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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친회에 관한 두 편의 글이 <오마이뉴스>에 실린 뒤, 뜻밖의 일이 찾아왔다. 첫 번째 기사인 "
해외서 종친회장 만난 아들, '뿌리'를 물어왔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사 "
아들이 대신 다녀온 세일사, 60세에 비로소 깨달은 '뿌리의 힘'"이 연이어 나간 직후였다.
두번째 기사가 나간 뒤, 아들이 미리 연결해 두었던 종친회장님께 카카오톡으로 인사와 함께 종친회 관련 기사도 올려 드렸다. 잠시 후 "반갑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어 대종회 사무총장께서 가계도를 파악해 어느 '파'인지 알려주시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하셨다. "할아버지 함자를 기억하시면 추가로 알려달라"는 말씀도 있었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뜨끔했다. 사실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기 전, 나는 이미 아들이 전해준 사무총장님의 명함을 보고 연락처로 먼저 가계도 상담을 드렸다. 그때도 사무총장님은 '할아버지 함자'를 물어오셨다. 사무총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형제들이 공유하는 돌림자(항렬자)를 기준으로 윗대의 함자를 확인해야 어느 파인 지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 형제들의 돌림자는 '교(敎)'자였고,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함자는 정확히 알고 있다. 문제는 할아버지의 '정확한 한자 함자'를 우리가 모른다는 점이었다.
사무총장님은 "아버지의 제적등본을 떼보면 할아버지의 함자와 생년월 등 선대의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조언해 주셨다.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할아버지 함자를 적어야 할 상황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몇 대 선조의 '한문 함자'를 알아야 어느 파의 몇 대손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60세가 된 지금, 뒤늦게 뿌리의 깊이를 깨달아 가고 있다. ⓒ davidvig on Unsplash
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 갔다. 아버지 세대의 항렬자와 함자의 한자 표기는 대부분 알고 있지만, '할아버지의 정확한 한자 함자'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문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우리 세대조차 할아버지의 함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더구나 대다수 요즘 세대에게 한자는 이미 외국어처럼 낯선 문자가 되어버린 것도 현실이다. 이후 회장님께서 문자를 다시 보내오셨다.
"윗대 조상 함자를 알아야 찾을 수 있겠네요. 그래도 어느 파이든 간에, 우리는 모두 중시조 충렬공 김방경 할아버지의 자손입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회장님께서는 메시지 마지막에 웃음을 담아 보내셨다. 그 문장이 유난히 따뜻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함자를 아느냐 모르느냐 이전에, 결국 우리는 같은 한 뿌리에서 이어져 내려온 자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오마이뉴스> 두 편의 글이 대종친회 홈페이지에 게시 되면서, 잠시라도 뿌리를 떠올려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60세가 된 지금, 나는 뒤늦게 뿌리의 깊이를 깨달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야 할아버지 함자를 찾기 위해 제적 등본을 펼쳐보려 한다. 늦었지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몇 대손인지, 어느 파인 지 생각하며 살아오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족보와 가계를 정리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