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국민의힘이 2일로 예정되어 있던 국민대회를 취소했다. 이날까지로 예정되어 있던 전국순회 집회가 하루 일찍 중단한 것이다. 당은 대외적 이유로 "긴박한 국회 일정"을 꼽았지만, 낮은 호응도와 계속된 막말 논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국민대회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대규모' 집회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장에 모인 당원과 지지자의 규모만이 아니라, 장동혁 당 대표나 김민수 최고위원 등 마이크를 잡은 몇몇 인사들의 발언도 계속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일부 강성 당원들이 '친한계'를 위시한 일부 비주류 인사들을 향해 야유와 욕설을 쏟아내는 등 파열음이 커지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 사태 관련 '사과'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탄압받는 모양새가 그려졌고,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서도 장외집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1일 "내일(2일) 개최 예정이던 경기도 국민대회가 긴박한 국회 일정으로 취소되었다"라며 "함께 준비해주신 당협위원장님과 당직자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을 전달 드리며, 당원 여러분께 안내 부탁드린다"라고 공지했다.
'장외집회 무용론' 속 2일 국민대회 취소... 긴박한 국회 일정 탓?

▲국민의힘이 지난 11월 29일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 개최한 '민생회복·법치수호 대전 국민대회’. 이날 대회장에는 '계엄은 정당했다', '계엄사과 죽음', '계엄사과 반대' 등의 문구가 써진 피켓과 현수막이 등장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일 국회 안팎으로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일정이 예정돼 있는 건 사실이다.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2일)이 도래하면서, 국회 본회의 소집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경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결과 역시 2일 늦은 오후나 3일 이른 오전 중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회 정무위원회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긴급 현안질의를 위해 전체회의도 소집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시한은 갑자기 잡힌 게 아니라 기존에 이미 정해진 일정이었고, 추경호 의원 영장실질심사 역시 원내 사안은 아니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위해 빠지더라도 당장 규탄대회 진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마지막 경기도 일정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취소한 것은 국회 일정이 아니라 당내 비판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장외집회 무용론' 및 당내 비판에 관한 질문이 현장에서 나오자 "저희 장외집회는 오늘(1일) 하루 남은 상황"이라며 "내일(2일) 같은 경우는 예산안과 관련된 본회의가 있고 추경호 원내대표 영장 실질 심사와 관련해서 저희 장외 집회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점에 있어서 볼 때, 아마 오늘이 어떻게 보면 기자께서 질문하신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소란이나 그다음에 어떤 불만들이 터져 나올 수 있는 그런 계기나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당에서 관리를 잘 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중언부언했다.
그는 비상계엄 관련 구체적인 언급이 비공개 회의 시간에 없었다고 전하며, 김민수 최고위원이 계엄을 옹호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 최고위원 회의에서 그런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정당이라고 하는 것이 다양한 목소리를 또 담아내는 그런 틀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달리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당론으로서, 대외적으로 저희가 획일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양향자 "반지성과 울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천벌받을 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양향자, 우재준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양향자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공개발언에 나섰다. 그는 "이틀 후면 12.3 계엄 1년이 된다. 그날 밤은 모두에게 혼돈이었다"라며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불법이 합법이 되는 것도 아니고, 파면된 우리 당 대통령이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불과 3년 만에 강탈당한 정권을 되돌릴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당에게 계엄을 허락받지 않았다. 소통하지도, 설명하지도, 설득하지도 않았다"라며 "당이 동의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힘에,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했다. 우리가 낳은 권력을 견제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했다"라고 반성했다. "우리 당 모두의 잘못이고 책임"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많은 지지자들이 여전히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빼앗긴 정권, 잃어버린 대통령을 놓지 못하고 있다"라며 "급기야 몇몇은 우리 안의 배신자를 만들어 낙인을 찍고, 돌을 던지고, 심지어 목을 매달려고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반지성과 울분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천벌 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혹여 아직도 1년 전 12월 3일에 머물러 있진 않은지,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당원과 지지자를 정작 우리 지도부가 그날에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우리는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뒤를 보고 걸으면 제대로 갈 수도, 멀리 갈 수도 없다"라고 부연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 또한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략이 있는 것 같지가 않다"라며 "이러면 또 당내 장외집회를 폄하했다고 해서 징계사유가 하나 더 보태질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심지어는 영남지역에 갔는데도 몇 백 명이 안 된다. 동원 다 하는 거 아닌가? 다 아시다시피"라며 "이게 누구를 위한 장외집회인지, 왜 수많은 당비를 써가면서 그 짓을 하는지 저는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직격했다.
또한 "논리적으로 국민께 접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동원한 사람들과 함께 장외집회한다고 해서 그게 과연 국민들의 등 돌린 마음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참 걱정이 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