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1일 시청 집무실에서 차량에 깔린 아이를 구한 시민들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한 뒤,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수원시
'기적을 만든 열한 분의 의인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수원시의 한 횡단보도에서 차량을 들어 올려 밑에 깔린 아이의 생명을 구한 '시민 영웅'들에게 한 말이다.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 기사, 횡단보도를 건너던 회사원, 자율학습을 마치고 하교하던 고등학생, 공동주택 경비원, 산책하고 있던 부부 등 순식간에 모여든 11명은 꿈쩍하지 않던 차량을 '번쩍' 들어 올렸고, 아이는 무사히 구조됐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2일 SNS를 통해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빛난 것은 사람을 향한 시민의 마음이었다"면서 "만나기 전엔 어떤 분들일지 궁금했는데, 막상 뵙고 나니 누구보다 평범하고, 그래서 더 특별한 우리의 이웃들이었다"고 전했다.
이재준 시장은 지난 1일 이들을 시청 집무실로 초청해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했다. 시민들은 "앞으로도 주변에 이런 사고를 목격하면 바로 달려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1일 시청 집무실에서 차량에 깔린 아이를 구한 시민들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한 뒤,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수원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1일 시청 집무실에서 차량에 깔린 아이를 구한 시민들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한 뒤,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수원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와 '영차! 영차!' 아이 깔린 차량 들어 올린 시민들
지난 11월 6일 밤 9시경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대각선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초록색이었는데, 아파트단지에서 우회전으로 나오던 스파크 승용차가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던 초등학교 5학년 A군을 충격하는 사고가 났다.
사고를 낸 B씨의 차량이 고속주행 상태는 아니었으나, 이 사고로 A군이 자전거에 탄 채 몸이 차 앞범퍼 아래로 깔려 빠져나오지 못하게 됐다. 차에서 내린 B씨는 깜짝 놀라 "도와주세요"를 연발하며 마침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던 개인택시 기사 조화용(57)씨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가서 상황을 살핀 조씨는 차를 뒤로 빼면 아이가 더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차를 들어올리기로 결정했다. 사고 차량이 경차라서 처음에는 혼자 들어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웠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 대여섯 명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달려와 조씨를 거들었다.
이들 중에는 매탄고등학교 2학년 곽진성·임세진군도 있었다. 두 학생은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교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 아파트 쪽에서 '쿵' 소리가 나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소리나는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멀리서 차량 밑에 깔린 아이의 다리가 보였지만, 상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두 학생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차량을 들어올리기 위해 애를 쓰는 어른들 사이에 끼어들어 힘을 보탰다.
윤혜영(48)씨는 남편과 함께 산책하고, 영통구청 쪽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그 순간 "도와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윤씨는 남편과 함께 산책로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11명의 시민이 모였고, '영차! 영차!' 하면서 힘을 모았다. 결국 차량이 '번쩍' 들어 올려졌고, 차량 밑에서 A군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A군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한 곽진성군은 119에 전화해 "의식은 또렷하고, 얼굴에 멍이 들었고, 입술이 약간 찢어졌다"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A군은 "괜찮다"며 집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상처를 확인하며, 구급차가 올 때까지 A군을 안심시켰다.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A군을 안전하게 인계해 가는 모습까지 확인한 시민들은 그제야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A군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시민들의 발 빠른 대처가 아이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지난 11월 11일 차량에 깔린 아이를 구한 시민들을 찾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 수원시
"아이의 생명을 구한 선행시민을 찾습니다"
다음날 사고 소식을 접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아이의 생명을 구한 11명의 '시민 영웅'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달려간 택시 기사 조화용씨를 찾았지만, 함께했던 모든 시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급기야 이재준 시장은 11월 11일 SNS에 "아이의 생명을 구한 선행시민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분초를 다투는 그 순간 보여주신 용기와 따뜻함을 수원이 함께 기억하겠다"면서 "그날의 선행시민을 아시거나 구조에 함께하신 분께서는 새빛민원실 베테랑 팀장에게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고가 난 횡단보도에도 "아이를 구조한 선행시민을 찾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당시 함께했던 시민들이 한 명, 한 명 연락을 해왔다. 김경숙 새빛민원실 베테랑팀장이 연락을 한 시민 11명을 만나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이재준 "기적을 만든 열한 분의 의인들... 125만 수원시민 대신해 감사"
이재준 시장은 A군을 구조한 시민들을 1일 집무실로 초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했다. 당시 함께 차를 들어 올린 시민들은 "충돌할 때 큰 소리가 나서 걱정했는데 아이가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1일 차량에 깔린 아이를 구한 시민들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수원시
사고 당시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 차량을 들어 올리는 데 함께 한 채장주(54, 회사원)씨는 "횡단보도를 다 건넜는데, 뒤에서 아주 큰 소리가 났다. 아이가 많이 다친 것 같아 굉장히 당황했다"면서 "사람들이 금세 모여 차를 함께 들었지만, 들어올리기까지 시간이 되게 길게 느껴졌다. 택시 기사님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셨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곽진성군은 "꿈이 소방관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한 건데, 표창까지 주시니 뿌듯하다"고 했고, 임세진군은 "동생이 사고를 당한 아이와 또래여서 남 일 같지 않았다. 거리에 위험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면 언제든 달려가 도움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이재준 시장은 2일 SNS를 통해 "그날의 선택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두려움보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 앞섰기에 만들어진 기적이었다"면서 "125만 시민을 대신해 아이의 생명을 지켜주신 열한 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이분들의 용기가 수원을 더 따뜻한 도시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