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유가족 최선미씨。 윤석열 김건희 구속 집회에 참석한 모습。 ⓒ 이재환 - 최선미 제공
지난해 '12.3 내란' 사태 당시 여의도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당시 충남 홍성에 살고 있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최선미(고 박가영씨 어머니)씨는 지역 주민인 민성기·오홍순(홍성문화연대 소속)씨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로 올라갔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방송'을 본 직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장 서울로 향한 것이다. 홍성에서 서울 여의도까지는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이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 여의교는 이미 먼저온 차량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들은 타고 간 자동차를 여의교에 놔두고 국회까지 걸었다. 그렇게 4일 오전 5시까지 밤새 국회 앞을 지켰다. 그날 여의도에 모였던 시민들은 지금도 그 당시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계엄해제 뿐,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해"
"그때 당시에는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기록이고 뭐고 상황이 엄중했다. 계엄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오흥순·충남 홍성)"
"국회를 지키고,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마도 다들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날 국회 정문 앞에 있었다. 학생들이 유난히 많았다. 내 옆에 중학생이 있었다. 시험 공부를 하다가 왔다고 했다. 모아둔 용돈으로 택시를 타고 안성에서 왔다고 들었다. 그 추운 날에 슬리퍼를 신고 왔던 친구들도 있었다. 모두 한 마음이었다.(민성기·충남 홍성)"

▲지난해 12월 4일 오전 5시。서울 여의교에 놓아둔 자동차。 최선미씨를 비롯해 홍성 주민 3명이 타고 올라간 차이다。 새벽에는 세워져 있던 차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고。 ⓒ 이재환 -민성기 제공
최선미씨도 그날 여의도 국회 현장을 지켰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최씨는 "비록 딸은 지키지 못했지만 나라를 지켜야 겠다는 마음으로 목숨 걸고 여의도로 올라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래는 최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마음이 드는지도 궁금하다.
"지금도 내란 관련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볼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내란이 성공했다면 나라가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끔직하다. 윤석열 정부의 3년이 정말 끔찍했다는 사실도 새삼 느낀다."
- 12.3 당시 여의도 국회 앞을 지켰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도 느낄 것 같다. 본인에게 12.3 계엄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이기도 하다. 딸을 지키기 못한 아픔이 있다. 그날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여의도로 갔다. 결국 시민들과 함께 나라를 지켰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남아 있는 우리 아들을 지켰다고 믿는다. 만약에 12.3 내란을 막지 못했다면 우리 아들도 군대에 차출되어 가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하게 된다."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12.3 비상계엄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사태를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윤석열 처벌 등)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시민들의 힘과 국민적인 열망이 윤석열을 그대로 놔둘두지도 않을 것 같다. 지난해 계엄 사태 이후에도 집회 현장에 계속 있었다. 그때 국민들의 열망과 분노를 보았다. 그 열망과 분노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당시 국회로 간 시민들이 없었다면 계엄을 해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윤 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해가 안된다. 윤석열은 재판정에서 책임을 부하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윤석열이 재판정에서 증언하는 모습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본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 12.3 계엄을 함께 막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혹시 있나.
"12.3 사태 1주년인 3일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집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지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어서다. 국민들이 다시 한번 함께 목소리를 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정 세력이나 (윤석열 같은) 특정 인물 하나에 의해서 나라가 좌지우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