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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직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직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 권우성

어느덧 '그날'로부터 1년이다.

자려고 누웠다가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열었던 노트북, 그리고 계엄이라는 특보. 당시 윤석열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을 거라 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에 순간 멍했었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몇 몇 뉴스를 클릭해서 들어보았다. 계엄이 맞았다(관련기사 : '계엄'에 놀라 달려간 여의도, 분노한 젊은이들이 먼저 와 있었다 https://omn.kr/2bb1l).

국회로 가야하나?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분명 수방사와 공수부대 등이 투입이 되어있을 텐데... 제2의 광주항쟁이 될 것인가? 대학교 때 전남대에서 열렸던 전대협 4기 발대식을 취재하기위해 호남선 열차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광주역 도착 직전, "지금 역내에서 경찰이 검문을 통해 열차에서 내리는 학생들은 다 체포한다고 합니다. 급정거 레버를 내릴 테니 학우들은 모두 여기서 내립시다." 어느 학우의 열차 급정거 시도와 함께 대전에서 함께 열차에 올랐던 학우들은 철로에 내려 뛰어갔다. 나는 카메라 가방 등 이것 저것 챙기다가 그들을 놓치고 말았다. 일반 승객들 사이에 섞여 태연한척 광주역을 빠져나오며 잡히면 어쩌지 하며 심장이 쫄깃해졌던 30여년 전 느낌이 되살아났다.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한 헬기소리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였으나 경찰 등이 막아섰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였으나 경찰 등이 막아섰다. ⓒ 권우성

'애들한테 다시 독재국가를 물려줘?', '계엄은 아니지!', '국회에 가면 죽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가자, 인명은 재천인데.' 나는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밤을 새워야 할 것이므로 내복을 두겹으로 껴입고 두꺼운 외투도 입었다. 여의도까지 먼길을 가야 했기에 내비게이션을 켜고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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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로 내려설 때 헬기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특전사 대원들이 투입되는 것으로 보였다. '쟤들을 막아야 하는데...' 서강대교 북단에서 차가 막혀 움직이질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앞을 보아도 여의도 방향 서강대교 위는 주차장처럼 변해 있었다. 일부 차량은 차를 돌려 강변북로로 다시 빠져 나가고 있었다. 어찌할까를 고민하고 있던 때에 드디어 차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순복음교회 로터리에서 교통경찰이 좌회전과 유턴을 주면서 차량이 빠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어느 용감한 시민이 경찰의 지시를 무시하고 유턴하자마자 다리 가장자리에 주차를 했고, 그 뒤로 내 앞의 차량도 그리고 나도 따라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30대로 보인 앞차의 젊은이들은 "계엄은 막아야 한다"면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처음 보는 젊은이의 따듯한 손에서 희망이 느껴졌다. 함께 보행 신호를 기다리다가 차에 휴대폰을 두고 온 게 떠올라 다시 차량이 있는 곳에 다녀오면서, 나는 그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이윽고 경찰 기동대 차량이 순복음교회 앞을 지나 좌회전 하면서 버스를 세우더니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국회 담장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시민들과 함께 보행자 신호를 건너서 경찰들에게 항의를 했다. "위법한 명령에 따르는 여러분들도 계엄의 동조자가 될 수 있으니 명령을 거부하는 용감한 경찰관으로 거듭나라"고 나는 한동안 그곳에서 경찰관들을 설득했다.

그러던 중 먼 발치서 갑자기 "우~~"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도로 한복판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나도 힘을 보태야겠다 싶어 그곳으로 뛰어갔다. 사람들이 군용차를 에워싸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그 앳된 얼굴과 당황스런 표정에 30년 전 나의 군생활이 떠올랐다. 조종수는 아니었지만 나도 장갑차 부대에서 군생활을 해서인지 조종석에 앉아 있는 어린 조종수의 표정이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국회의사당 인근 상황. 시민과 군경이 대치중인 가운데 군용차가 지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국회의사당 인근 상황. 시민과 군경이 대치중인 가운데 군용차가 지나고 있다. ⓒ 박수림

알 수 없는 미래가 애국심을 자극했다

나는 제품 생산 때문에 중국과 동남아 몇몇 나라를 자주 오간다. 평소 한국 뉴스를 잘 보지 않았는데 계엄 이후 한국 뉴스를 챙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유는 막상막하의 한일전 축구 경기처럼 앞날이 깜깜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계엄세력을 척결할 수 있을지?' '대통령은 누가 될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 할지라도 과연 내란세력을 척결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미래가 애국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외국에 오래 살아보면 안다. 조국이 번영해야만 하는 이유를.

중국의 지식인들이 시진핑의 독재를 원치 않고, 방글라데시의 지식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간절히 바라듯, 나는 우리나라가 투명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진정한 법치국가, 자유민주국가로 되돌아 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내란 관련 뉴스에 달리는 댓글들도 꼭 챙겨보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댓글이 나를 놀라게 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지식을 총동원하여 대댓글을 달아 설득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

요즘 내란 재판이 한창이다. 핵심은 '법을 준수했느냐, 아니냐'에 있다. 우리나라는 법에 따라 나라가 통치되는 명문헌법을 가진 법치국가다. 윤석열은 현장에서 법을 집행했던 검사였다. 누구보다도 법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집권기간 동안 처리한 국정 사안을 보면 즉흥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를 순식간에 왕조시대 인치국가로 돌려놨고 독재자 놀음을 하다 결국 독재의 길을 걷기 위해 제 멋대로 계엄을 실행했다.

"내겐 비상대권이 있다. 총살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던 호기는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현재 진행중인 내란 재판에서 그가 보이는 언어와 태도는 비굴하기 짝이 없다. 그의 말과 행동은 올초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하여 집기 등을 파괴한 무뢰배 폭도들에 비해 하나도 나은 게 없다.

12월 1일 현재까지 서부지법 폭동가담자 141명 중 44명의 형이 확정됐는데, 그 중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19명에 그치고 최고 형량이 징역 5년에 불과하다는 MBC 보도를 보고 나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4년 전 미국 의사당 폭동사건에 대해 미국 법원이 부과한 22년의 형량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좋은 것은 다 미국을 따라 하면서 우리나라 법원은 왜 이런 것은 따라하지 않는지 정말 답답하다. 이런 상황이 사법개혁을 고대하게 한다.

내란 1주년, 내란재판이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져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던 윤석열과 국무위원들, 그리고 여기에 적극 가담한 사람들이 미국 수준의 엄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 그걸 바탕으로 나라의 기강을 다시 세워, 대한민국이 문화로 전세계에서 인정 받듯이 민주주의 법치선진국가로도 우뚝 설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2024년 12월 3일 밤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인 가운데 한 시민이 "비상계엄 중단하라"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인 가운데 한 시민이 "비상계엄 중단하라"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권우성

#불법계엄#윤석열#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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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어중문학을 전공했고 2002년중국에건너가 중국기업에서일한1세대한국인이다. 2007년7월과9월 알리바바 생방송프로그램에서 브랜드문화론과 모바일쇼핑시대의도래라는 주제로강연하여유명해짐. 이 강연으로 홍콩회사의 부총경리로스카웃되어 2013년까지근무함. 이후 봉제업과한국유량계를 중국국영정유석유화학회사에 납품하는일도 하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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