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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조시산', 허균이 엮은 시선집. 1706년에 간행된 목판본
'국조시산', 허균이 엮은 시선집. 1706년에 간행된 목판본 ⓒ 한정규

허균(1569~1618)은 억울함이 많은 문인이다.

누구보다 자유분방한 정신으로 성리학에 안주하지 않고 폭넓은 사고와 지식을 갖췄다. 학식과 시문이 뛰어나고 사회적 통념에도 거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도덕을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받고 이단으로 몰렸다.

서자들과 어울리고 하층민들을 존대하여 사회개혁을 시도하다가 광해군 때에 역적 모의를 했다는 혐의로 참형되었다. 조선조가 망할 때까지 그는 복권되지 못했다. 왕조는 끝까지 그를 사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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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썼으며 시를 모으고 작품 평을 한 <국조시산>을 남겼다. 후인들은 그를 소설가로만 인식할 뿐 우수한 시인임은 잘 모른다. 그는 농민들의 참상을 사실대로 기술하는 두 편의 농민시의 작가로서 관리들의 탐학을 사정없이 들추었다. 혁명적 문건인 <호민론>의 필자이다.

농민의 참상을 쓴 시문이다.

본대로 쓴다

시골 아낙 황촌에서 울며 서로 하는 말이
금년엔 부역이 너무 잦아서
남은 양식 밤에 찍어 자루에 채워주고
시든 푸성귀로 아침 저녁 요기하오

이 분이 다 가도록 농사일도 할 수 없어
딱한 사연 하소하면 곤장만 빗발쳐요.
천년 뒤에 공수(龔遂)·황패(黃覇) 다시 보기 어려워라
동헌에는 백성사랑 다시 없어졌네.

늙은 아낙 저문 날 황촌에서 눈물짓네
쑥대머리 서리 같고 두 눈은 침침하네
남편은 빚 못 갚아 감옥에 갇혀 있고
아들은 도위(都尉)따라 서원으로 떠나갔네

난리 겪어 집안은 세간도 타버리고
산속 피난길에 옷가지도 다 잃었네
먹고 살 일 아득해서 살맛마져 안 나는데
관가 아전 무슨일로 또 문을 두드리나.

덧붙이는 글 | [붓의 향연]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붓의#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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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붓의 향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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