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봉 정도전삼봉 정도전(1342~1398) ⓒ 김덕영
조선왕조의 설계자라 불리는 정도전의 '석탄(石灘)'이다.
석탄
돌 거죽은 쇠를 깎아 세운 듯
여울물은 긴 무지개 다리로 내달린다
여울 머리에 고깃배 늘어섰고
여울 가에 초가집들 기댔는데
고상한 선비가 맑은 병 있어
돌아와 그 가운데 누웠도다
아침에는 출렁대는 물결을 즐기고
저녁에는 반짝이는 물살에 놀라다가
날 더우면 호젓한 상쾌함 그러잡고
장마 개면 하얀 달님 흐르는데
봄이 되면 물빛은 쪽보다 푸르르니
삭풍에 눈 펄펄 휘날리면 어떻겠나?
편히 앉아 기이한 변화 완상하니
흘러가는 강물은 쉬임 없고
오로지 갈매기 한 쌍 있어
날아와 여기에 오래도록 머문다
오호라, 나란 사람 새만도 못하여
떠나지도 못하면서 헛되이 생각만 하는도다.
조선왕조의 빼어난 문인 변계랑(卞季良)의 '흥이 나서'이다.
흥이 나서
비단 창의 누각은 어찌 그리 환한가?
떠 있는 구름가로 햇빛이 비추누나
누각 안에 아리따운 여인 있어
그 용모 어여쁘고 곱지만
단 한번의 웃음도 끝내 웃지 않으니
꽃다운 마음을 누구에게 전할 건가?
거문고 가져다가 퉁겨봄에
애절한 소리가 푸른 하늘 나르나니
바라건대, 군자의 짝이 되어
해로하며 한 평생을 마쳤으면.
조선시대 출중한 유학자 이색(李穡)의 글 두 편이다.
부벽루에서
어제는 빙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동안 부벽루 올라보니
인적 끊긴 성터에 조각달 하나
늙은 바위 돌에 천추(千秋)의 구름
기린은 한번 가고 오지 않으니
동명왕은 어디 메에 노니시는가?
돌계단에 기대어 휘파람 길게 부니
산은 파랗고 강물 절로 흐르누나.
나그네 신세
평생을 남북으로 다녔지만
마음과 일 도리어 어긋나고
고국은 바다 서쪽 언덕으로
조각배로 하늘가에 와 보니
매화꽃 핀 창가에 봄빛은 이른데
판잣집에 빗소리 요란하다
홀로 앉아 긴 긴 해를 보내자니
쓰라린 고향 생각 어찌 견뎌 낼까나?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金富軾)의 산문이다.
국화를 마주함에 느낌이 있어
늦은 가을이라 온갖 풀 시들어도
뜰 앞의 향긋한 국화는 서리를 이겨내고 피었구나
어쩔 수 없는 풍상에 향기 날려 사라져도
다정스런 벌 나비는 여태껏 배회하나니
두목(杜牧)은 취루(翠樓)에 올랐었고
도잠(陶潛)은 흰 옷 입고 오는 사람 서글피 기다렸다지
옛 사람 생각하며 덧없이 서너번 탄식하는데
밝은 달이 홀연히 황금빛 술병을 비추인다.
덧붙이는 글 | [붓의 향연]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