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수십 년간 일한 하청노동자 120여 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GM 세종물류센터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우진물류가 폐업을 결정했기 때문. 업체 측은 오는 12월 31일 '도급 계약 종료'를 이유로 폐업한다며 지난 11월 27일부 해고 통지 우편물을 발송했는데,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폐업과 해고 통보'라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종물류센터는 1년에 영업이익만 4000~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 단위 도급계약과 저임금, 고강도 노동 등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었고, 지난 7월 5일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GM부품물류지회를 설립해 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11월 10일, GM부품물류지회는 직접고용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하청노동자들 "해고통지서 한 장에 버려져도 되는 존재입니까"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수십 년간 일한 하청노동자 120여 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제공
1일 오전 11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고용노동부 대전노동지청 앞에서 '한국GM 세종물류센터 집단해고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세종물류센터 현장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한 조합원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스스로 "세종시에 살고 있는 40대 가장"이라고 소개한 조합원 A씨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자신을 포함한 120여 명 동료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지 않도록 도움을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A씨는 "매년 원청 한국GM이 내린 물량을 어떻게든 쳐내야 했기에 개인 사정이 있어도 잔업을 하며 머슴처럼 일했고 아파도 하청업체 눈치를 보며 스스로 병원 가서 치료받았다"며 "20여 넘게 일해 왔던 동료들은 여기서 일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묵묵히 일해왔던 터전이었다. 저희에게 한마디 언급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쓰레기처럼 버려질 수가 있는 것인지 억장이 무너지고 피눈물이 난다. 저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절규했다.
그는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희가 바라는 건 한국GM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저희를 직접 고용해서 이곳 세종물류센터가 한국GM 직영센터로 전환되어 저희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해고 걱정 없이 일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30대에 입사해 50세가 훌쩍 넘도록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조합원 B씨는 "제 인생의 절반 가까이 이곳에서 보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쁠 때는 한 달에 1, 2일도 쉬지 못하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그만큼 저는 이 회사를 믿고 잘 되도록, 다같이 행복하게, 열심히 일했다"고 회고했다.
B씨는 "그런데 20년을 넘게 함께 한 회사가 저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고생했다도 미안하다도 아닌 해고 통지 한 장이었다"라며 "그 종이 한 장이 제 지난 20년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것 같았다. 그것을 제 가족들이 먼저 보게 되었을 때, 제 마음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많이 서툴고, 목소리가 떨려도 저는 꼭 이 말을 드리고 싶다. 대통령님, 저희는 거창한 걸 바라지 않는다. 20년을 함께 지켜온 일터에서 정당하게, 떳떳하게 일하고 싶다"고 발언을 마쳤다.
정치권 "소비자·노동자·지역사회를 버리는 기업, 심판 피할 수 없어"

▲김용태 GM부품물류지회장도 이번 집단해고 사태가 노조파괴 행태임을 강조했다.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제공
김용태 GM부품물류지회장은 이번 집단해고 사태가 노조 파괴임을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노동자들이 잘못해서도 아니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노조를 만들고 당당히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라고 지목하며 "오늘의 해고는 단순한 폐업도, 경영상 이유도 아닌 명백한 노조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회장은 "오늘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 내일 다른 하청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면서 노조가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사진은 세종물류센터 현장에 부착된 해고통지서. ⓒ 금속노조 GM부품물류지회 제공
한편 지난 11월 7일, 한국GM은 전국 9개 직영정비센터를 내년 2월 15일 자로 전면 폐쇄하고, 부품물류 또한 외주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11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국GM 직영 정비 폐쇄·내수판매 파괴 규탄' 기자회견에서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영 정비 폐쇄 등은) 단순한 영업망 조정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행위, 그리고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소비자·노동자·지역사회를 버리는 기업은 국민의 비판과 시장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는 노동자·시민과 함께 한국GM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비판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또한 "한국GM은 사회적 지원과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고, 회생해 온 회사다. 그렇다면 내수시장 포기와 직영 정비 폐쇄 같은 무책임한 전략을 정부와 국회가 좌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난 2018년 한국GM이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 8100억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노동당 충북도당도 지난 11월 28일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노조법 2조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짓밟는 사건"이라며 "단순한 폐업이 아니라 노골적인 비정규직 집단해고"라고 한국GM을 규탄했다. 노동당은 "GM부품물류지회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그리고 "진짜 사장이 책임지라"는 상식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노동당은 한국GM 부품물류지회 조합원들의 정당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코노믹 리뷰>의 지난 1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우진물류 측은 이번 폐업 논란에 대해 답변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지난 11월 7일, 한국GM은 노사 합의를 정면으로 파기하고 전국 9개 직영정비센터를 내년 2월 15일 자로 전면 폐쇄하고, 부품물류 또한 외주화하겠다고 일방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