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천시 북안면 그라티아이 골프장 조감도, 영천시가 골프장 인허가를 낸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진척되지 않고 시행사 지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조정훈
경북 영천시 북안면 일원 '그라티아이GC 골프장 도시계획시설사업'을 둘러싸고 사업시행자와 지역 상장사 간 갈등이 법적·행정적 쟁점으로 번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북 영천시는 지난 2011년 5월 '영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 고시'를 통해 북안면 유상리 일원에 골프장을 지을 수 있도록 형질을 변경했다.
이후 영천시는 골프장 사업 시행사를 결정했지만 시행사인 A사는 자금난으로 인해 사업권을 지역 업체인 B사에 넘겼다. B사는 2023년 113만1000㎡ 부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개발 인허가를 마치고 정식 사업 시행사 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B사는 전 시행사의 사업권을 33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맹지(도로가 없는 토지) 인수에 대한 비용 150억 원을 납입한 뒤 나머지 180억 원은 잔여 토지를 인수한 후 지불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관련 금융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막히면서 자금난이 겹쳐 골프장 건설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B사는 지역 상장사인 C사의 자회사인 D건설과 750억 원에 사업권을 양도하는 매각 협상을 진행해오다 인수금액이 550억 원으로 낮춰졌지만 최종 단계에서 합의가 무산됐다.
그러는 사이 부지 일부가 금융권 공매로 넘어갔고 유찰을 거쳐 D건설이 전체 65필지 중 47필지(약103만㎡)를 139억 원에 최저가 수의계약을 통해 낙찰을 받았다.
D건설은 영천시에 '사업시행자 변경 지정 신청서'를 접수하고 골프장 조성 인근 마을에 7억 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또 B사를 상대로 계약위반이라며 위약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영천시는 국토부로부터 '기존 사업자의 지정 취소 근거가 없어 사업시행사 변경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D건설의 신청서를 반려했다. 법원 역시 계약 위반은 없다며 B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B사는 "D건설이 사업권을 탈취하기 위해 공매 제도를 악용하고 내부 정보를 유출해 행정 질서를 교란했다"며 "자본력을 악용한 '기획적 알박기' 갑질 범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권을 양도하는 계약 추진 단계에서 협상 상대방의 정보를 악용하여 맹지를 편취하고 사업을 방해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계약이 완료되기 전 마을발전기금을 살포한 것은 D건설이 사업시행자라는 오인을 하게 해 주민들을 속이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는 "D건설이 750억 원 규모의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내부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받았지만 이를 악용해 공매 유찰을 유도했다"며 "당초 가격의 20%도 안 되는 최저가에 핵심 맹지를 알박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D건설의 부당한 개입으로 착공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20년 지역 숙원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며 "법적 시행권이 없음에도 스스로를 사업시행자라 자처하며 영천시에 시행자 변경 신청을 한 것은 국토부 유권해석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천시의 행태에 대해서도 "영천시가 D건설의 시행자 행세 및 금품 살포에 대해 단 한 차례의 조사나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의 책임 회피이자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D건설은 "당초 계약을 파기한 것은 B사"라며 "골프장 예정부지인 맹지에 대해 올해 2월부터 공매가 진행됐는데 우리는 그 땅에 대해 주시하다가 정상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사업시행자 변경과 관련 "저희들은 영천시의 입장을 따르면 된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골프장 사업을 하다가 자금이 없어 토지가 공매로 넘어가고 시행자 지정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 그 사례를 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