▲최운정 열매나눔재단 사무총장 ▲유훈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초대 원장 ▲김정태 MYSC 대표 ▲서대규 빅모빌리티 대표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김민석 김앤장 사회가치혁신그룹장 ▲김정식 세상에없는세상 대표 ▲연형모 스테이블 대표 등이 발언하는 모습.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순서대로 ▲최운정 열매나눔재단 사무총장 ▲유훈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초대 원장 ▲김정태 MYSC 대표 ▲서대규 빅모빌리티 대표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김민석 김앤장 사회가치혁신그룹장 ▲김정식 세상에없는세상 대표 ▲연형모 스테이블 대표 등이 발언하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도시에 화물차를 위한 자리는 없다"

첫 사례 발표에서 서대규 빅모빌리티 대표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물류 시스템의 기반인 화물차가 도시 인프라 설계에서 얼마나 소외돼 있는지, 자신의 운전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여줬다. 그는 국내 상용차가 460만대에 이르지만 이들을 위한 공영 주차장은 극히 제한적이고, 화물차 전용 주차장 공급률은 전체의 0.5% 수준에 그치며, 밤샘 불법주차 단속 건수도 2016년 2만9594건에서 2020년 4만4908건으로 매년 11%씩 증가했음에도 적발률은 13%에 그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실제 문제 규모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빅모빌리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화물차 기사 99%가 "유료라도 전용 주차장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서 대표는 "도시 계획에서 화물차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된다"며 "주차 문제는 단순 편의가 아니라 기사들의 수면, 안전, 가족 관계까지 연결된 생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빅모빌리티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유휴 부지를 화물차 전용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45개 주차장에서 1080면 규모의 주차 공간을 운영하며, 차고지 증명·보험·세차 등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고 있다. 서 대표는 "화물차 기사들이 더 이상 단속 걱정에 불안해하지 않고, 도시도 무질서한 밤샘주차로 몸살을 앓지 않도록 '윈윈'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CHRO 대신 CTO"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 창업 여정을 소개했다. 다양한 직장과 사회혁신 현장을 거친 그는 "사람도, 일도 넘쳐나는데 이상하게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칭을 반복해서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소비자의 등장으로 기업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건비·프로그램 구독료·사무공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현실을 짚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여전히 '사람을 뽑는 방식'으로만 문제를 풀려 하면서, 채용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업무 과부하와 번아웃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 대표가 제안한 해법은 직무(Job)가 아니라 과업(Task)을 중심으로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인사 책임자인 'CHRO(Chief Human Resources Officer)' 대신 업무 단위 협업을 설계하는 'CTO(Chief Task Officer)' 개념을 소개했다. 기업이 필요한 업무를 세분화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시니어·경력보유여성·조기퇴직자·쉬었음 청년 등 다양한 인재가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지태스크는 검증된 프리랜서를 '이루미'라고 부르며, 업무 요청 기업과 이루미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반복적인 행정·마케팅·콘텐츠 업무를 외부 파트너와 나누고, 업무 기록과 비용 정산을 플랫폼에서 관리하도록 해 기업의 시간·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는 구조다. 전 대표는 "평생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고, 그러려면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패널포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패널포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패널토크는 김민석 김앤장 사회가치혁신그룹장이 좌장을 맡았다. 그는 "임팩트 기업에게 앞으로 10년은 단순히 살아남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인지의 문제"라며 각자의 전략을 물었다. 서대규 대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역량 개발 방법을 묻는 질문에 "결국은 집중"이라며 "우리 사업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실패를 축적하면서 작고 많은 성공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태 대표는 임팩트 투자 전 무엇을 가장 먼저 보는지 묻는 질문에 "교육·훈련비 항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당장 어려워도 사람에게 투자하고 있는지, 조직이 배우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경제 예산 축소와 관련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내년 5월 예산 편성, 2027년 이후의 제도 변화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열매나눔재단의 초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시작한 '세상에없는세상'과 캄보디아에서 로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스테이블'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코로나19 위기를 친환경 비즈니스로의 전환 계기로"

