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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이정민

이재명 대통령의 '감찰 지시'를 불러온 검사들의 재판정 집단 퇴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11월 25일 수원지법 211호 법정.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수원지검 소속 검사 4명은 재판부에 기피신청을 낸 뒤 집단 퇴정했다. 표면적인 사유는 "재판부가 한정된 신문만 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입증 책임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불공정한 재판 소송지휘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 재판장 송병훈)가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64명 중 6명만 받아들인 데 대한 반발이었다.

형사재판에서 검찰 또는 피고인 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은 법이 규정한 권리 중 하나다.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검찰은 과거에도 기피 신청을 하면서 법정에서 퇴정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핵심 논점은 이거다. 검사들의 이번 기피 신청은 정당한가?

[관전 포인트 ① 재판의 성격] 검찰은 핵심 이해관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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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의 집단 퇴정을 둘러싼 논란에서 일각의 시각은 이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자신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 직후 국민의힘이 "본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감찰 수사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논평(박성훈 수석대변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재판은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이 아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여러 재판을 받고 있어서 헷갈릴 수 있는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굵직한 것만 추려봐도 ① 외환관리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대법원 확정 판결) ② 제3자 뇌물 혐의(이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 ③ 각종 뇌물 혐의 ④ 국회 위증 혐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사건은 두번째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재판은 가장 마지막에 기소된 국회 위증 사건이다. 참고로 두번째 사건에서 이 대통령 재판은 현재 중지된 상태고, 이 전 부지사에 대해서만 1심이 진행중이다.

오히려 위증 재판에서 직접적인 당사자는 이 대통령이 아니라 검찰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때 한 발언이 위증이라는 것이 핵심적인 공소사실이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검사실에서) 술을 마신 것은 한 번이었는데, 회덮밥에 연어에 여러 가지 과일에 소주까지" 왔다고 증언했다. 이어 "제공된 음식이 연어회, 회덮밥, 국물 요리, 술, 음료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과 엮으려고 쌍방울그룹 인사들과 함께 자신을 회유했다는 취지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검찰은 지난 2월 이 증언을 형사법정으로 끌고왔다. 위증이 맞다면 검찰은 위증의 피해자다. 하지만 위증이 아니라면, 검찰은 범죄 혐의가 매우 짙어진다.

즉, 이 재판에서 검찰은 객관적인 '공익의 대변자'라고 할 수 없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핵심 이해관계자다. 결국 이런 성격의 재판에서 검찰이 증인 채택을 이유로 재판부를 기피 신청하고 집단 퇴정하는 건,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관전 포인트 ② 재판의 진행] 그날, 판사는 날짜를 특정했다

 수원지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회유를 위해 '연어 술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현 법무연수원 교수)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 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2025-10-16
수원지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회유를 위해 '연어 술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현 법무연수원 교수)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 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2025-10-16 ⓒ 남소연

이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은, 공판준비기일이 무려 열 차례 진행됐다는 점이다. 지난 4월 8일 첫번째 준비기일이 열렸고, 9월 16일 5차 준비기일 때 국민참여재판이 결정됐으며(12월 15~19일 닷새), 25일 10차 준비기일 때 파행이 됐다.

검찰은 일찍부터 증인 64명, 그중 위증 혐의와 관련해 교정시설에서 이 전 부지사를 계호한 교도관 42명 전원을 증인으로 포함시켰다. 하지만 시간적 제약이 있는 국민참여재판에서 그정도 규모 증인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결국 대폭 조정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술을 마셨다는 날을 정확히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검찰은 교도관 전원 증인을 고집했다.

그런데 25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송병훈 부장판사는 재판 시작과 동시에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에 문서송부촉탁한 게 도착했다."

재판장의 발언에 검찰은 당황한 듯 "진술 세미나라고 말하는 것이냐"며 "송부서를 못봤다"라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월 17일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작성한 16쪽 분량의 '연어·술파티 의혹, 조사결과[요약]'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은 송 부장판사가 '법무부 송부서'의 요약본이다.

법무부는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원지방검찰청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편의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회장이 2023년 1월 17일부터 2024년 1월 23일까지 약 1년의 구속기간 동안 총 184회 검찰에 출정해 편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2024년 2년 동안 서울·수원·동부구치소 등 전국 주요 9개 교정기관의 출정자 중 가장 많은 횟수다.

점검 결과에는 당시 교도관들의 진술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휴일 1313호 검사실에서 검사조사가 있는 날 점심 및 저녁 시간이 되면 공범들에게 외부도시락이 식사로 제공됐는데, 도시락 종류는 육회덮밥, 회덮밥, 자장면, 갈비탕, 설렁탕, 곰탕, 삼계탕, 국밥, 비빔밥, 육개장, 초밥 및 육회도시락 등 다양하였다. 당시 계호 교도관 중 1명은 검사 조사중 OOO 검사가 김성태에게 식사 전 먹고 싶은 음식을 먼저 물어보았고, 김성태가 말한 음식이 도시락으로 제공된 것을 목격하였다.

법무부는 "박상웅, 박○○(쌍방울 직원)이 김성태를 면회하기 위해 1313호 검사실에 오면서 수시로 커피를 사 가지고 온 것을 목격한 계호교도관들의 진술이 있다"며 "마카롱, 쿠크다스, 햄버거 등도 목격했다는 계호교도관 및 이화영의 진술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25일 10차 공판준비기일로 돌아와서, 재판장은 "법무부 자료를 보면 (술을 마셨다는 날짜가) 5월 17일로 돼 있다"며 "박○○(쌍방울 관계자), 전○○(전직 교도관) 등에 대해서만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날짜가 특정되면서 드디어 핵심 증인이 좁혀진 것이다.

그러자 검찰은 기피신청과 함께 재판정을 박차고 나갔다.

[관련기사]
- 검찰, 재판부 기피신청 후 집단퇴장...이화영 국민참여재판 차질? https://omn.kr/2g6b7
- 이 대통령, '이화영 위증 재판' 집단퇴정 검사들 감찰 지시 https://omn.kr/2g6un
- [단독] '특급 대우' 받은 김성태... 184회 검찰 출정, 압도적 1위 https://omn.kr/2g7dt
- 이화영 "검찰 진술세미나, 술 마시며 한번, 술 없이 수십번" https://omn.kr/2ae51


#이화영#김성태#법무부#이재명#박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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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2025


김종훈 (moviekjh) 내방

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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