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7일. 박정현 부여군수가 부여군청 앞에서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재환 -박정현 부여군수 페이스북 갈무리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내란 당일 수많은 국민들이 여의도로 가서 국회를 지켰다. 미쳐 국회로 가지 못한 국민들은 밤새 뉴스를 지켜보며 밤잠을 설쳤다. 그날 밤 국민 상당수는 각자의 위치에서 '계엄 해제'를 염원했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박군수는 계엄 선포 당시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페이스북에 비상계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즉각 해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당시 지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이어 '윤석열 파면' 직전인 지난 3월에는 부여군 청사에 '헌정유린, 국헌문란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군수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달 27일 민주당 지도부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서 또다시 화제가 됐다.
박 군수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언론에 밝히지 않은 12.3 내란 당일의 비화를 밝혔다.
그는 계엄이 선포되자 마자 곧장 군청으로 달려갔다. 혹시라도 계엄군이 오면 막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또 비록 당은 다르지만, 고등학교 선배인 김태흠 충남지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계엄 해제를 촉구하는 입장을 내 달라"고 부탁했다.
박 군수의 부탁이 통한 것일까. 실제로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김태흠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만큼 헌법 절차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정현 군수는 "앞으로도 목소리를 내야할 일이 있으면 낼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불법으로 자행된 내란을 막은 것은 바로 국민들이다"
- 1인 시위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이 집회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요구했고, 김용민 국회의원도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나도 처음에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지귀연 판사가 웃으며 재판하는 것을 영상으로 봤다. 이 상태로는 내년 1월에도 1심 선고가 어려워 보였다. 윤석열이 다시 풀려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도 됐다. 그래서 행동에 나섰다. 다행히 (민주당) 지도부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
-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행동에 나설 생각인가.
"당연하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했을 때도 박수현 의원과 함께 삭발·단식을 했다. 앞으로도 목소리를 낼 일이 있다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 12.3 내란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국민들이 온몸으로 군과 장갑차를 막았다. 조성현(충남 서천 출신) 대령 같은 군인들도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하며 제 역할을 했다. 국민들 덕분에 친위쿠테타를 막은 것이다. 위대한 국민들이란 생각이 든다."
- 12.3 내란 당일에는 어디에 있었나.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곧장 부여 군청으로 들어갔다. 간부(고위직 공무원)들을 소집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군 통치가 시작된다. 군부대가 군청을 접수하려고 하면 나라도 군을 막을 생각이었다. 간부들에게 만약 내가 체포가 되면 군정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음 날인 12월 4일 새벽 1시쯤 김태흠(국민의힘) 충남지사에게도 전화를 했다. 비상계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을 권했다. 김 지사와는 당은 다르지만 내 고등학교 선배다. 충남지사의 입장 표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전화를 끊고) 1시 20분쯤 내 페이스북에 '불법 비상계엄 즉각해제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의결했지만 2차, 3차 계엄이 우려되는 시점이었다."
-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불법으로 자행된 내란을 막은 것은 바로 국민들이다. 그런 국민들이 이재명 정부를 만들었다. 이재명 정부도 국가의 품격을 되살리면서 순항하고 있다. 물론 내란 종식은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민주당 지도부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를 약속했다. 나라가 안정되고 평화로워야 민생이 살아나고 안정화될 수 있다. 민주당과 대통령이 (국정을) 잘 풀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