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완도신문
일반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18세기 후반의 문인 심익운(沈翼雲, 1734~1782)은 불우한 문사였다. 26세에 정시문과에 장원급제 후 이조좌랑에 올랐으나 시기하는 자들의 질시로 화관에 내몰렸다.
흔히 조선 문화의 르네상스 시기라 불리는 정조 때에 심익운은 형의 죄에 연좌되어 제주도에 유배되고 그곳에서 48세에 죽음을 맞았다. 작품은 34세 때에 스스로 편찬한 <백일사집(白日私集)>과 <백일문집>이 있다. 당시의 큰 학자 성대중(成大中)이 <정성잡지>에 쓴 심익운의 삶과 문학이다.
심익운은 절세의 재사다. 그 아버지 심일진은 평범한 사람으로 아들 셋을 두었는데 장자가 상문이고 둘째가 익운이며, 막내가 병운이다. 형제가 서로를 사우(師友)로 삼아 그 시문이 모두 오묘하고 익운이 가장 기묘하다. 상운과 익운 모두 소과·대과를 합격하였으나 집안일에 연좌되어 세상에 꿈을 펼치지 못하자 익운은 분함을 못 이겨 드디어 손가락 하나를 찍어서 자포자기 했음을 들어내 보였다.
그의 시는 더욱 감개가 담겼고, 험하고 궁벽해졌으며, 원망하고 불평하는 소리가 많았다. 그의 재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그를 불쌍히 여겼다.(안대희, <조선의 문장을 만나다 - 고전산문 산책>, 81쪽, 휴머니스트, 2008)
심익운의 유작 중 '큰 도둑 작은 도둑'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큰 도둑, 작은 도둑
마포는 가까운 곳에 강이 있어 뱀과 벌레가 많다. 내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니, 종이 큰 뱀 두 마리를 잡았다가 곧 놓아주며, 작은 뱀 두 마리는 잡아서 죽이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연유를 물었더니 그들은
"큰 뱀은 영(靈)이 있어서 죽일 수 없지요. 죽이면 사람에게 앙갚음을 해요. 작은 뱀은 죽이더라도 사람에게 앙갚음을 못하지요." 라고 대답했다.
뱀은 사악한 짐승이다. 큰 뱀은 사악함도 큰 반면, 작은 뱀은 사악함이 작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큰 것은 사악함이 커서 죽임을 면하고 작은 것은 도리어 사악함이 작은 연유로 죽임을 당했구나! 이러한 일이 어찌 짐승에게만 해당되랴?
사람도 마찬가지다. 크게 사악한 자는 그 악이 크기 때문에 힘을 가지게 되고 따라서 사악함이 작은 자가 도리어 죽임을 당한다. 반면에 선행의 경우는 반대라서 크게 선한 자는 소문이 나지 않고 작게 선한 자는 소문이 난다. 그러므로 크게 충성스러운 자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작게 충성스러운 자가 보상을 받으며, 큰 현자는 기용되지 못하고 작은 현자는 기용된다. 선과 악, 크고 작은 것의 행불행이 아니겠는가?
말이 나온 김에 몇 마디 말을 덧붙인다. 살인을 많이 한 도척(盜跖)은 멸하지 않고, 담을 넘은 좀도둑은 몸이 찢겨진다. 살인자는 버려두고, 베 두 필 훔친 자는 죽인다. 큰 아전이 소리 질러 공갈하면 미천한 백성들은 땅바닥에 뒹군다.
또 덧붙여 말한다. 공자(孔子)와 묵자(墨子)는 조정에 올라가지 못하고 보잘것없는 유생은 성공하며, 예장나무는 버려두고 익나무가 대들보가 된다. 이제 백성들 가운데 어떤 자를 포상하고 어떤 자를 징계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붓의 향연]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