김정식 세상에없는세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사라지면서 거래액이 급감했고, '망할 조짐'이 보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친환경 비즈니스로의 전환 계기로 삼았다. 친환경 제품 소셜 벤더 '자연상점', 친환경 제품 제조, 친환경 공정무역 브랜드 '온전히지구'를 세 개의 비즈니스 트랙으로 확장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화 가방 공급 계약, 국내외 요식업 '포자딘', 베트남 스파 '블랙스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그 결과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거래액 회복과 조직 성장을 이뤄냈다. 김 대표는 "신사업을 통한 재무적 자립 구조, 프로젝트 브랜드 단위 기획력, 주도적 조직문화와 업무 시스템 재정비가 회사의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조직문화였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경기 일으키는 세 단어가 있다. '도전', '변화', '일단 해본다'"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덕분에 코로나 위기를 버티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패널토크에 임하고 있는 연형모 스테이블 대표의 모습.
열매나눔재단이 2일 서울 강남구 JADE409에서 '2025 임팩트포럼-변화를 읽는 힘'을 개최했다. 패널토크에 임하고 있는 연형모 스테이블 대표의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사업보다 먼저, 땅의 언어를 배웠다"

마지막 발표자는 연형모 스테이블 대표였다. 그는 자신을 "캄보디아 문화에 가장 깊게 들어가 있는 한국 사람, 그리고 같이 문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캄보디아에 갔을 때 그는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온라인 교육·강연 콘텐츠를 고민했지만, 현지 조사를 거치며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이 그 방향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로나19는 또 다른 변수를 던졌다. 국경이 닫히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외부 자원이 끊긴 상황에서 "이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절실해졌다.

연 대표의 선택은 '발로 뛰는 것'이었다. 그는 디자이너 한 명과 중고 오토바이 한 대로 3개월 동안 200개가 넘는 매물을 직접 방문하며 프놈펜 곳곳을 돌아다녔다. 도시 분위기, 지역별 임대료, 공간의 가능성을 몸으로 익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도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카페·피자·버거·분식·의류매장·마케팅·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세우며, 캄보디아 청년과 함께 로컬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업가가 됐다. 연 대표는 '변화에 맞서면서 내 안에서 바뀐 것들'이라며 세 가지 원칙을 공유했다. 계산기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태도, 가치를 위해 일하면 결국 알아봐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믿음, 아이디어를 숨기지 않고 먼저 나누려는 자세를 차례로 소개한 것이다. 그는 "그때는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지금 보니 모두 필요했던 점들이었다"며 "목적을 붙잡고 있다면 목표 수정은 괜찮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는 것과 달라지는 것 구분해야"

패널토크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은 김정태 대표는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 우리를 위해 일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인사이트를 전했다. 김정식 대표는 "재미·의미·성장이 동시에 있어야 사람도, 조직도 오래 간다"며 직원들에게 4일제 근무, 자율 출퇴근, 3년마다 30일 유급 안식휴가, 배움의 공가 등 파격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사업의 근본은 사람이고, 변화를 읽는 힘도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연형모 대표는 "빠른 길처럼 보이는 선택이 오히려 멀고,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를 때가 있다"며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지 않고는 어떤 임팩트도 지속될 수 없다"고 했다.

김민석 그룹장은 "다섯 개 기업의 이야기는 각자 다른 비즈니스처럼 보이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것'과 '달라지는 것'을 구분해 읽어낸 사례"라고 정리했다. 화물차 기사들이 안전하게 쉴 권리,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구조, 여행지와 지역 주민이 함께 행복한 여행, 로컬 청년이 스스로 문화의 주체가 되는 도시. 이들은 모두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욕구이자, 임팩트 기업들이 붙잡아야 할 '변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AI 기술, 인구 구조, 예산 환경, 팬데믹 같은 요인들은 끊임없이 달라지는 조건이다. 이날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조건이 바뀔 때마다 사업을 고정시키기보다, 목적을 붙잡고 목표와 수단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를 읽는 힘'은 거창한 예측 능력이 아니라,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사람을 만나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는 끈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열매나눔재단#임팩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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