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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2 09:36최종 업데이트 25.12.02 09:36

계엄 1주년, 정책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대통령을 떠올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를 읽고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계엄'을 겪었고, 끝내 이겨냈다.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결정은 오직 국민을 위해, 국민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국민은 계엄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난 12월 3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슬픔을 안겨준 안타까운 날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25∼27일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역대 대통령에 대해 공과 평가를 조사해 28일 공개한 결과, 역대 대통령 중 잘할 일이 많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받은 전직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68%)이었다. '못한 일이 많다'는 응답은 15%였다. 이와 반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잘못한 일이 많다'는 혹평을 가장 많이 받아서 두 대통령 간 대조를 이루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가는 여러 어록과 정책적 유산이 있겠지만 실은 그가 정치인으로서,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어른으로서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살았는지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진보의 미래 표지.
진보의 미래 표지. ⓒ 돌베개

나는 그의 책 <진보의 미래>(2019년 5월 출간)를 읽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 고민이 많았던 사람이구나,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길 진정으로 바랐던 사람이구나고 느끼게 됐다.

나도 입법부에서 근무하는 정치 노동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을 읽으면서 사회복지학자인 나보다 더 많이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제도를 고민했고, 죽기 직전 까지 대한민국의 불평등 문제를 단단히 부여잡고,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해답을 오직 정책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정책 없는 정치는 사과 없는 사과나무와 같다는 나의 철학과 일치한다. 아주 정확히 밀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나라를 바꾸자? (중략) 정권을 바꾸자? 정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지는가? 정책을 바꾸자. 문제는 정책이다(진보의 미래, 30쪽).

정책없는 정치는 무의미하다 나무를 심는 이유는 실과를 취함이다. 나무는 정치, 열매는 정책이다. 정치의 고질적 문제는 권력만을 누리려는 '무지성 권력욕'이다. 정치인 중 치열하게 정책을 고민하고, 세상을 이렇게 바꾸겠다는 인식과 목적의식, 소명을 안고, 소위 배지를 단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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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는 작은 정부론을 주장한다. (중략) 보수주의는 작은 정부, 진보주의는 큰 정부, 이렇게 나누는 것은 타당한 것일까? 타당하다. 진보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주의보다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진보의 미래, 81쪽).

세금을 얼마나 거두어서 복지 지출을 얼마나 하고, 사회적 보장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기준이 될 것이다(진보의 미래, 82쪽).

정부의 역할이 커진다 함은 무엇인가? 분배일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복지에, 보건에, 교육에, 노동시장 구조 등에 얼마나 규모 있게, 진정성 있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느냐는 큰 정부를 지향함을 의미한다.

소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시장에 국민의 삶을 맡기는 것만이 정부의 역할일까? 태어날 때부터 각 구성원은 각기 다른 가정환경에 놓여진다. 선택할 수 없다. 부모의 국적, 유전자, 지역, 지능, 자산, 외모, 기질 등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울어진 평등'에서 자유롭기는 불가능하다.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느냐보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단 말이죠. 어떤 나라에서는 열심히 일하려고 해도 일할 수 없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봤자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거든요.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는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진보의 미래, 153쪽).

이런 고민을 해보았다. 나는 어떤 나라에서 나고 자랐는가? 앞으로는 어떤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일까? 그리고 나의 자녀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 환경, 복지제도, 정치구조, 노동시장, 보건의료제도가 참으로 좋은 나라에서 살도록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러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 비록, 개인은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는 특별히 무엇을 선택할 권한이 없지만 그 권한 없음으로 인해 불평등한 삶을 계속 살아가도록 정부가 방관하기 보다는 각기 다른 가구배경에서 나고, 자랄지라도 교육, 보건의료, 문화생활, 자기계발, 진로 선택 등에 있어서 불평등하지 않도록 더 나은 제도와 정책을 국민에게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민이 현재도 유효함은, 왜일까? 그가 느낀 답답한 감정이 지금도 마찬가지임은 옳은 것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고민이 깊어지며, 한숨도 짙어지지만 결국은 정치가 국민이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할 날이 곧 오게 되리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SNS에도 실립니다.


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지음, 돌베개(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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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진보의미래#노무현대통령#노무현진보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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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assembly) 내방

단순하고 소박한 삶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복지학자입니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숙인 등을 돕는 사회복지현장과 국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지방의회에서 지방자치 발전과 사회서비스 제도 개선을 설계, 보완하는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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