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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에 개관한 고성 책둠벙 도서관지난 9월 12일에 개관한 고성 책둠벙 도서관 ⓒ 강상도
지난 9월 12일, 경남 고성 군민들의 추억이 깃든 옛 공설운동장에 책둠벙 도서관이 개관했다. 책둠벙 도서관의 탄생 뒤에는 문화기획자인 박형섭 작가의 헌신적인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박 작가는 <진주성을 나는 비차>를 쓴 동화작가이자 파주책나라 대표, 문화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총괄 디렉터를 맡은 박 작가는 단순한 건축 자문이 아닌 건축 설계부터 공간 콘텐츠 구성, 운영 철학 및 비전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총괄하였다. '책둠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공간에 이야기를 심고 감성을 불어넣어 이용자들이 흠뻑 빠져들도록 설계하였다. 정호승 시인의 강연과 작은 음악회, 어린이 문학캠프 등 개관식에도 다채로운 문학 행사로 도서관의 의미를 더했다.
책둠벙 도서관의 자문 및 총괄 디렉터를 맡은 박형섭 작가에게 지난 11월 10일,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박형섭 작가의 보내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객석이자 서재가 되는 자유로운 공간객석이자 서재가 되는 자유로운 공간 ⓒ 강상도
- 책둠벙 도서관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 또 보람된 점이 있다면?
"이 사업은 2020년 생활 SOC사업으로 선정된 경우인데 당시에는 어린이도서관 건립이 유행하는 콘셉트라 사업 취지에 맞게 신청을 해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추진하려다 보니 줄어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시설보다는 군민들이 예술회관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뒤늦게 나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어린이만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모두의 도서관으로 콘셉트를 바꾸어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옛 공설운동장 자리에 지어진 도서관을 찾으신 어르신들은 이 장소에서 뛰어놀던 추억을 회상하며 어릴 때의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그분들에겐 몸으로 뛰던 장소가 이제 노년이 되어 마음으로 뛰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애정이 깃든 자리에 지어진 도서관인 만큼 주민들의 사랑이 남다릅니다."
- 책 웅덩이 도서관만의 특화된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동문학을 특화한 도서관입니다. 개관 첫 해라 이에 관한 자료는 많이 부족해 차차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중앙 벽에는 해외 유명 그림 책상을 받은 우리 작가들의 수상도서를 전시했고 이용자들이 책을 재미있게 접하도록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신발장에 책표지를 붙여놓아 읽고 싶은 책에 신발을 넣고 그 책을 읽도록 유도하였고 북카페에 있는 머그잔에는 책 주인공 캐릭터와 책 제목, 작가, 출판사 이름을 함께 새겼습니다.
'이야기 둠벙' 공간에서는 매주 토, 일요일마다 지역의 할머니들과 다문화 어머니들이 나와 옛이야기와 그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문학이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만큼이 프로그램은 책과 문학의 매력을 접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 AI 시대 도서관이 가져야 할 역할이 있다면?
"우리는 책과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독서인구가 줄고 있다고 해도 출간되는 책들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거나 정보를 얻으며 사색을 합니다. 결국, 자기에게 필요한 책을 알맞게 고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이 서점의 광고나 온라인 홍보를 벗어나 신간 정보를 얻기는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AI가 필요합니다. 내게 필요한 단순 정보가 아니라 책을 읽으며 고민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도서관은 AI가 추천하는 맞춤 책을 상황에 따라 추천하는 오프라인 장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조명이 예쁜 공간조명이 예쁜 공간 ⓒ 강상도
- 앞으로 책둠벙 도서관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지역소멸의 큰 위기를 목전에 둔 도서관의 역할은 단순한 도서관 그 이상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하던 10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둠벙 도서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관광자원으로서의 도서관. 전주의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처럼 멋진 외관과 수준 높은 전시, 유명 작가와의 만남은 외지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중요한 사항으로 작용합니다. 아동문학의 전문자료를 다수 비치하여 아동문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관계자를 끌어들이고 영향력 있는 작가들을 많이 초청하여 방문의 동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주민 생활 속의 도서관. 생활 속의 독서습관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공간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주민들이 만들어나가는 독서동아리를 5개 이상 만들고 내년 봄부터는 책 벼룩시장을 통해 유쾌하게 책이 오가는 대화의 장소를 만들 계획입니다.
도서관 공간을 주민들에게 내어주어 우리 가족이 추천하는 책 코너, 지역 명사들의 책 에피소드와 추천 책, 지역 작가와 마을 이야기 공간을 만듭니다. 도서관 앞이 벚꽃이 피는 멋진 공원이라 산책을 하는 주민이 많습니다. 밤에 별빛 독서, 봄가을에 텐트 독서 등 주민들이 접하지 못한 특이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집 책장을 소개합니다’라는 북큐레이션 서재‘우리 집 책장을 소개합니다’라는 북큐레이션 서재 ⓒ 강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